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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초 해운대를 가면서 버스터미널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이후 정확히 6년 만에 다시 버스터미널을 찾았다. 그리고 또 같은 장소에서 발자취를 남겼다. 2015년 1월 말의 해운대는 6년 전과 다름없이 자기만의 색깔을 맘껏 뽐냈지만 버스터미널만큼은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다.
그전에 글을 쓸 때에는 조만간 철거할 것이라고 적었었지만, 실제로 건물이 바뀐 것은 고작 1년 전으로 생각보다 오래 그 자리에서 영업을 했다. 예전 터미널이 있던 자리는 맞지만 건물의 위치가 옮겨졌다고 하는데 어떤 모습일지 카메라를 들고 다시 찾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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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아침이 밝았다. 해수욕장과 동백섬을 천천히 걷고 다시 여기까지 걷는 제법 긴 산책을 했다.
2008년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을 여기서 보내고 2013년에도 부산에 내려오자마자 해운대에서 친구들을 보고, 이번에도 찾아와 처음으로 여기서 숙박까지 했다. 외지인들이 부산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해운대인 것처럼, 나조차도 역시 그랬다. 그리고 언제나 한결같지만 볼 때마다 색다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2년 전과 똑같은 광장이지만 왠지 더 깔끔하고 멋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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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역 앞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단 여기서 찍었던 두 개의 시설물은 6년 전과 비교해서 완전히 뒤집어 엎어졌다. 사진 왼쪽의 '동해선 해운대역'은 산골짜기로 옮기면서 지금은 기차가 들어오지 않고 대신 전시관과 공원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해운대시외버스터미널도 대대적인 리모델링으로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단 해운대역 삼거리는 전혀 다를 것 없이 이전 그대로다. 지하철역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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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운대역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이전에 있던 간판은 간데없이 떨어져 있고 기차역을 알리는 안내판이 죄다 없어진 것이다. 다행히도 역 건물은 멀쩡히 남아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고, 기찻길과 승강장이 있던 자리는 공원으로 탈바꿈해 또 다른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시간 때문에 아쉽지만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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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마주 보고 있는 흔치 않은 곳이었지만 이제는 전혀 아니다. 버스와 기차를 서로 갈아타려면 한참을 차로 이동해야 한다. 어차피 해운대의 역, 터미널 모두 이용객이 많지 않고 인지도가 적은 곳이라, 연결이 될 때에도 그렇게 큰 의미는 없었다. 심지어 둘의 운행 구간이 거의 완전히 겹치는 경쟁자이기도 했으니까 버스터미널 입장에서는 조금 더 살맛 나기도 할 것이다.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던 버스터미널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버스가 드나들던 골목길에선 지금도 어김없이 버스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버스의 이름도 바뀌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밑에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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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그 낡디낡은 벽돌 건물은 어디로 사라지고 그 자리는 버스 출입구로 바뀌었다. 좁은 골목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치던 버스들 입장에선 한결 나아졌지만, 하필 인도와 겹치기 때문에 여전히 위험천만 아찔한 순간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6년 전에는 온통 '강남고속' 물결이었던 곳이 지금은 이름을 바꾼 '해운대고속' 버스들로 도배되어 있다. 관광버스로 시작해 시외버스로 사업을 넓혔지만 관광버스 업체처럼 기사만 회사에 등록되어 있고 차량이 개인 소유인 경우가 다수였던지라, 여러 가지 문제가 충돌해 2009년 이후로 10여 개가 넘는 회사로 뿔뿔이 갈라섰다.
