작성자 : 스팀팩 | 최초 작성일 : 2004 11 22 | 최종 수정일 : 2006 5 26
2002.12.09.월요일
갈수록 추위가 일취월장 하고 콧끝이 루돌푸사슴쉐리 마냥 빨게지며 짭짤한 멀건 콧물이 이유없이 콧구녕에 맺혀버리는 그런 계절이 와부렸다. 겨울이란 계절은 본인에게 있어서는 가을보다도 더많은 추억거리를 찾아 헤매이게 하는 계절이다.
입김이 풀풀나도록 추운 길바닥에서 뭐가 좋은 건지 연신 손을 호호 불어가며 종로, 대학로를 손 꼭 잡고 히히덕 거리믄서 방황하던 그 뇬과의 추억. 아무 생각도 없고 아무 목적도 없이 그저 남들 술렁이는 기분에 부흥하여 술취해 방황하던 젊은 날의 크리스마스 추억 등등..
그 중에도 가장 아련한 기억 중 하나는 가난하고 배고팠던 어린 시절, 무쟈게 추웠던 겨울 집 아랫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한참이나 달지난 여름편 <소년중앙>, <새소년> 등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겨울방학...
시장할 때 쯔음 외할머니가 손수 반죽하고 멸치 몇 마리로 국물내어 호박, 감자를 넣고 끓여주시던 칼국수.. 김장 김치 주욱 찍어주시면 국수 면발에 올려 한입에 넣고 먹었던, 능히 두 그릇은 먹을 수 있었던 그 맛있는 외할머님의 칼국수, 지금은 맛볼 수 없는 그 외할머님의 칼국수가 너무도 그리워지는 때이다.
이런 전차로 남덜은 워떨지 몰러도 본인에게는 겨울하면 가장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칼국수이다. 어린 시절의 그 맛을 잊지 못해 아직도 맛있다는 칼국수집을 찾아헤매던 본인에게 가장‘그 맛’과 유사한 맛을 전해주는 집이 있다.
영등포의 강남 칼국수.. 이 집을 알게 된 건 대략 한 2년 전 겨울쯤 되는데 직장인들이라면 늘 그렇듯 점심 한 끼 맛있게 먹으려 한 시간 전부터 전전긍긍 하는 것은 매일반일 것이다. 아님말구...
암튼 하루의 스트레스를 방어할만 한 든든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하야 몇몇 동료들과 헤매이던 중 좀 멀리 나왔다 싶을 정도로 멀리 나와 포기하고 아무 식당이나 가려했을 때 눈에 들어오는 간판이 있었다.
<강남칼국수> 남색 바탕에 명조체 흰 글씨.. 오오 간판부터 대뜸 맛의 고수임을 짐작케 하였던 것이다. 유명하다는 강호고수맛집들이 다 그렇듯 간판에서부터 내공을 풍기고있다. 단순명료 바로 그 것이다.
단박에 삘이 꽂힌 본인 동행한 동료들을 부드럽고 간결한 말 한 마디
따라와
로 설득, 모두를 끌고 칼국수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입구도 불편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어디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 이 칼국수집. 내부에 들어서자 마자 다시 놀라게 되면서 안도의 한숨과 발견의 쾌감, 기다림의 고통 등등의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고수의 맛집에서나 느낄 수 있다는 델리오즈가타르시스를 느끼고 말아 부렸다. 실내에서 나오는 열기와 김 때문에 차가운 밖에서 들어온 본인의 안경은 희뿌엿게 김이 서리고 보이지도 않았지만 웅성거림과 아주머니의 한 마디 5분만 기다리세요.. 글타 드뎌 찾은 것이다.
안경을 닦고 기다리문서 내부를 살피어보자니 역시 여느 고수들이 그렇듯 내부인테리어라는 것은 온돌 끝에 설치된 TV와 옆의 쌀자루가 다일 뿐 마치 공사장 식당을 방불케 하는 바로 그 함바집 컨셉이었던 것이다.
5분 여를 기다리고 앉아서 이윽고 주문할 시간이 다가왔다. 메뉴판 없다. 걍 손칼국수, 수제비 둘 중 택일이다. 만약 거기에 김치찌게, 된장찌게라도 메뉴판에 붙어있었다면 본인 단박에 뛰쳐나갔을 것임은 두 말하면 쉣소리다.
칼국수 3 수제비 2을 주문 하고 기다리니 나오라는 칼국수는 안나오고 꽁보리밥에 열무김치와 방금 담근 겉저리 김치가 나오는 것이다. 2초간 황당해하는 틈을 알아차린 쥔아주머니 원래 나오는 거(공짜)라 안심시키며 이렇게 먹어라 손수 시범 까지 보이시는 것이다. 열무김치에 고추장 풀고 참기름 쪼까넣어서 슬겅슬겅 비벼주시더니 먹어보라는 것이다.
‘아.. 이거 완젼 우리 할머니하고 똑같은 자세시네..’다시 2초간 감동하고 고추장에 열무김치 넣고 비빈 보리밥을 단 1분여만에 뚝딱 해치웠다. 언제 다 먹었는지도 모름이다. 그래서 한 공기 더 시키고 또 비벼먹었다. 같이 온 동료들 역시 그러하였다.‘아~ 이거 제대로 걸렸다.’하고 정신없이 보리밥을 먹던 중 메인 이벤트 칼국수가 나왔다.
그리 고급스럽지도 않은 프라스틱 대접에 호박고명얹어 나온 그 칼국수. 이 날 까지 먹어왔던 칼국수 중에 가장 그 옛날 외할머니의 바로 그 칼국수 맛과 가장 유사한 칼국수였던 것이다. 별달리 크게 특별하지도 않은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이 허기질 때면 늘상 별미로 해주시던 그 칼국수 바로 그 것인 것이다.
수제비는 직접 손으로 뜯어 하기 때문에 시간이 훨씬 더 결려 나온다. 5분쯤 후에 나온 항아리에 담겨나온 수제비 역시 손맛이 적절히 베어 있는 그것이었다.
배부름과 만족감 그리고 푸근함을 같이 느끼고 있을 무렵 쥔아주머님 대접에 한그릇 면을 가지고 오셔서 말도 없이 푹 담궈주신다.‘허걱’다시 한 그릇이 더생겼다. 다들 배부름에도 아주머니의 그 마음에 푸근함을 느꼈는지 맛있게 비워버렸다. 우리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마다 돌아다니시며 모자른 허기를 채워주시고 계신다.
맛집이라는 말에 담겨있는 의미는‘맛’그 뿐이 아니다. 그 집에서 나오는 혹은 그 집 주인에게서 나오는 손맛,사람맛,인정맛이 같이 어우러졌을 때 맛집이라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내인테리어가 휘까번쩍한 집이 맛이 고급스러울지는 몰라도 인정맛과 손맛에는 이런 집을 따라오지 못한다. 나만의 개똥철학일지는 모르지만 공감하는 이도 있을 것이리라...
이로써 보잘 것 없는 나만의 맛집 소개를 마칠까 한다. 가끔 어머님이 혹은 할머님이 해주시던 제대로 된‘칼국수’를 맛보고자 하는 열분덜께 추천하는 바이다. 가격은 4,000원.. 싸지?
영등포청과시장에서 영등포로터리 쪽으로 쩜만 걸어가서..
항아리수제비를 찾아라!
위치는 영등포 김안과 맞은편 골목이다. 소상히는 가바야 한다. 찾기 힘들거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