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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시> 2003년 11월 16일 새벽 4:13 오후 14:40(10시간 27분)
<날씨> 맑음. 새벽에는 바람이 많이 불음. 정상에서는 너무 추웠음.
<산행거리> 24.2Km, 진부령으로부터 303.1km <-> 432.5km남음 지리산 까지(41.2% 진행)
<경로 요약>화방재(4:13) - 천제단(6:13) - 신선봉(10:20) - 곰넘이재(11:04) - 구룡산(12:26) - 도래기재(14:40)
<산행기 요약> 새벽에는 너무 추웠음. 바람도 세차고 천제단에서는 머물러 있기가 힘들었음. 최심 총무가 발목부상으로 너무도 힘들게 완주하였음. 나는 동반주.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편안한, 최총무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산행이었음.
(백두대간 제 14구간 : 화방재-도래기재 산행기)
태백산 오르기
새벽 네시. 오늘도 화방재에 대간 꾼들은 버스를 하차한다. 홍성택님이 어제 댓재-피재 구간을 땜방하고 이곳에서 합류한다. 화방재라는 팻말은 조그맣게 이정표에나 써 있고 어평재라는 네온싸인 간판이 이 밤을 밝힌다. 이곳이 올 1월 5일 태백산 등산의 기점이었던가 싶게 낯설다. 내일은 나도 저번 춘천마라톤 때문에 빠졌던 피재-화방재 구간 땜방을 해야 한다. 오늘은 그래서 천천히 운행하기로 한다.
바람이 세차다. 올 1월 태백산 산행 때에도 그렇더니만. 이곳은 아마도 거의 항상 바람이 세차지 않을까 싶다. 하기야 이곳 태백산이 겨울산행으로 유명한 것이 이 차가운 북풍 때문에 눈이 녹지를 않아서라고 하던가. 오늘은 은근히 눈이 덮여있기를 바랬는데 기대대로는 되지 않을 성싶다.
총무 최심님과 두 명의 보디가드들은 출발이 상당히 늦다. 최심님의 발목부상을 감안해서 천천히 가려는가 보다. 박범석님은 술이 과했는가 보다. 어제 하루종일 마시고 그래도 정신이 있었는지 산행에 참가했다. 대단한 정신력이다. 아직도 술이 덜 깬 듯 하다. 김주호님만 말짱한 편. 이래저래 천천히 운행할 수밖에 없을 듯. 나도 그들과 보조를 맞추고 간다. 가장 마지막. 출발 4:13
등산 시작 잠시지간에 사길령 매표소에 도달한다. 저번 산행 시에는 집사람과 같이 왔었는데 오늘은 나 혼자다. 서운하다. 그때만 하더라도 집사람이 등산도 못 갈 정도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해 볼 수가 없었는데 그만 그렇게 되고 말았다. 사람의 일은 정말 알 수가 없다. 갑자기 집사람이 그리워진다. 지금쯤 깊은 잠에 들어 있겠지...
사길령 매표소를 지나자 오름이 매우 가파르다. 헉헉헉헉헉헉헉헉...헥헥헥헥헥헥헥헥... 너무도 고된 길이다. 저번 1월 산행 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줄맞춰 오르다 보니 속도를 낼 수가 없어서 이렇게 가파르고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영 아니다. 내가 힘이 많이 떨어져버렸나? 오르다 되돌아보니 저편 산꼭대기 중계탑 불빛이 환하다. 거기가 함백산이란다. 내일 가야할 곳.
한 20분 힘들게 오르니 산령각이다. 대장은 평소 하던 대로 산령각을 털어서 과자를 여러 봉지 확보한다. 박범석님도 동참. 오늘도 사탕과자가 개평으로 돌아오겠지.
유일사 쉼터까지는 편안한 길이다. 한번의 내리막. 약간의 오르막. 오른쪽으로 그럴 듯한 길이 있어서 가다보니 한참을 내려간다. 이 길이 아니다. 알바다. 이 길로 가도 유일사 거쳐서 대간 길로 접어들지만 종주능선 길은 아니란다. 갈라진 곳까지 다시 돌아서 올라가기. 아마 약 10분 정도 왔다리갔다리.
