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체육관 정기모임 후기

어젯밤에 썼어야 했는데 게으름 피우느라 못올리고 오늘 써봅니다. 이제 3개월차인 제가 참석해도 괜찮은건지 좀 주저하면서 갔었는데 사람도 붐비지 않은 휴일 오후의 산행도 좋았고, 더욱 순해진 참이슬 주고받는 술자리까지 잘 즐기고 왔습니다.   실은 지난 1주년 기념 모임 때 관장님께서 나오라고 하셔서 나간다고 하고서는 그날 안갔답니다. 이제 막 시작했으면서 1주년 기념 자리에 가기 좀 낯뜨거운 감이 없지 않아서 그런 거긴 한데 그래도 생각해보겠다고 말씀드린 것도 아니고 간다고 하고서 안간게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모임에는 꼬옥 가려고 했고, 모의고사를 치르고 저녁 술자리에만 갈까 하다가 그냥 모의고사 째고 산행부터 참석했습니다.   일단 약속시간은 오후 한시, 일요일이니 적당히 게으름 피우면서 미적미적거려도 부담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겨울산은 해가 빨리 떨어지니 시간 적절했죠? 오분쯤 전에 체육관 앞으로 갔는데 관장님과 아침에 축구모임 하셨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8시부터 12시까지 축구하시고 오신 분들이 바로 또 산행하실 수 있으실 줄이야. 딱 와보니 관장님께서 아침에 공차러 안나오셨다고 공격받고 계시더군요. 전날 술때문에 몸이 좋지 않은 와중에 걸려온 전화에 "지금 '지방'에 있어서 못간다"고 하셨는데 '집안'에 계시면서 '지방'이라고 했다고 구박받으셨죠. ^^:   관장님과 완전히 산행 복장을 갖춰입으시고 오신 연세가 지긋하신 큰형님을 필두로 해서 모두 여덟명이서 체육관앞을 출발한게 1시 15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1시 약속이니 별로 지체가 없었죠. 저는 처음이라 잘 모르지만 매번 나오시던 분들이 몇분 못나오셔서 다른 분들이 많이 아쉬워하셨습니다. 일단 출발할 때 점심을 안챙기고 나온 분들을 위해서 관장님이 주먹밥을 각각 한덩이씩 안겨주셨죠. 사다주신 석우형도 감사합니다.   산행코스는 일단 5515종점쪽이었습니다. 제가 군대시절을 빼고도 이 동네에 5년째 살고 있는데 신동아 아파트쪽은 한번도 못가봤거든요. 종종 그쪽으로 가시는 산행복장이신 분들, 그리고 내려오시는 분들 보긴 했는데 이쪽으로도 등산로가 있는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쭈욱 올라가다보니 여느 산길을 능가하는 가파른 포장도로가 저희를 반겨줬습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웠어도 뒤로 밀리지 않을까 주차된 차들이 걱정될 정도로 가파라서인지 아직 신림9동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산행이 시작된 기분이었습니다. 참 아끼면서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버스 종점을 지나고 길 옆의 고시원들을 지나치면 산행의 시작을 알리는 절 등룡사가 마지막 건물입니다. 그리고는 바로 산행길이었습니다. 따로 등산로 공사를 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꼬불길에 이리저리 갈림길이 많아서 처음에는 걷는 느낌이 좋더군요. 처음에는 그다지 가파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착각일줄이야. 전 남쪽지방 출신이고 서울 올라와서는 산에 올라본 적이 없어서 중부지방의 바위산들에 대해서 듣기만 했지 체험해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점점 산 능선에 가까워지면서 가팔라지고 여기저기 가파른 바윗길이 속속 나왔습니다. 이러다보니 슬슬 1진과 2진의 차이가 벌어지더군요. 솔직히 몇시간을 축구하시고 옷만 갈아입고 오신 분들이 힘든건 당연한데 편하게 늦잠자다 온 저도 힘들더군요. 게다가 다들 걸음이 빠르시고 중간에 쉬질 않으니 운동은 참 많이 되긴 했지만 따라가느라 고생했지요. 특히 용석형님 막걸리 한잔을 위해 전날의 술기운에도 불구하고 독기를 품고 산에 오르셨습니다.   거리로는 그렇게 멀지는 않았지만 능선쪽을 타서 그런지 몰라도 길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마지막 고비라 할 수 있는 곰바위에서 칼바위 구간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빡세더군요. 은근히 위험해보이는 부분도 있었고요. 이런 구간을 밤새 술드시고 새벽에 맥주 사들고서 올라오신 분이 계실줄이야. 곰바위 지나서 A팀과 B팀 코스가 갈렸습니다. 관장님과 상호형 등은 험한 능선코스로, 지원형님 인솔로 저희들은 산허리 코스로 갔지요. 저한테는 확실히 다행이었습니다. 공터를 지나 목적한 전망대에 도착했는데 산이라 전화가 불통이고 어디서 보기로 미리 말을 안하는 바람에 서로 십분가량 못만났었죠.   정상은 아니지만 서울 남쪽과 멀리 마포까지 보이는 전망대 경치가 죽이더군요. 삐죽삐죽 솟은 주상복합 건물들과 우리 신림동의 올망졸망한 다세대주택들이 비교되긴 했지만 그래도 신림동처럼 편한 동네가 어디있나 싶은 생각은 바뀌질 않더군요. 