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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4-25 철도여행기168 부산16(그녀의 행복을 기원하며......) |
오늘은 슬픈 여행입니다. 모든 것을 예감하고 선택하게 된 장소는 부산, 열차는 #239와 #510을 선택하였습니다. #239 무궁화호 서울(15:45)->부산(21:02) 오늘은 제가 그토록 좋아했던 그녀가 선택을 하는 날입니다. 선택을 받는 자 만이 앞으로 그녀의 사랑을 받는 것이죠. 그렇지 못하다면 신사답게 깨끗이,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물러나야 합니다. 그녀는 나하고 또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데 이제 한 사람을 선택하여 인생을 동행하게 되는 것이죠. 금요일 그녀는 저를 만나며 나를 선택할 것을 약속하고 나에게 부산으로 가지 말라고 계속 만류를 하지만 난 이미 선택을 받아서도 안되고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그러니까 금요일 그녀가 저한테 한 말은 거짓말이라는 것이죠) 또한 그녀의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미리 예정된 여행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결정적으로 그녀가 저에 대한 사랑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기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날씨도 흐리고 비가 오려는 조짐이 보이는 것을 보면 제 예상이 틀림없이 맞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녀가 나를 선택한다면 다른 남자는 저와 그녀 때문에......(그런 것이 싫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산에서 #510열차를 타고 500km가 약간 넘는 거리의 청량리까지 거의 9시간여 장거리 밤 기차여행을 하고 싶은 제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습니다.(청량리에서 부산까지 #509열차는 제법 타보았는데 #510열차는 한번도 타본 적이 없는 것도 있고요) 사실 이 것은 금요일(5월 23일) 조폭토끼님이 안동에 가신다고 해서 올라오는 열차에서 같이 합류를 하려고 하다가 미루어 진일입니다. 참고로 금요일에 조폭토끼님은 청량리역에서 #509열차를 이용하여 안동까지 간 후 약 50분을 기다려 다시 #510열차를 타고 청량리역으로 되돌아 온 일이 있었답니다. 안동역을 구경하고 하회탈의 모습이 담긴 역 방문 기념 스템프를 찍고 역무원님과 이야기를 하고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한 달 뒤에 다시 방문하겠다는 약속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 때 깜짝쇼를 연출하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 후 부산역에서 #510열차를 타고 되돌아오기를 하려고 했으나 역시 그녀의 간곡한 만류로......(아마 성사되었다면 조폭토끼님은 황당함 그 자체이겠지요, 일부러 좌석도 옆에다 붙여 놓았는데......)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세 번 정도 전화를 해 보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아마 필연의 선택 때문에 고민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토요일 원래 16:00까지 일을 하지만 한시간 삼십분 정도를 일찍 퇴근했습니다.(개인적인 사유라 이야기를 하고......) 토요일 하행 역시 상행처럼 표를 구하기는 쉽지 않지만 바로타에 접속해서 한 30분을 클릭을 반복하니 표가 잡히는군요.(하여간 열차 출발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좌석이 몇 시간 전부터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기 때문에 그 틈을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눈치 때문에 늦게 퇴근하려고 16:15분 #241열차를 잡으려고 했는데 번번이 놓치다가 운 좋게 #239열차를 잡았기 때문에...... 더 빨리 퇴근하게 된 것이죠.(더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천천히 회사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 도착하니 15:20분입니다. (주)한화건설에서 시공 중인 서울역을 구경하며...... 앞으로 완성되면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멋진 역사가 되겠지요? 어디론가 떠나려는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남은 시간 동안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저 역시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열차에 올라 출발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저한테는 의미가 있지만 어쩌면 아무 의미도 없는 여행일 수도 있으니......) 15:45분 드디어 열차는 서울역을 출발합니다.(참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서울역에서 매시 15분, 45분에 있는 것은 알고 계시죠?) 3분 후 용산역에 도착하여 머무르는 사이 역시 현대산업개발(주)에서 시공 중인 용산역사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요. 영등포역에서 대부분의 손님이 탑승하고 난 후 이제 입석손님도 보입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손님이 적은 듯 싶습니다. 