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따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많은 사랑과 찬사를 받아온 자연물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아름다움,화려함,번영,영화로움 등의 의미로 사용되어,어여쁜 여자의 얼굴을 화용(花容), 화안(花顔)이라 하고, 경사스럽고 번영한 일이 있을때에는
'그 집안에 꽃이 피었다', '웃음꽃이 핀다'하였으며, 과거에 장원급제한
사람에게 어사화를 내려 영화로움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오랜 옛날부터
구애.숭배,존경.친애의 표시.위문,축하의 마음 등을 전하고자 할 때 가장
즐겨 꽃이 선택되었고, 장례행렬에도 상여를 꽃으로 장식하여 저승길의
안녕과 극락왕생을 빌었다.
불교 역시 꽃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무소유,무욕을 이상으로 삼는
승려들은 기운 옷에 일체의 사치를 금한 거처에서 생활을 한다. 그러나
법당,불단,탑,석등 등 부처님의 세계를 묘사한 각종 건축물과 조각품은
더없이 화려하고 장엄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는 단순히 부처님에
대한 경배와 외경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은 세계,법을
깨우친 불국정토의 영원하고 행복하고 자유롭고 번뇌가 없는 상락아정(常樂我淨)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법당의 천장,대들보,불단 등에는 하늘을 하는 용과 극락조 아름다운 연꽃과 길상을 상징하는 갖가지 꽃문양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긴 천의를 너울거리며 꽃을 뿌려 산화공양하는 비천상 역시 법희선열의 환희로운 세계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꽃 중에서도 불교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것은 연꽃이다. 연꽃의 자태와
특성은 불교가 나타내고자 하는 뜻을 함축하고 있으며, 연꽃을 통하여 오묘한 불법을 펼치기도 한다. 불성을 상징하는 연꽃의 특성은 대략 세가지 정도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연꽃은 진흙과 흙탕물 속에서 맑고 깨끗한 꽃을 피워낸다.이는
세속의 탐욕,분노,어리석음의 삼독과 다생의 윤회속인 혼탁한 세상에 처하였다 하더라도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본래의 자성은 물들지 않고 늘 청정하다는 불교의 기본교리와 일치한다.
둘째, 연꽃은 꽃이 피는 동시에 열매를 맺는다. 다른 식물들은 꽃이 피어
성숙한 뒤 암수가 연결 되어야 열매를 맺게 되지만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생겨난다. 이는 모든 중생이 태어남과 동시에 불성을 함께 지니고
있으며,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기본사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셋째, 연꽃은 아름다움에 고상함과 기품이 있다. 연꽃이 지닌 아름다움은 수려함과 고결한 풍요로움으로 그려져, 세속을 초월한 깨달은 경지,
완성과 원만의 경지를 연상하게 한다. 따라서 아름다운 여인에 견주기보다는 세속을 초월한 선인, 원만의 경지에 이른 부처님이나 보살의 넉넉하고 청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연꽃은 불교의 깊은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와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 실로 연꽃은 우리 모두가 부처임을 나타내는 꽃으로서, 부처님의 진의를 그대로 담고 있는 진리의 꽃, 법의 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