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저녁을 준비하다 갑자기 막걸리 생각이 난다.
정구지 찌짐에 막걸리 한 되 정도면 기분이 딱 좋을 것 같다.
나의 허즈에게 막걸리 한 잔 하자고 했다.
두 팔 벌리고 입을 귀에다 걸어 놓고 좋아 한다.
집 가까이 막걸리 집에 가서 정구지 찌짐 한 판과 생탁 한 병을 시켰다.
한 사발 가득 부어 놓고서 둘이서 사발 딱 마주쳐 건배하고는 단숨에 쭈우욱 ....
목구멍에 달콤함과 그 알 수 없는 술 맛이 내 목젖을 타고 흘러 내려간다. 아! 요! 기분.!!!!
허즈도 무척 기분이 좋은가 보다.
이 늙은 아줌마하고 마시는 것이 무엇이 좋겠냐마는 그래도 가끔 나랑 한 잔하는 것이 싫지는 않는 모양이다.
정구지 찌짐을 한 판 다 먹을 즈음에 허즈가 말한다.
우리 구포 시장가서 선지국 국물에 탁배기 한 사발 더 하는 것이 어때?
좋아! 두 말 하면 잔소리지!
우리는 버스를 타고 곧바로 구포 시장에 갔다.
왁자한 선지 국밥 집에는 전부 남정네들 뿐이고 여자는 딱 나 정도 보이는 둘 뿐이다.
껍데기에다 소주 한 병을 시켜놓고 무슨 이야기인지 웃어가며 주거니 받거니 한다.
벽에는 열풍기가 걸려 있어 자동으로 돌아가고 TV는 저혼자 놀고 있는데.
뜨끈뜨끈하고 구수한 선지국과 빨갛게 양념한 돼지껍데기 1인분을 시켜 놓고 생탁을 또 시켰다.
일 차로 한 잔 한 곳에서 너무 빨리 술을 먹었음 탓인지 이미 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 있었는 터라
2차에는 별로 술이 당기진 않지만 그래도 또 둘이서 술잔을 들어 잔을 부딪히며 건배하였다.
우리의 건강을 위하여.. 우리의 사라져 가는 인생을 위하여.
77년 1월은 우리가 결혼한 달이지!......무엇을 위한 건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위하여' 딱!
깍두기 김치에다 배추 김치, 풋고추, 양파 안주는 그야말로 최상의 술 안주다.
나는 허즈에게 말했다.
"내게도 이렇게 이런데서 저 사람들처럼 막걸리 한 잔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었음 좋겠는데 내겐 그런 친구가 없으니...슬프다"
허즈 왈" 여자들은 술 친구가 좀 어렵지!"
"당신은 내가 여자로 보이우?"
허즈 왈 " 어떨땐 .....!^^"
"우헥!...무슨 소리야. 내 역할이 여자일 뿐이지 내가 어찌 여자야! 당신도 알쨚아. 내가 여자냐?!"
"그래 맞아. 당신은 남자도 아닌것이 여자도 아닌 것이..! 그렇다!!!" ㅠㅠㅠㅠ 그렇다네.
그런데 이 말이 싫지 않으니 예전부터 난 스스로 여자를 포기한 것인지, 아님 남자로 태어나지 못했음이 한스러운 것인지. ... 잘 모르겠다.
"난 왜 이렇게 술 한잔 할 친구가 곁에 없지?. 가까이 있는 수득이도 술 못하지. 종록이도 아니지. 그 양반들은 원체 너무나 얌전들하지...끄윽!..."
허즈 왈 "최홍자 선생있쟎아"
" 아 맞다. 그래 있지. 홍자 언니!"
다음엔 꼭 같이 둘이서만 여기서 한 잔 하리라! 돼지 껍질 잔뜩 시켜 놓고서리 ....그러리라 마음 먹었다.
돼지 껍데기는 콜라겐이 많아서 피부에 좋다.
아딸딸해진 난 너무나 기분이 좋다.
나는 자꾸 말이 하고 싶은데 술집 안이 너무 시끄럽다.
주인이 말한다. "오늘은 손님들이 모두 시끄럽네."...에이그 무슨 그런 말씀을...끄윽!
매콤한 선지국물이 혓바닥을 쓸고 지나간다.
머리속이 콩나물 음반으로 변해간다. 기분이 자꾸 좋아진다.
노래가 나오려 한다.
....언덕에 호올로 서어서 흔들어 주던 하얀 손수건...그때에 눈물자욱 지워져 버리고 흐르는 내 눈물이 그 위를 적시네...
법사님의 말씀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하루에 3시간 정도 앉아( 참선) 있어야 제대로 공부하는것이다"라고. 히히힣ㅎㅎ
흐응!. 전요 매일 30분은 앉아 있습니다요... 그리고 지금은 술마셔서 아딸딸하구요. 친구도 찾고 싶거든요....ㅎㅎㅇ
낮에 노란 매니큐어를 손톱에 발랐다. 닭발 같은 내 손에다. 그리고 돼지 발톱같은 내 손톱에다. ㅎㅎㅎ
노란 목도리와 너무 잘어울린다..ㅎㅎ
내일이면 오늘 바른 매니큐어를 지우듯! 난 내일이면 또 다른 세상에서 살아 가고 있을테니.
그러나 나는 지금 이 시간을 마음 껏 즐기고 싶다.
지금 저 양반이 나의 허즈가 아니라
그냥 내 친구라면 더욱 더 술맛이 다르게 날텐데...
내가 횡설수설해도, 내가 땅에 넘어져도 끝까지 나를 집에 까지 데려다 줄 수 있는 저 사람.
