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끼오~
동찬오빠의 알람소리에 부스스 일어나 새 아침을 맞았습니다.
어제의 시끌벅적했던 광란의 밤(?)도 이제 추억이 되어 버렸고
잠결에 오늘의 일정을 생각해봅니다.
설문조사도 하고 캠프도 생각하고..음..
그러나 계속 잠이 쏟아지는 통에 벌떡 자리를 일어납니다.
어제 윤도현을 너무 열렬히 환호해서인지 팔도 다리도 성하지 않네요^^;;
광활에서의 식사는 언제 무엇을 먹어도 맛있습니다.
별로 생각이 없다가도 일단 한입 들어가면 어쩜 그리 맛있는지
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답니다.
아침식사 역시 이틀된 오뎅국과 사흘된 계란국이었지만..
참 맛이 좋았습니다. ^^
식사 후 마니또 발표!
조금만 잘해주어도 마니또가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해프닝은 생기지만
광활의 작은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의 지령이었던 선물주기은 주는이나 받는이나 아주 흡족한 지령이었지요
저마다 자기 마니또 자랑에 시끌벅적합니다.
그리고 오늘 있을 설문조사를 위해
조를 짜서 롤플레이 하고 설문 문항에 대해
함께 나누었습니다.
만나게 될 주민들도 아주 다양할 것이고,
설문 문항은 고쳐도 고쳐도 계속 고칠 것들이 나오고...
걱정이 됩니다...
드디어 설문지가 완성되고
상철암과 철암팀으로 나누어 돌구지를 나섰습니다.
며칠전 '공부방문화교실' 포스터를 붙이기 위해 잠시 다녀간 덕분에
상철암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네요^^
채수홍 선생님의 도움으로 상철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아파트 주민들에게 방송까지 해주셔서
좀더 수월하게 설문조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잔뜩 긴장하고 첫 번째 집에 들어섰지요
음, 젊은 분이군..분명 무언가 사연이 있겠지, 경제적으로 어렵겠지,
혹시 어딘가 장애가 있는건 아닐까??
또 저 혼자만의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철암에 사는 것 만으로도 무언가 결핍되어있고, 문제가 있고, 도움이 필요할 것 이라는 판단을 저도 모르게 하게 됩니다.
엊그제 채수홍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을 알게 된다는...
철암에 온지 이제 겨우 3주차,
아..그 3주라는 시간으로 이곳을 잘 아는냥 또 판단하고 선을 그어버린 제가
민망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내쉬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음 집의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대부분은 꽤 호의적이셨습니다.
젊은 부부도 많았고, 철암을 좋아하시는 분도 많았고,
어르신들이라고 해서 글을 모르시거나 지역에 관심이 덜하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때론 진폐증으로 돌아가신 남편얘기를 하시며 하소연 하시는 분도 계셨고,
몸이 불편해 아파트 5층을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한번도 집밖에 나오신 적이 없다는 할머니도 계셨습니다.
혹시 선거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닌지 의심하시는 분도 계셨고, 저녁으로 드시던 떡을 내어주시며 참으로 수고한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도 계셨지요
그러나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빈집이 많았고,
퇴근 후라 너무 피곤하다며 정중히 설문조사를 거절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이 거절을 당해도 기분좋게 웃으며 돌아설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어느덧 깜깜해지고
설문조사를 종료하고 돌구지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게다가 눈발까지 살랑살랑 날리고 있어요.
태백의 눈꽃 축제도
눈도 안오고 사람도 없어 썰렁한데
누가 철암까지 오겠느냐고 하신 어떤 아저씨의 말씀이 생각났어요.
눈이 내리면 태백 눈꽃 축제도 사람들로 좀 붐비게 될지도 모르겠고,
그럼 철암 주민들도 희망을 좀 갖게 될까요??
저녁을 먹고 오늘의 일정을 함께 나누고 나니
그새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습니다.
더불어 낮에 빨아놓은 빨래들이 우스꽝스럽게 얼어있어
광활팀은 또 한바탕 커다란 웃음을 터뜨립니다.
사소한 것에도 웃고 즐기는 우리 광활팀이 참 정겹고 좋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동안 몇몇은 벌써 눈싸움을 하고 돌아왔고,
그새 소장님 둘째아들 형일이는 눈덩이에 맞아 코피까지 쏟았다네요
아..형사모 (형일이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으로서 가슴아픈 소식이었으나
다들 재미있게 놀았던 흔적으로 여기니 저도 큰 걱정은 안되어요ㅋㅋ
오늘 하루 일정도 감사하며 기분좋게 마무리 짓습니다.
광활마무리가 일주일도 채 남지않아
지금 지나고 있는 이시간도 참 애틋합니다.
첫댓글설문조사 첫날의 스케치가 참 낭만적이네요.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읽어내렸습니다. 둘째날도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합니다. 하나님께서 앞서 행하시며 사람을 예비하시고 연결하시고 풍성하게 채워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선영이에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방학(?) -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설문조사 첫날의 스케치가 참 낭만적이네요.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읽어내렸습니다. 둘째날도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합니다. 하나님께서 앞서 행하시며 사람을 예비하시고 연결하시고 풍성하게 채워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선영이에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방학(?) -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선영~~아침의 오뎅볶음과 점심의 짬뽕라면은 왜 빼~~!! 젤루 맛난 것데..누가 보면 짜투리만 준 줄 알잖아..ㅋㅋ~~^^ 정말 맛있었지? (그럼..누가 한건데..오호호~~~^^;) 힘들었지만 가치가 있었던 지역욕구 조사였어..설원에서 즐기는 욕구조사!!
즐거웠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