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수석코너 원문보기 글쓴이: 청심
아내의 휴가
2011. 08. 21[日] |
산지: 양양 11 * 20 * 7
50년을 살며 이렇게 까다로운 여름을 보낸 해도 없었고 앞으로도 만나기 싫은 계절의 일면이었다. 오죽하면 “빗소리만 들어도 겁이 난다.” “빗소리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는 말을 여름 내내 입에 달고 살았으며 내가 마치 열대우림 기후에서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착각마저 갖게 하였다.
최근 들어 ‘기상관측 이래 최고’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지구촌 전역이 극심한 기상이변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와 같은 기상이변은 엘리뇨와 라니냐가 짧은 시간에 교차하고 지구기온도 계속 높아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고수온 현상인 엘리뇨 현상이 나타나서 적도 부근의 동태평양의 온도가 올라갔다가 몇 개월 후 엘리뇨 현상은 사라지고 그곳에 저수온 현상인 라니냐현상이 나타나는데 기상전문가들은 1~2년 주기로 일어나야할 엘리뇨와 라니냐가 짧은 간격으로 일어난 것으로 인한 급격한 해수 온도 변화를 최근 계속되는 지구 곳곳의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기상이변이 원인이 되어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집중호우, 산불 등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재산, 인명피해가 크게 늘고 있는데, 인접한 러시아도 폭염으로 인하여 낮 기온이 40도를 넘어서고 체감온도는 50도에 육박하는 날씨가 수 주 째 이어지기도 하였고 계속되는 폭염에 건조한 날씨까지 겹쳐 최악의 산불이 발생하였으며 많은 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상기온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겨울철 혹한과 여름철 폭염, 폭우는 물론 뚜렷한 사계절을 자랑하던 봄과 가을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올해에도 겨울 폭설과 강추위, 늦은 봄까지의 이상저온 그리고 예년에 비해 때 이른 장마가 왔고 폭염과 많은 태풍이 예상되어 이러한 기상이변으로 순식간에 몇 십mm의 비를 쏟아 붇는 국지성 폭우로 내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 관악구 미성동(구, 신림동)과 인근 서초동 소재 우면산 그리고 여타 지역에 크고 작은 산사태로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2011. 07. 27 서울 일부 지역 집중호우 때
우리 동네 도로의 모습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일은 이러한 기상이변은 해마다 더 많아질 것이 예상되므로 관[官]과 민[民]의 정서로 구분되어 서로 자연재해, 인재 운운하며 책임의 소재를 따지는 불요불급한 소모전 이전에 앞으로 그 피해 또한 예측 가능한 일이기에 이젠 미증유 발생하지 않았던 기상이변에 대한 물리적 혹은 심적 대비가 필요하겠다는 소견이다.
집중호우로 인하여 하수구 용량 초과에 따른 역류현상으로 내가 거주하는 주택 1층도 일부 침수가 되어 세입자 3가구가 고통스런 여름을 보냈으며 나또한 서울 지역 누적 강수량 410.5㎜의 폭우가 쏟아지며 서초동 우면산 등 피해를 입혔던 7월 27일 다음 날인 28일(木)은 둘째아들이 육군 신병 훈련을 마치고 면회가 허용되는 날이라 아들을 보고 싶은 아내의 심정을 헤아려 곳곳 유실된 도로를 피해가며 우회 도로를 찾아 강원도 화천 7사단 신교대 면회를 다녀오는 등 그야말로 자연재해로 인한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며 보낸 여름이었다.
강원도 화천 7사단 신교대에서 아들을 면회하고... 좌로 부터: 본인(청심), 이병 배원욱, 아내, 막내 다운이
그렇게 우리 가족은 물론 온 국민이 힘들었던 2011년도 여름을 보내고 중등 3년인 막내 딸 다운이가 다음 주 개학을 앞두고 있다며 아내가 둘째처형과 함께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20일(土)부터 22일(月) 까지 강원도 속초에 거주하시는 셋째 처형도 만나볼 요량으로 2박 3일 간의 여행을 다녀온다고 하기에 얄궂은 날씨로 인하여 힘든 여름을 보내고 모처럼의 해맑은 날씨를 기회로 여름 끝자락의 여유를 즐기겠다는 아내에게 서비스도 제공하고 나도 일출을 보고 싶은 마음과 탐석의 갈증도 해소할 생각으로 20일 퇴근 후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속초까지 직접 데려다 주기로 하였다.
20일 21:00에 주간 근무를 마치고 서울을 출발하여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와 홍천, 미시령 터널을 경유해서 강원도 속초시에 도착하니 23:30으로 자동차 미터기 기준 약 200km의 거리가 2시간 30분 소요되니 매번 양양으로 탐석을 다니며 느꼈지만 예전 꾸불꾸불 강원도 길에 비해 지금의 도로가 너무도 좋아졌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만난 세 자매가 혈육의 정으로 대화의 꽃을 피우는 것을 뒤로하고 내일 새벽 일출을 보고 저녁 당직 근무가 예정되어 출근을 해야 되기 때문에 핸드폰 알람을 05:00에 맞추고 누웠지만 밤이 새도록 이어지는 셋째 동서의 콧구녕에서 품어져 나오는 메가톤급 기차 화통 삶는 소리와 세 자매의 수다로 인하여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비몽사몽 쪽잠을 청하고 알람 소리에 일어나 거실로 나가니 좌 탁에는 빈 맥주 캔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고 그 시간까지 이어지는 세 자매의 대화 내용은 마치 안드로메다에서나 사용하는 언어와 흡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와 헤어지고 일출이 예정된 05:40분경에 맞추어 10km 가량 떨어진 돌밭 산지가 있는 양양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기다린 보람도 없이 구름 낀 하늘로 인하여 일출의 장관은 볼 수 없었다.
오늘 하늘의 모습이 바로 이랬다.
일요일 귀경 차량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07:30경 서둘러 출발하여 미시령 고개 입구에서 웅장한 울산바위를 담았다.
미시령 톨게이트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대명콘도 앞에서
미시령 옛 길 중간 지점인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미시령 정상에서 이렇게 자전거를 이용하여 고개를 오르는 철인도 만났다. 자동차를 이용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정상에 오르면 또 다시 내리막 길이 이어지는 순탄한 주행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어찌 인생의 여정과 이렇게도 닮은꼴일까 하며 귀로에 많은 것을 되돌아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 / 청심
인생은, 조각구름 하나가 공허한 시선에 멈추어 쉬듯이 피곤한 철새가 나뭇가지에 잠시 걸쳐 쉬듯이 그저 구름따라 바람따라 쉬듯이 사는 것인 것을... 시선에서 사라지면 기억의 저편으로 그렇게 잔상으로 남을 일인 것을...
홀연히 잊혀진 세월과 함께 가슴에 묻어둔 사람들도 잊혀지고 알알이 맺힌 기억의 잔상으로 추억만 생각나는 것을... 인생은, 되돌릴 수 없는 기억의 끝자락에서 아픔이 잊혀질 즈음에 그 많은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초상으로 남을 수 있을런지 세월이란 그저 넓은 하늘의 바다를 떠다니는 구름인 것을... |
첫댓글 "세월이란 그저 넓은 하늘의 바다를 떠다니는 구름인 것을...
" 이글귀가 맘에 닿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