그나마 해운대를 오가던 노선은 거의 대부분 오렌지버스 소속이 되었고, 중간에 거제현대고속에 매각당했다. 그 영향인지 오렌지색과 대비되는 파랑-하얀색의 버스들도 여럿 보인다. 개 중에는 아예 현대고속이란 사명을 단 버스도 보인다. 해운대고속으로 이름을 바꾼 지금도 거제현대 계열사라고 한다. 오렌지색만 보이던 곳에서 조금 낯선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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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버스들 옆으로 못 보던 건물이 올라와 있다. 2009년 당시 공사 중이던 건물은 이미 말끔하게 올라가 있고 그 옆에 2층짜리 자그마한 주황색 건물이 있는데 저기가 바로 버스터미널이다. 사실 공사할 당시에는 저 건물을 새로운 버스터미널로 쓰겠구나 싶었는데, 운영자가 돈이 없었는지 입주하지 못하고 그 옆에 임시 건물로 대체한 듯하다. 그렇게 큰 건물도 아닌데 상대적으로 매우 초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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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비좁은 땅에 임시 건물을 올리느라 척 봐도 안정적인 구도는 아니다. 옆 건물로 옮겨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요원해 보이고, 그나마 대로변에 있었던 옛날 옛적과 달리 건물 뒤에 숨어있어 이 점에선 오히려 마이너스, 디스어드벤티지로 작용되고 있다. 같은 버스터미널인 노포동과 사상보다는 일개 정류장인 동래, 하단과 비교해야 할 만큼 규모가 작은 것도 마찬가지다. 여기 노선의 상당수가 동래를 경유하기에 오히려 이들 노선과 울산행 노선의 주차장이 필요해서 지금까지 억지로 버텨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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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해운대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살인적인 해운대 땅값 속에서도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 용하다고 해야겠다. 그냥 해운대구 소속도 아니고 무려 해운대역 바로 앞이고 해수욕장과 장산신도시를 잇는 아주 기가 막힌 자리이기에, 큰 손이 수도 없이 땅을 내달라고 유혹했을 법도 한데 지금까지 멀쩡히 남아있으니 그게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건 그렇고 새로 건물을 옮겼어도 맞이방 작은 건 매한가지다. 규모에 비해 사람이 많은데다 안에선 바깥이 잘 보이지도 않아 굳이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은 많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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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지하벙커를 연상케 했던 과거보다는 훨씬 채광이 잘 되어 산뜻해졌다. 그러나 임시 건물 느낌이 팍팍 풍기는 것은 또 어쩔 수 없나 보다. 과거 버스터미널인지 관광버스 직원 휴게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밖에서부터 관광업체 홍보를 해왔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관광버스의 흔적은 말끔히 지워졌다. 아예 회사가 분리되었으니 그럴 필요도 없고 말이다. 매표소는 여전히 하나여서, 사람이 몰릴 때면 상당히 혼잡할 것 같다. 그나마 바로 옆에 자동판매기가 새로 설치되었다. 무려 에어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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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의 주요 밥줄은 울산가는 노선이다. 부산-울산을 잇는 고속도로의 기점이기도 한데 굳이 말이 필요 없겠다. 동해남부선이라는 경쟁자가 전철을 굴리기 위해 열심히 공사중이지만, 다행히 구석으로 이사를 가서 크게 타격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워낙 인지도에서 밀리는지 도시 규모에 비해 배차는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대략 20분 간격이고 막차도 8시 30분이어서 매우 일찍 끊기는 편이다. 친절하게 울산시외버스터미널 출발 시간까지 동시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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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행 뿐만 아니라 매시 15분, 45분에 출발하는 완행버스도 있다. 기장, 일광, 좌천, 남창, 덕하를 경유하는데 막차가 심야 시간대까지 있어 일찍 끊기는 직행의 훌륭한 대체제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경유지가 온통 동해선 전철과 겹치기 때문에 공사가 끝나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노선이다. 해운대 자체수요는 몰라도 시내 깊숙히 들어가는 수요는 적지 않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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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터미널을 넘어 방어진 노선까지 따로 인쇄해 놓았다. 현대자동차와 미포조선소 근로자, 그리고 동구 주민들을 위한 노선으로 울산에서도 지극히 한정적인 지역이라 대략 1시간 간격으로 널널하게 운행하고 있다. 그래도 도시 깊숙히 들어가주는 노선이라 고정 수요는 제법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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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까지 가는 단거리 시외버스도 성업중이다. 첫차가 5시 50분, 막차 0시 30분으로 매우 길게 운행하여 첫차, 막차 수요가 상당한 노선이지만 평소에는 전철, 버스와 힘겹게 경쟁하는 노선이다. 동래를 경유하며 그 악명높은 만덕터널을 오가기에 시간대를 잘 알아보고 타자. 역시 울산과 마찬가지로 반대편 출발시간까지 친절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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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발 진하행 노선이다. 전국 방방곡곡 모르는데 없는 필자조차 '진하가 어디지?' 싶은데, 알고보니 간절곶이 있는 바로 그 곳이다. 울산 완행버스가 들를 만도 한데 경로상 들리지 않고 따로 가는 듯 싶다. 굳이 돌아가는 노선이기에 운행 횟수는 그리 많지 않다. 2014년 9월 7일 이후로는 하루 6회로 단축 운행 중이다. 오른쪽 시간표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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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버스터미널을 먹여살리는 양대산맥, 창원행 시간표다. 남마산, 통영행도 있는데 대체노선이 워낙 발달하여 크게 비중있는 노선은 아니다. 배차가 맞으면 좋겠지만 하루에 몇 회 없어 시간이 맞지 않으면 다른 터미널로 이동하는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셋 모두 동래-만덕터널-남해고속도로를 경유하며, 창원행의 경우 20분 간격으로 일정하게 운행하여 여기서 가장 횟수가 많은 노선이기도 하다. 첫차 5시 30분, 막차 0시 40분으로 접근성이 매우 높은 노선이다. 다만 김해행과 마찬가지로 부산 시내구간이 상당히 길고 상습정체구간을 지나는 관계로 상황에 따라 사상에서 2호선 타고 쭉 오는게 훨씬 빠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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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창원방향 노선을 제외한 다른 행선지는 없다. 오직 이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버스터미널로 요금표도 매우 간략하다. 향후 부산-울산 고속도로가 포항으로 연장되면 경주, 포항, 혹은 그 이북으로 가는 동해안 노선을 끌어올 수 있을거라 기대되는데, 그러려면 부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주차장이 너무 좁아 자리가 없어서 말썽인데 이들까지 끌어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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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과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나에겐 익숙한 곳이다. 아직 한 번도 버스를 타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한 번 이용해보고 싶다. 대도시에 이렇게 아담한 버스터미널이 있는 것이 아직도 신기하고, 이런 곳에서 버스를 타는 것이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하고. 울산행 버스를 탈까 했지만 아쉽게도 해동용궁사를 가야했고 만날 친구도 있어서 포기했다. 만나기에 너무 먼 그대지만, 언젠가 또 한 번 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보면서 무거운 발길을 옮긴다.