요즘 공기가 좋지 않은지 산에서 바라본 서울하늘은 회색빛 구름이 자욱하게 끼어있었는데 산에 올라 맑은 공기를 마시니 기분도 좋았죠. 오늘이 휴일이었는데도 이제 단풍은 끝물인지라 사람이 많지 않아서 호젓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래서인지 아니면 단속때문인지 열심히 산에 오르셨는데도 그 보상격인 막걸리 한잔을 못하신 용석형님의 분노섞인 절규는 참으로 처절했습니다.   올라오는데 한시간 약간 넘은 정도밖에 안걸려셔 지금 내려가면 시간이 너무 이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B팀의 사정상 여기서 다시 다른 데를 거쳐서 내려가는 것이 쉽지 않았죠. 갈까~하는 의견에 대해서 말없이 거부표시를 하는데 저도 한표 보탰습니다.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잠시 쉬고 바로 내려가는 코스를 골랐습니다. 중간에 물이 병아리 눈물만큼 나오는 약수터에서 물 500ml 받아서 여덟명이서 나눠마시고, 관장님과 상호형, 큰형님의 훌라후프도 보면서 쉬다가 산을 후딱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중간에 참으로 곧게 자란 착한 나무 한그루를 보면서 다들 감탄했던게 기억에 남네요. 거의 다 내려와서 아까 처음에 봤던 등사로 입구의 헬스장에서 다리벌려주는 운동기구를 유원지 놀이기구처럼 타면서 놀다가 체육관으로 향했습니다.   장소는 체육관 뽀짝 옆의 고기집 와돈. 엄청 두툼하게 썰어주시는 고기도 인상깊었지만  신참인 제가 이렇게 두꺼운걸 과연 제대로 잘 자를 수 있을까 걱정되서 주저하는 사이에 관장님이 척척 고기 썰어주신게 인상깊었답니다. 자료실에 올린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제의 3차 코스 중에서 와돈에서 있었던 시간이 아주 길었죠. 겨울이라 낮이 짧을 때라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네시에 고기집 들어가서 술먹기 시작한건 좀 빠르죠? 두툼한 고기를 솥뚜껑에서 구워서 연신 입으로 집어넣으면서 20도 벽을 깨더니 한층 순해진 참이슬을 연달아 마셨습니다. 제가 고기 먹성이 좀 좋은 편이라 잘 안먹는 사람들이랑 보면 눈치보이고 그랬는데 체육관 분들과 고기먹으니 그런 걱정이 없더군요. 인분수에 구애받지 않고 병에 걸린 것처럼 계속 먹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남자가 회비 2만원을 걷어야 하는지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슬슬 배가 채워지면서 소강상태를 보이던 술자리는 산행팀에 재주형과 내연누님이 오시면서 다시 활기를 뛰게 됩니다. 정말 부러워할만한 말끔한 피부를 가지신 태주형이 벌어온 돈으로 관장님의 몸을 흥정하고 사는 모습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관장님의 탄탄한 가슴이 한번에 오백원, 두번에 천원인줄은 몰랐는데 너무 싼 것 같습니다. T.T 관장님이 힘들게 버신 돈이니 내연누님 그걸로 과자랑 길거리 음식도 사드시고 남은 건 저축하셔요. 다들 먹는 와중에 관장님께서 중간중간 사진 찍어주셨죠. 이번에 올린 사진도 디카 배터리를 사서 넣지 않았더라면 한장도 없었을거구요. 역시나 게으르고 물정모르는 막내..반성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여덟명이서 시작해서 열명으로 늘었는데 계산서가 진짜 궁금했습니다. 술은 열댓병이라고 들었지만 어제 먹은 고기는 과연 몇인분일런지. 저희가 매상 참 많이 올려준듯 합니다.   와돈을 나서서 체육관 앞에서 입간판을 배경으로 전체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가 나와야 하는데 누군가 한명은 찍어야 하는 상황을 마침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시던 분이 찍어주셨네요. 알고보니 관장님께서 단골로 식사 시켜드시는 식당분이시더군요. 전 어제 찍은 사진들 중에서 이 사진이 제일 맘에 들더라구요. 1차는 '와'돈에서 먹었으니 2차는 '와'우호프로 가자는 관장님 제안대로 2차 자리로 옮긴게 아마 7시 30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 여기서 빠져서 더이상의 에피소드를 전해드릴 수가 없네요. 아쉽습니다. 다만 2차 자리에서 점잖으셨던 큰형님께서 소맥폭탄을 돌리셨고 관장님은 취하실 정도셨다고 하니 주량이 약한 저로서는 빠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중간에 빠져서 3차 노래방을 가지 못했기 때문에 노래방스타인 용석형님의 위용을 접하지 못한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건 다음달 모임을 기대해봐야겠죠? 다음달은 두번째주로 돌아간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못뵌 분들 그 때 뵐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인사나누는 분들이 많다보니 서로 모르는 사이긴 한데도 멀게 느껴지지 않네요.   그럼 또 체육관에서 뵙겠습니다. 원투-투원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