유일사 쉼터를 지나 태백산 오르기. 바람이 너무 분다. 날씨는 더욱 차가와 지는 듯하다. 오름에 따라서 온도가 내려가는 거겠지. 스키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른다. 기억이 새로운 길. 저번 1월 산행 때에도 스키마스크를 썼었다. 너무도 파랬던 하늘, 바람 따라 휘돌아 오르던 눈발. 찬란한 설원. 그리고 무지하게 큰 주목나무. 눈이 시려서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은, 그래서 저절로 감동되었던 기억.... 오늘은 어둠 속에서 울퉁불퉁한 바위 길을 더듬어 간다. 주목나무도 알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도록 어둠 속에 묻혀 있다. 약간의 짜증.
달이 밝다. 랜턴 불빛을 끈다. 달빛에 나무그늘이 진다. 능선 길이 편안하다. 또 한번 돌아가 보는 동심의 세계. 어둠과 달. 달빛에 부서지는 산길은 희미하게 빛나고... 바람이 아무리 거세어도 달빛을 흔들지는 못한다. 하얀 달이 웃는다.
선두로부터 무전이 날라 왔다. 바람이 너무 부는데 기다려야 하느냐. 대장 - 기다려라. 문수봉-부소봉 갈림길이 헷갈리니까 같이 가야 하겠다... 아마도 이십분 가량 더 가야할 듯하다. 이럴 때는 오히려 후미여서 좋다. 아무것도 안하고 떨면서 기다려야 하는 선두그룹을 생각하면...
얼어붙은 천제단, 그리고 대간길에 대한 추억
장군봉 제단에는 누군가가 촛불을 피워 놓았다. 과일이랑 소주 - 제단도 차려 있다. 누가 이 새벽보다 더 이른 새벽에 이 산 꼭대기를 다녀갔단 말인가. 너무도 춥고 바람이 부는 오늘 같은 날. 얼마나 간절한 소망이 있길래... 잠시 사진을 찍고 천제단을 향해 전진한다. 사진 찍는 그 잠시지간에도 손가락이 언다. 저번 1월 산행 때에도 하도 추워서 사진기가 얼어붙었던 기억이 난다. 안쪽 호주머니에 사진기를 넣는다... 장군단 통과 6:05
동녘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온다. 아직도 어두운데. 천제단. 너무도 춥다.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고. 제단 안쪽으로 들어가 스냅사진 두 장 찌고 나니 디지털카메라가 얼어붙어서 찍히지가 않는다. 장갑을 벗으면 손가락이 금방 아려 온다. 모두들 서둘러서 천제단 통과. 6:13
부소봉 갈림길은 이정표 뒤쪽으로 대간 길이 진행된다. 문수봉 쪽으로 잠깐 진행했던 일행이 대장의 안내로 뒤돌아서 대간 길 진행. 한참동안 계속되었던 평전은 끝나고 숲길로 들어선다. 여전히 바람은 불지만 숲으로 인하여 한결 낫다. 물을 마시려니 물통꼭지가 얼어 있다.
저번 1월달 산행 시에 천제단에서 이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기억이 새롭다. 백두대간 길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문수봉을 거쳐 하산을 하여야 했다. 언젠가는 가고야 말겠다는 그때 그 심정이 새롭게 느껴진다.
사람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언젠가는 하겠다는 생각이 일년도 못되어 달성이 되고 있다. 그런 내가 자랑스럽기도 하다...
하늘이 밝아온다. 새벽. 능선 길은 편안하다. 약간의 잔설이 남아 있는 곳도 있지만 쌓여있는 눈은 없다. 반가운 산죽이 길옆으로 숲을 이루고 있다. 모든 나뭇잎들이 떨어져 황량한데 산죽의 푸르름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동녘이 붉어만 가더니 낮게 깔린 구름 위로 해가 솟는다. 오늘도 맞는 해돋이. 구름 때문에 감흥이 썩 좋지만은 않다. 앞으로도 대간 길에서 계속 맞이하겠지. 그래 봐야 스무 번 남짓 남았을까? 백두대간 종료 후에 이 새벽을 맞는 행사가 없어진다면? 아마도 삶은 그만큼 덜 재미있을 것이다.... 서리가 끼어 있는 낙엽길도 아침햇살에 반짝인다. 해돋이 7:15
바람이 자는 대간 길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아마도 깃대배기봉 바로 아래 인 듯. 오늘은 나도 가스버너를 지참하고 왔다. 라면과 함께. 김주호님의 버너는 화력이 좋다. 석유버너. 내 버너는 영 시원찮다. 끓이는 것은 김주호님 버너로 하고 덥히는 것은 내 버너로. 추운 날 아침식사로 따뜻한 국물이 너무 좋다. 커피까지 끓여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기분도 그만이다. 좋다.
