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미래는 관광에 있다’ 개척 첫 삽 ‘한림공원’
10만여 평 아열대식물원, 제주석ㆍ분재원 등 조성
레저나 관광이란 말이 생소했던 1971년, ‘제주의 미래는 관광에 있다’ 생각하고 모래밭 신화를 달성한 재암 송봉규 선생. 그는 10만여 평의 황무지 모래밭에 야자수 씨앗을 뿌리고 가꾸기 시작해 현재와 같은 야자수 물결치는 세계적인 식물의 낙원 ‘한림공원’을 조성했다. 개척의 첫 삽을 뜬 재암 선생이 손수 조성한 제주 관광명소 한림공원은 환상적인 관광 매력으로 인해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한림공원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야자수길’이 시선을 끈다. 야자수와 선인장으로 조성된 이 길은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한 겨울에도 여름을 느낄 수 있는 야자수길이 처연하게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아열대식물이 서로 다독거리며 이색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2000여종의 아름답고 희한한 식물들이 살아 숨 쉬는 아열대 식물원에는 야자수 정원, 선인장 정원, 열대과수원, 관엽식물원, 플라워가든, 허브가든, 열대식물 유리온실 등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테마정원이 펼쳐진다. 다양한 식물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한림공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 유일의 2차원 동굴로 알려진 협재굴과 쌍용굴이다. 천연기념물 제 236호로 지정된 용암동굴지대도 마찬가지다.
이들 동굴은 북서계절풍에 의하여 해변에서 날아와 동굴 위에 쌓인 조개가루가 오랫동안 빗물에 용해되어 이온상태의 석회수로 변했다. 바위틈으로 동굴내부에 스며들어 새까만 용암동굴이 황금빛 종유동굴로 탈바꿈해가고 있는 살아있는 동굴이다. 이러한 2차원의 동굴은 전세계에서 한림공원이 유일하며 유고슬라비아의 해중종유굴과 함께 세계 3대 불가사의한 동굴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제주사람들은 용암동굴이 오름과 더불어 제주의 보배라고 곧잘 말한다. 기기묘묘한 생성물로 장식된 용암동굴은 제주자연의 결정체라 강조할 만큼 동굴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다. 동굴을 온전하게 후세에 물려줘야 하기에 보존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아열대 식물원과 비교되는 아기자기함으로 무장한 제주석ㆍ분재원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기이한 바위와 다양한 분재를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 분재수령이 적게는 10년에서 많게는 300년에 이른다. 남미 아마존강에서 채취한 대형기암괴석 등이 분재작품들과 어우러져 색다른 맛과 멋을 풍미한다.
재암 민속마을은 규모가 작긴 하지만 구색은 갖추었다. 점점 사라져가는 제주 전통초가의 보존을 위해서 제주도 중 산간지역에 있던 실체 초가를 원형 그대로 이설 복원해 놓았다. 제주 특유의 돌담 위해 핀 동백이 붉게 피어나고 있다. 문득 오페라 ‘춘희’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동백이 제주 사람을 닮은 건지 제주 사람이 동백을 닮은 건지 동백과 제주인은 닮은꼴처럼 여겨진다. 세찬 바람 속에서도 곱게 피어나는 동백이 더없이 아름답게 보인다. 민속마을에서는 간단하게 민속놀이도 즐길 수 있다.
마치 한 나라를 탐방한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한림공원을 벗어나 서남부 지대 해안을 끼고 우뚝 서 있는 산방산을 향했다. 해발 395m의 거대한 용암덩어리로 이뤄진 산이다. 마치 종(鍾)을 연상하게 한다. 높이 150m 지점에는 제주 영주10경 중 하나인 산발굴사라는 천연동굴이 자리하고 있다. 산방굴사는 길이 10m 너비와 높이가 5m로 추사 김정희가 자주 찾아와 수양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오름의 봉우리에 있는 봉수대와 달리 통신시설인 연대(煙臺), 즉 산방연대가 해안 구릉에 위치해 있다. 해안으로 접근하는 적국의 배를 자세히 관찰하는 동시 필요시에는 적군과 전투를 하기 위한 요새적인 시설이기도 하다.
이 산방연대는 조선시대 세종 19년(1437)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여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에는 38개의 연대가 있었다. 연대들은 서로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빛으로 연락했다고 한다.
제주는 어디를 가더라도 한 폭의 그림이며, 액자 속 사진이다. 마음속에 그렸던 제주의 풍경을 담기 위해 마음을 비웠다.
고은희
사진설명
한림 : 재암 송봉규 선생이 개척한 ‘한림공원’
한림2 : 한림공원 내 야자수길
한림3 : 올망졸망한 수석군이 앙증맞다
한림4 : 한림공원 내 동굴
한림5 : 돌하르방이 있는 풍경
한림6 : 재암 민속마을 풍경
한림7 : 한림공원 개척자 재암 송봉규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