나의 허즈 뿐이리라.
가만!.. 우리 북구와 사상구에 친구가 누구누구 있더라?.
내가 마음 열어 놓고 같이 술을 마셔도 괜찮은 친구는 36동기 친구 뿐인데....
누구누구 있더라?.
수득이 종록이 호도 세천..... 모르겠다....에이 ...
암튼 오늘 지금 여기 난 너무나 기분이 좋다.
첫댓글 서방님과 술, 좋은 조합이다. 역시 멋있는 형님이다. 동기도 좋지만 더 소중한 것이 서방님이니라. 하늘 같은 서방님 잘 모셔라. 그것이 깨달음의 길일지니.
하늘 같은 서방님이라!......글쎄 ....남자들의 바램이자 맨 마지막 희망이지 않을까!? 어쨌거나 니 좋도록 생각하소!~~~~~^^
선희야 오랫만에 기분전환핸 모양이네 그래 때론 그렇게 살어 남편이 평생친군데 그이상 좋은친구가 어디있겠노 더러 기분이 언짢을때 내곁에있는 내 남자가 제일이더라 , 세상살이가 별거냐 한잔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아픈델 보듬어면서 사는게 부부아니냐 ,나는 술을먹지못해 그러고 싶어도 못하고 산다만 그래도 내 남편이 제일이더라 ,남은인생 이날처럼 행복한 여생보내라 .
고마우이. 참 고맙다. 옥남이 넌 참 활동적인 성격이어서 술 한잔 정도는 할줄 알았거든. 근데 한잔도 못하다니.... 실은 내 주량도 몸상태가 최고일때 백세주 한병정도다. 이만하면 중간정도는 가겄지?^^ 그러나 낮 술은 되도록이면 안하려고 해.. 그리고 살짝 말하자면 난 분위기에 무척 약하거든. 이것이 흠이야.^^ 때가 되면 임선이와 같이 너랑 한잔 했으면 싶다. 왜 너거 동네 큰 배 집에서 말야. 분연이도 끼워주자. 숙희도 끼우자. ㅎㅎㅎ 생각만 해도 즐겁당.~~~~
허즈 ..백년 지기 인가? 천년 지기 인가? 나이가 들면 더더욱 가까워 지는 두사람 .정말 좋은 두분 이구려 남은 여생도 호호 [好 好 ] 백수[百 壽 ] 하시구려.....
젤 편하기도 하고 젤 안편하기도 한 상대가 허즈나 와이프겠지. 만공거사님. 부부의 의미보담 난 솔직히 맘 통하는 친구로써의 허즈가 좋은데 저쪽에서 손해본다는 생각이 드는지... 꼭 자기가 높다고 그러네... ....
참 부러운 모습이 그러진다..
내가 제일 하고 싶은 모습인데 젠장 술을 할수가 있어야 연출이라도 해보제....
친구랑 정말 어울릴것 같구나....
노년을 위해 이런 분위기를 억지로라도 만들어 가면 즐겁게 사시게나.....정말 부럽다....
소담! 술은 분위기를 마셔야 제격이거든. 내가 가르쳐 줄께. 술은 입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생각으로 마신다는 걸. 그리고 비싼 안주는 폼 잡아야 하고 눈치보아야 하고 ...내 분위기는 아니다. 난 너무 시끄럽지도 너무 조용하지도 않는 그런 집이 좋거든. 그리고 아주로는 닭발도 좋아!
뭐 인생 사는것이 별거냐? 요롯코롬 하루를 즐거웁게 살면되는거지..
오랫만에 선희.친구가 황홀한 마음에 젖어 들었는것 같구나.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지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날은 정말 보람된 하루의 시간을 낭군님과 함께 멋있게 보냈구나.
마냥 즐겁게만 보여지고 부러운 생각마져 드는구나.
모던건 마음먹기 달렸다고 하니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한 생활을 누렸으면 하구나.
가끔식은 가까운곳에 살고있는,동기.친구들을 만나는것도 좋을듯 하구나.
생탁에 파전.돼지껍질을 안주삼아 주거니 받거니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것도...
맞제.맞제!~~~^^ 한 두어달 쯤 정말 힘들었다. 만사가 귀찮았거든. 내가 이런 글 올린다고 맨날 이렇게 산다는 것은 아니고. 이렇게 술 한잔 하는 것을 즐길 뿐! 正道만 잃지 않는다면 술은 적당하게 한 두잔 정도는 가끔 씩 할 수 있다면 풀잎의 이슬 같은 인생길에서 자그마한 낭만도 챙길 수 있을 것 같지?^^
살아가면서 약간의 일상탈출도 한번씩 갖는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지.
이렌기회를 자주갖길 바라네...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자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누군가가 얘기하더라. 한잔 술로 일상에서 탈출이 허락된다면 참 좋은거지?^^ 이러저러한 모임에서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우리 카페에서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으니 참 좋다. 창수야. 숨겨놓은 글 재주를 올려봐봐. 나는 이렇게 잡소리도 다하잖냐.~~~~단촐한 식구는 집에서 별 말이 없으니 입에서 곰팡이가 피쟎아.! 카페에서 열심히 주절거리면 머리와 가슴만이라도 곰팡이가 피지 않으리라...^^ 바쁘겠지만 게시판에 글 올려주길 바란다.
늦게 이글을 읽었는데 군침이 살살 돌구나..
분위기 표현을 너무 너무 잘했다..
선희야! 사는게 뭐 별거이더냐...욕안먹고 살면되는거지...ㅎㅎㅎ
담에 나는 멀어서 갈수가 없고하니 호권 불러내어 한잔하도록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