머나먼 도래기재
식사를 끝내고 언제나 그렇듯 가장 후미 출발. 언덕 정도로 여겨질 깃대배기봉을 지나니 최심님과 두 보디가드가 진행을 못하고 있다. 최심님이 낙엽 속의 나무뿌리를 잘못 밟아 다친 발목이 덧나버렸다. 진통제를 먹고 중도 탈출을 고려한다고 한다. 이런 때는 대장과 연락이 되어야 하는데 벌써 앞으로 가서 어디쯤 갔는지 알 길이 없다. 휴대폰도 불감지대다. 김주호님, 박범석님과 함께 천천히 오라고 이르고 대장을 쫓아가기로 한다. 한 20분, 정신없이 속도를 더하여 대장을 만나 상황을 전달하니 나보고는 먼저 가라 한다.
다시 내쳐 속도를 내서 앞 팀을 잡은 곳이 차돌베기 삼거리. 여기에서 앞으로 가서 일행을 잡아야 할지 뒤쪽 팀하고 합쳐야 할지 고민하다 뒤쪽 상황을 보고 판단하기로 하고 대기. 20분 가까이 대장이 먼저 지나가고 후미 팀도 만난다. 최심님은 그래도 어쨌든 중간탈출은 안하고 끝까지 진행하겠노라 한다. 중간탈출로가 곰넘이재에 있는데 그곳까지 가서 탈출을 하는 것이나 도래기재까지 가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는 것. 한참 걱정을 했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박범석님은 이제 술이 깨니까 졸린단다. 김주호님이 두 사람을 모두 보살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대장은 이미 떠나버렸지. 최심님 가방을 두 사람이 교대로 가져 오기로 하고 나는 최심님과 동행. 앞으로 가면서 돌덩어리 같은 것이 있으면 치워주거나 길 정보를 파악하거나 하면서 진행 시작. 김주호님과 박범석님은 그 와중에도 겨우살이가 몸에 좋다나? 채집활동도 한다.
길은 편안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간다. 속도도 충분히 천천히. 발 아래를 살피며. 백두대간을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얘기. 여유 시간, 여유 돈, 체력, 건전한 정신... 최심님은 이번 산행을 안 오면 영 대간 길을 놓칠 것 같아서 무리를 해서라도 왔다고 한다. 정성이 대단하다.
신선봉 오르막은 약간 힘에 겹다. 살살 오르니 여러 사람이 있다. 낯익은 후미팀들. 그러니까 우리 둘도 그렇게 늦은 것은 아닌가 보다. 처사 누구누구지묘... 처사라는 타이틀로 묘석을 해 세웠다는 것은 불교신자라는 말... 어쨌거나 이 꼭대기에 묘를 썼으니 후손들은 여기까지 성묘를 와야 할 판. 건강을 보장받아야 할 수 있는 행사겠다. 한참을 쉬었다가 출발. 신선봉 10:20, 5분 휴식.
급한 내리막, 그리고 한참의 평탄한 길. 키 만한 소나무터널. 발 아래에는 수북한 낙엽. 햇살이 강하게 비친다. 맑은 하늘. 따뜻한 양지, 담벼락에 옹기종기 붙어서 겨울을 나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 날씨는 새벽에 비해 완연히 풀려서 오히려 약간 덥게 느껴진다.
곰넘이재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참새골입구라는 이정표. 목원대학교 표언복이라는 분이 붙여 놓은 친절한 탈출로 정보. 같은 대전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곰넘이재 11:04, 6분 휴식. 고직령이라고 생각되는 곳 휴식 9분.
구룡산 오르막. 신선봉이나 비슷한 정도의 오르막. 최심님의 속도가 오르막에서는 많이 줄어든다. 헉헉거리면서 올라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열명이나 된다. 대장도 만난다. 이제는 완연한 후미 팀이다.