첫댓글 헉 사진 찍으셨네요
전 카메라 들이내디 매표소 아가씨 뛰어 나오면서 사진 왜 찍냐고 화를 내면서 못찍게 하던대요 ㅜ.ㅜ
그랬었군요ㅠㅠ 직원을 잘못 만나셨네요
울산 경유 강릉행 버스도 1회 운행했지만 금아여행으로 양도하면서 울산으로 단축되었죠
강릉까지 가는 노선이 있었군요. 다시 부활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러고보면 오래전에 경남 -> 가야강남 -> 금아 순으로 운행업체가 변경되었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네요.
경남고속 노선들은 해운대터미널에서 떨어저 나와서 부산기계공고옆에 경남고속 전용터미널을 만들었죠.
그랬었군요.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첫 번째 사진 색감 좋네요ㅎ
감사합니다. ^^
해운대발 남마산, 통영행은 동래-만덕터널을 경유하지않고 벡스코만 정차후 광안대교-동서고가도로-남해지선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수정하도록 할게요
해운대터미널은 해수욕장, 구) 해운대 역사, 샌텀시티도 진리이지만, 역시나~ 국밥 집이 진리이지요. 성지순례~ㅋ
돼지국밥 유명하죠ㅎㅎ 정작 국밥은 먹어본 적이 없네요 ㅋ
강남고속을 말씀하시니 과거 그 알록달록했던 갈매기 도색이 생각나는데, 아직도 그 도색을 유지하는 차량이 사진에도 보이네요. 연식이 좀 된 차량 같은데 이것도 얼마 뒤면 보지 못할 풍경이 될 것 같습니다. 강남고속이 어떤 회사들로 쪼개졌는지도 궁금해지네요. 좋은 여행기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갈매기 도색은 보질 못했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다니면 좋을텐데요 ㅎㅎ 강남고속이 워낙 많은 회사로 쪼개져서 죄송하지만 저도 세세하게는 잘 모르겠네요. ^^;
@Maximum 죄송하실게 있나요. 오히려 좋은 여행기를 보는 제가 더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도색은 4번째 사진에 도로로 진입하는 차량의 도색입니다. 그때 당시도 워낙 특이했던 도색이라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네요.
저도 해운대터미널에서 창원까지 이용했었는데 그때 창원심야 버스 막차타고 간적있어여 ㅎㅎ
막차가 참 유옹하죠 ㅎㅎ
@Maximum 저하고 친구하고 간적있는데 2명밖에 안탔어여 ㅎㅎ 그때 마지막 일요일였는데 사람없더군요 ㅎㅎ
울산직행은 14번국도운행이라 안가고, 진하경유는 31번 국도 경유노선으로 과거에는 울산까지 운행했었는데 지금 진하로 단축된 형태죠.
이 포스팅 이후 동해고속도로 울산-포항 구간이 개통되었지만 내년 말에 어차피 동해선 태화강 이북 구간 이설이 되다 보니 가뜩이나 용량 부족한데 해운대-경주, 해운대-포항 노선까지 만들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울산-포항구간 개통된 것도 몰랐다니.. 앞으로 뉴스 좀 보고 살아야겠습니다. ㅎㅎ 경주 유적지 문제때문에 외곽으로 빙 돌아가서인지 노포동이나 해운대나 경주까지는 별 차이 없는걸로 압니다.
@Maximum 그러고 보니 철도는 서쪽으로, 고속도로는 동쪽(외동읍 양북면)으로 돌아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