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남해
- 명산대찰, 여름휴양지, 명사배출, 문화유적의 보고--
행촌수필, 안골은빛수필 문학회 이윤상
그 옛날 유배지이던 남해가 보물섬으로 변할 줄 누가 상상이나 해보았겠는가.
내가 남해를 처음 찾은 것은 1969년 여름방학 중 전주남초등학교 직원여행 때였다. 그 때는 비포장 도로 산비탈 길을 굽이굽이 돌고 돌아, 하동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다. 숙박시설도 열악하고 원시적인 농어민들이 사는 섬이었다. 그러나 1973년 남해대교가 개통되면서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하동군과 남해를 연결한 아름다운 현수교, 남해대교 주변에 벚꽃이 만발하면, 관광객들이 전국에서 몰려온다. 산악회에서 금산 보리암, 호구산을 몇 번 가보고, 유람선도 타보고, 창선-삼천포 연륙교를 돌아보니, 관광객들의 이상향(理想鄕)으로 떠오른 섬이었다.
작년 봄에는 남해 제1의 명산, 금산을 돌아보았다. 금산(705m)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온통 기암괴석으로 뒤덮여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태조가 임금이 되기 전에 이 산에서 100일 기도 끝에 조선왕조를 개국하게 되자, 온산을 비단으로 덮어 준다고 했으나, 실행하기 어려워 중신들과 상의한 끝에 이 산 이름을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錦山)이라 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지리산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려 형성된 산으로 합천의 가야산, 지리산과 자웅(雌雄)을 겨루고, 중국의 남악(南嶽)에 비견되기도 한다. 바다 속 신비한 명산이라하여「소금강산」혹은 작은「봉래산(蓬萊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금산이 명산으로 칭송을 받게 된 것은 섬과 바다를 품에 안고, 속세를 떠난 신비감을 주기 때문이다. 비둘기봉, 개바위, 해와 달을 닮았다는 일월암, 흔들바위, 닭바위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즐비했다. 대장봉, 사자암, 향로봉, 쌍홍문, 음성굴과 울창한 숲이 바다와 조화를 이룬 금산 38경을 언제 다 돌아볼 수 있을까.
금년 4월 초순에는 W산악회에서 섬진강 벚꽃 백리 길을 구례토지면에서 하동포구를 거쳐, 남해대교까지 꽃비를 맞으며 돌아보았다. 남해 호구산 진달래 향기에 취해보기도 했다. 단풍이 비단처럼 울긋불긋 수놓은 금년10월 28일 안골복지관 서예동호인들과 함께 보리암에 다녀왔다. 망망대해가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금산의 기암절벽 영봉에 자라잡고 있었다. 신라 신문왕 때 원효대사가 세웠다는 고찰로, 동해의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전국의 삼대 기도도량으로 유명하다. 선거철, 입시철에는 소원을 비는 이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고 한다. 법당 뒤의 대장봉, 그 왼쪽에 농주암, 그 아래 화엄봉, 어디를 보아도 절경 아닌 데가 없다. 해수관음상 앞에서 법당 쪽을 바라보니 기암들의 조화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남해는 제주도, 거제도, 완도 다음 네 번째 큰 섬이다. 금산, 설흘산, 응봉산, 호구산, 등 명산과 절묘한 바위, 운대암, 보리암, 화방사, 망운사, 법흥사, 용문사 등, 유명한 사찰, 충무공의 전적지, 충렬사, 유배문학관 등 문화유적의 보물창고이다. 또한 남해는 P국회의장, K장관, S장관을 비롯하여 정치계, 관계, 학계의 명사들을 많이 배출한 고장이다. 조선시대 유배지로 고관대작들이 살다간 곳이다. 우수한 혈통의 씨를 이어받아 인재가 많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주민들은 마늘농사를 지어 자식들을 법과대학으로 진학시켜서, 고급관료를 많이 배출했다는 말도 들었다.
남해군은 357㎢면적에 1읍 9개면 주민47,500명이 살고 있다. 유인도 3개, 무인도 76개로 이루어진 다도해역이다. 1981년 12월에 전남해안의 섬1,891개와 경남해안의 419개 섬을 묶어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되었다. 볼거리가 참 많은 섬이다. 나비생태공원, 힐튼남해골프, 스파리조트, 해오름예술촌, 바람흔적미술관, 남해유배박물관, 양모리학교, 미국마을, 독일교포정착촌 독일마을, 가천다랑이마을을 돌아보자면 1박 2일도 모자란다.
물건방조어부림(천연기념물 제150호)은 만여 그루의 울창한 숲이 반원형을 그리며 1,5㎞의 방풍림으로 조성되었다. 숲과 어우러진 몽골해안은 남해바다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독특함을 자랑하고 있다. 남해 섬을 연결한 다리가 또 하나 생겼다. 남해군 창선도와 사천시를 연결한 창선-삼천포대교는 2003년에 개통되어, 여러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륙교로 야경이 절경이다. 아름다운 100길로 선정되었다. 개통 뒤에 연륙교를 보려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구름처럼 모여들기도 했다, 나는 현직에 있을 때 교장단 여행으로, 연륙교를 도보로 건너본 추억이 아련하다.
남해대교 유람선은 관음포(이락사)→난초섬 →광양만→하동화력→하동포구까지 1시간 일주하는데, 줄을 서는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창선 유람선은 담함대교→율도→월등도(비토섬)→마도→삼천포→늑도로 1시간 돌아오는데 선유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또한 선구몽돌해변, 상주은모래, 송정솔바람, 두곡 월포, 사촌해변의 해수욕장이 피서객들을 끌어 모은다. 산상체험, 갯벌체험, 해상낚시, 홰바라체험, 카양체험, 석방렴체험 등 놀고 즐기는 체험장도 많다. 남해는 축제가 많기도 하다. 마늘축제(5월중), 멸치축제(5월), 예술촌꽃밭축제(5월), 섬머퍼시티벌(8월2일~4일), 독일마을맥주축제(10월초), 해맞이축제(1월1일), 화전축제 등이 있다. 특산품은 남해마늘, 유자, 우리밀국수, 멸치액젓, 나전칠기, 생선회, 전복, 멸치, 향이 유명하다. 유명한 산, 유서 깊은 절, 유람선, 해수욕장,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한 남해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사철 끊이지 않는 인기절정의 보물섬이 되었다.
-남해의 산, 절, 대교, 유람선, 해변, 문화유적을 돌아보고 와서- 2013.11.25-쓰다.
이상향[理想鄕]-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이상적이고 완전한 상상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