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마비 중도장애자분들의 바른글쓰기반에서는 요즈음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심리여행 중입니다.
눈을 감고 명상 중에 억울하다는 감정이 남아있는 길에 서면 그 감정을 실감나게 느껴보고 그림으로 표현하며 대화를 나누면서 기억 하나를 정화하는 기회를 갖기로 하였습니다.
검고 숫이 많은 눈썹의 주인공은 아직 젊습니다. 아프기 전에는 멋진 가장으로 좋는 직장에서 뭇사람들의 호감을 샀을 것같습니다. 그런 그가 그린 그림을 통해 하나 더 새로운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 위해 관중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두번이나 실수를 하였습니다. 기압을 넣어 소리를 지르고 발차기를 하였는데 두번이나 헛발길질을 하고 그는 무척 무안했던가봅니다. 3번째에 격파에 성공을 하기는 했지만 그 때의 기억이 억울하게 남았던가 시범 보이는 자신을 검은 색으로 그리고 관중들을 보라색으로 그렸습니다. 그리고 어눌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아직 언어가 다 찾아지지 않아 곤혹스러워 하지만 늘 얼굴색을 바꾸지 않고 끝까지 들어줄 의지를 보이면 그는 천천히 말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갑니다.
나는 가슴이 짠해서 그만 미안스럽습니다. 얼마나 강건하게 움직이던 날들이 그리우면 아직도 수첩에 태권도 3단이란 인증서를 가지고 다닐까요. 용모가 고와서 사람들은 그가 설마 공수부대출신인 4단 앞에서 들이밀 무엇이 있을까 싶어 의아해 했지만 그는 3단 증서를 보여주어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우리는 그를 이3단이라고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억울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무엇이든 감추면 들통이 나니까 투명하게 사는 것이 사달나지 않는 지름길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갔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비상금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남자들의 비상금에 얽힌 이야기나 여자들의 뒷주머니에 대한 애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웃음보를 터트렸습니다. 이3단씨는 반드시 비상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나는 순간 "아 그렇기도 하겠구나. 내 입장만 생각했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그만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딸애가 루즈를 사고싶은데 어머니에게 거절당하였을 때 아버지인 자신이 너무 사주고 싶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빠의 비상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아닌 말로 남자들이 대학생이 된 딸의 루즈를 사주고싶을 때 내주고 싶어서 비상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남자가 몇이나 될까 물어보고 싶습니다. 나는 그 대답을 듣기 전에 저 분은 왜 비상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를 몇가지쯤 짚어보았는데 모두 헛짚었습니다.
그는 한참 동안 루즈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열심히 손으로 입술그리는 시늉을 하며 대학생인데...를 강조하면서 눈을 말똥말똥 굴리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돈을 벌지 못하고, 한 손이 어눌하고, 말이 더듬거려도 너무 좋은 아빠를 가진 그 딸은 참으로 행복한데 알까? 아빠의 가슴에 담긴 사랑을 저울로 달 수 있다고 생각이나
할까? 내리사랑인걸, 흘러가는 사랑인걸, 몰라도 접어줄 수 있는 사랑인걸, 나이들어야 알 수 있는 사랑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