산들이 수도 없이 많이 보인다. 태백산이 저거다. 저거는 소백산이다. 저 건너는 함백산이다, 뭐다... 모두들 산을 둘러본다. 진짜 청명한 날씨다. 최심님은 지치는지 바닥에 누워버린다... 한참을 쉬었다가 역시 가장 끝에서 출발. 구룡산 12:26. 휴식 9분.
아까는 박범석님이 최심님의 가방을 메고 있더니 이제는 김주호님이 메고 있다. 두 사람의 노고가 대단하다. 한참 내리막이다. 내리막은 부상을 입은 사람에게는 더욱 힘이 드는 지 점점 지쳐가는 것 같다. 아이들 얘기를 주제 삼아서 한참을 내려오니 첫 번째 임도가 나타난다. 이제는 거의 다 왔다는 안도의 숨을 쉰다.
소나무 숲이 한차례 나타나고 헬기장. 최심님이 누워버린다. 내일 함백산구간 땜방을 하기 위해 태백사무소에 운전을 부탁했었는데 그 사람이 올 때가 가까워 오고 있다. 초조하다. 마침 박천용님이 오기에 최심님을 부탁하고 속도를 내 본다. 두 번째 임도에 다다르기 전에 휴대전화가 울린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홍성택님이 선두에 있어 이미 도달하였을 터이니 찾아 보라하고 내쳐 속도를 더한다.
헬기장으로부터도 한참을 내려오니 겨우 두 번째 임도. 그러고도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아마도 서너개 정도의 날망이를 넘어서 오늘의 종점 도래기재르 내려가니 사람들이 박수로 우리를 맞아 준다. 아마도 최심님하고 같이 오는줄 알았던지... 막걸리 한잔하고 있으니 최심님 일행도 내려오고 태백사무소 차도 도착한다. 다들 모여서 사진 한 장 찍고는 내일 땜방할 우리 세 명은 버스와 작별을 고한다. 끝. <산행경로 및 경과시간> - 후미
<오늘의 산꾼들> 30명.
구 간 |
시 각 |
경과시간 |
휴식, 식사, 기타 |
구간소요시간 |
순수산행시간 |
화방재 출발
사길령 매표소 산령각 유일사 쉼터 주목군락 망경사 갈림길 장군봉 천제단 하단 부소봉 갈림길(부쇠봉) 아침식사(깃대배기봉 안부) 깃대배기봉(두리봉 갈림길) 대장(조난소식 전달) 차돌베기(삼거리, 동행) 신선봉 곰넘이재 고직령 구룡산 임도 1 헬기장 임도 2 도래기재 |
4:13
4:21 4:35 5:24 5:43 5:54 6:05 6:13 6:21 6:25 7:19 8:01 8:46 9:02 10:20 11:04 11:37 12:26 13:18 13:43 14:13 14:40 |
0:00 0:08 0:22 1:11 1:30 1:41 1:52 2:00 2:08 2:12 3:06 3:48 4:33 4:49 6:07 6:51 7:24 8:13 9:05 9:30 10:00 10:27 |
알바 0:10 휴식 0:03 아침식사 0:37 기다림 0:10 휴식, 기다림 0:18 휴식 0:05 휴식 0:06 휴식 0:09 휴식 0:09 휴식 0:02 |
1:11 0:49 1:06 1:43 1:18 0:44 1:22 0:52 1:22 |
1:01 0:49 1:03 1:01 1:00 0:39 1:07 0:43 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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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 1:49 | 10:27 | 8:43 |
첫댓글 산행기에 쓰인 사진중 일부는 오랑우탕님이 제공하신 것 입니다. 감사합니다.
초류님! 산행기 감사 드립니다. 아니? 그놈에 태백산추위 하고는 웬수가 졌나, 작년 4차팀 통과때(2002년12월8일)는 폭설이내려 죽을고생? 하였는데 이번엔 초겨울 찬바람, 강풍이 어찌나 매섭던지. 콧물-은 자꾸나오구? 산신각에 들어가 사탕 여섯봉지 꺼네서 잘먹었슴, 근데 이번 15회 산행때 박달령 산신각에선 뻥이야!
초류님혼자산행하기도어려운데 여러가지 도움을 많이 받앗읍니다 보살펴 주신덕분에 한고비 넘겻습니다 함께해주신 악우들이 있기에 자신감이 생김니다 5차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