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의 발전은 두개의 다리에 의해 견인되고 있다.
홍콩쪽 해상을 가로지르는 ‘선샹(深香)대교’와 선전-홍콩을 잇는 무형의 ‘금융대교’가 그것이다.” 국내 한 은행 관계자는 현지에서 보는 선전의 발전상과 비전을 이렇게 요약했다.
거리의 최첨단 빌딩 뿐만 아니라 거미줄 같은 교통, 금융센터로서의 변신 구상은 경제발전 초기 단순 수출가공구에서 벗어나 중국 제2 개혁개방을 주도하는 선두주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전 경제의 이런 발전상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김 위원장의 중국 남부연안 방문이 북한식 개혁개방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전을 비롯한 경제 특구의 비약적인 발전상에 다시 한번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멈추지않는 경제 실험=선전 특구는 지난 80년 5기 전인대의 ‘광동성 경제특구조례’를 통해 공식 발족됐으며 실제 건설은 79년부터 시작됐다. 동서로 뻗은 선전은 6개의 행정구로, 이중 난산(南山) 푸텐(福田) 루후(羅湖) 옌텐(鹽田)구가 특구에 속하고 바오안(寶安) 롱강(龍崗)은 일반구다.
선전은 우리의 마산이나 대만의 가오슝(高雄)과 같은 수출 자유무역지대로 출발했다. 이후 외자와 기술도입의 젖줄, 가공무역의 창구로서 현대화 발전에 주동적 역할을 해왔다. 인근 광둥(廣東)의 주하이(珠海) 산터우(汕頭), 푸젠(福建)성의 샤먼(厦門)등 다른 특구와 함께 나란히 기계설비와 원자재 관세, 기업 소득세 면세 구역으로 지정됐다.
일찍부터 위안화와 외화태환권, 홍콩달러 통용을 허용했고 80년대 중반엔 외자은행 개방을 실시했다.
인구 1000만명에 육박하는 선전은 최근 교통망을 재정비하는데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 2003년 선전과 홍콩을 잇는 선샹시부통다오(深香西部通道)공사가 착공됐다. 선전과 홍콩을 잇는 4번째 육로로 현재 해상구간에선 총 5545미터의 대교 건설이 한창이다.
이 다리가 연내 완공되면 선전 서부와 홍콩 교통은 불과 10분대로 단축된다. 시부통다오는 광저우-선전간 제2고속도로와 연결돼 이들 도시 교통을 1시간대로 좁힐 예정이다. 더욱이 2007년 선전과 광저우간 강변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북쪽 광저우에서 선전을 지나 1시간이면 홍콩에 닿을수 있게 된다. 중국은 선전을 중심으로 지난 80년대 중반 북으로 광저우, 서쪽으로 주하이를 잇는 중국 최초의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또한 철도로 광저우와 선전 홍콩을 연결, 일치감치 선전을 거점으로 남부 연안 경제발전의 기초를 다져왔다.
덩샤오핑(鄧小平)은 89년 텐안먼 사태로 ‘개방호’가 머뭇거리자 선전을 방문해 개혁개방을 재차 촉구한 바 있다. 이른바 지난 92년 1월 18일~1월 21일에 있었던 남순강화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비슷한 시기 수백명의 관료를 이끌고 선전을 찾은 북한 김 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더해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로 변신=작년 12월 선전시 리홍충(李鴻忠) 당위 서기는 500명의 직원을 모아놓고 홍콩을 지렛대로 하는 국제금융도시 전략을 밝혔다. 선전과 홍콩간 금융 일체화를 목표로 양 지역간에 거대한 ‘금융대교’를 놓겠다는 구상이다.
홍콩 금융기구의 배후기지로 선전은 재무 회계분야 등의 중개 기구와 금융상품 생산 기능을 맡기로 했다.
선전은 그동안 수출 가공기지로서 홍콩을 무역활동의 교두보로 활용, 상생을 도모해온 경험이 있다. 이를 거울 삼아 선전은 금융산업 육성에 전 행정력을 투입키로 했다.
이와관련, 심천 우리은행 이성만 분행장은 “선전시 정부가 외국은행의 지점 설립시 200만위안의 보조금과 임대료 일부를 지원하는 등 외자계 금융자본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홍콩의 핵심경쟁력인 금융과 연관산업, 현대물류업을 중국내 광대한 기업 자본에게 중개하는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얼마전 은행 보험 증권 기금 각금융기구가 참석한 가운데 선전에서 금융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는 선전이 베이징 상하에 이어 3대 금융중심지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현재 30조위안에 달하는 중국의 금융자산총액은 2020에는 100조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전 금융 관계자들은 국제 금융도시 구상이 실현되면 이중 적어도 30%는 선전의 금융이 주무르게 될 것이라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선전 증권거래소의 장위쥔(張育軍)은 “선전은 GDP총량과 하이테크제품 생산액, 외자도입 등에서 전국 도시 가운데 모두 수위를 차지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 금융의 월가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선전기업들의 유동자금중 80%이상은 일반 금융업이 제공한 것이다. 최근에만 70여개 상장기업들이 증시를 통해 400억위안을 조달했을 정도로 금융업이 선전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는 절대적이다.
아직 홍콩에서 위안화가 완전 태환화하지 않고 있는 점이 금융 일체화을 위한 선전-홍콩간 금융대교 구상에 장애가 되고 있지만 홍콩에서 위안화유통이 늘어날 수록 이런 문제도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에서는 최근 많은 지역과 상점에서 위안화와 홍콩달러가 1대 1의 환율로 통용되는 등 위안화 유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와관련, 현지 금융업계 관계자는 “북한의 김위원장이 이번 중국 남부 연안 방문에서 선전 일대의 교통 상황과 금융업, 하이테크 첨단산업 개발단지 등을 두루 돌아본 것으로 안다”며 “그가 특히 금융업이 선전 특구 발전의 일등공신이라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