이제부터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경부선의 특징이라면 타 노선에 비해 열차의 운행횟수가 많은 것, 지나는 곳에 큰 도시가 많아 접근성이 좋다는 것(손님이 타 노선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죠, 철도 수입은 경부선이 다 해준다는), 빠른 속도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찾아보면 그 외에도 여러 특징이 있겠지만...... 수원역을 지나 슬슬 졸림 현상이 찾아오기 시작하는군요. 얼마 전 지하철이 병점까지 개통했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물론 지하철이 정확한 명칭은 아니지만 그냥......) 피곤한 것도 있지만 #510을 탈 때는 잠을 자지 않고 뜬눈으로 밤을 지낼 작정이기에 잠을 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잠을 자려니 잠이 오지 않는군요. 자연스럽게 잠을 청해야 하는데 억지로 잠을 자려고 하니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을 잠깐 잔 후 일어나니 고려개발(주)이 시공 중인 천안역사가 눈에 보이는군요. 창 밖으로는 흐린 날씨에 이제 비가 세차게 퍼붓는 중이고요. 남부지방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산도 못 가지고 나왔는데...... 조치원역을 통과하고 대전역에 도착해서 머무는 사이 밖을 바라보니 비가 더욱 세차게 몰아치는 중입니다. 창문에는 빗물이 맺히다 못해 아예 굵은 빗줄기가 계속 창문을 세차게 때리며 줄줄 흘러 내리는군요. 지금 그녀에게 전화가 왔답니다. 그 남자를 만나는 중이라고. 순간적으로 전 "이제 올 것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구나"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녀는 결정을 하겠죠?(특히 어제, 오늘의 두 남자와의 만남이 결정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되겠죠?) 아마 그 남자가 그녀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자세에 따라 결정되겠죠. 저는 그녀에게 솔직하게 저의 사랑을 보여주었고 선택받을 수 없는 현실을 이미 알고 있기에...... 그녀와 그와의 오래간만의 만남이 편안하고도 즐거운 자리가 되길 기원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그녀가 확실히 그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원을 하고 저는 다시 기차여행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사실 전화통화 후 기분상태가 약간은 우울해 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의 이성과 감성이 남측과 북측처럼 휴전선을 경계로 따로 존재를 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감성(그녀와 나는 정말 사랑하고 있다) 그래도 할 수 없는 것이죠. 다시 잠을 청하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덕?에 잠이 확 달아난 것 같습니다. 잠을 자야 할텐데...... 잠도 오지 않고 해서 황재호님과 잠깐 통화를 하고 다른 분들과 통화를 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군요. 김천과 구미를 지나 열차는 동대구역에 도착합니다. 또 약 3분 정도 기다리는 사이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타는 중입니다. 이제 날이 제법 어두워진 것 같습니다. 잠깐 짱세은님과 통화를 하는데 1일날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올 일이 있다고 같이 올라갔으면 하는 이야기와 함께 혼자만 놀러 다니지 말고 같이 놀러 가자고 하는군요. 헉!(난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한 시간 약간 넘는 시간을 보내면 부산역에 도착하게 됩니다. 경산, 청도, 밀양을 지나면서 우측으로 낙동강이 보일 법도 하지만 날씨가 흐린데다 어두워져서 거의 보이지 않는군요. 간혹 도로를 지나는 차와 통과하는 역에서의 불빛이 보일 뿐입니다. 다시 그녀는 그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예상한대로 선택받지 못하면 난 어떻게 될까 고민해 보고......(그녀에게 휴유증 없이 무사히 잘 넘어갈 것이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그녀나 저나 그런 말은 믿지 않겠죠? 아마 휴유증은 상당히 클 것 같습니다, 제가 선택받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있지만 아마 한동안은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두통에 시달리면서 우울함에 그냥 아무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잘 넘어가겠지만......) 어느 사이에 부산광역시에 들어서는군요. 수많은 건물과 도로, 차량 불빛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잠시 후 구포역에 도착합니다.(김해공항, 부산지방조달청 등을 가신다면 이 곳에서 내려야......) 잠깐 부산진역에서 운전정리를 위하여 천천히 운행을 하는데 이 때 안내방송이 약간은 재미있군요. 우리 열차는 부산진--(진만 아주 길게 다른 것은 아주 빨리 방송......)역에서 열차의 운전 정리를 위하여 천천히 서행 중입니다...... 그 외에도 자세히 들으면 우리 열차는...... 도--착-- 하겠습니다.(도착만 길게......) 아무튼 약간은 재미있는 발음입니다. 이제 잠시 후 마지막 역인 부산역에 도착합니다. 그 동안 수고한 열차에게 무언의 인사를 하고 내리니 바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이 곳에서 최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50분 정도이니 너무 아깝죠? 해운대, 송정, 다대포, 태종대 등 갈만한 곳이 많이 있는데...... 그녀가 나한테 준 철도여행정보라는 책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그 책은 발행된 지가 꽤 되었는데(철도역사에만 자체 보급됨) 수록되어 있는 내용이 상당히 자세하고 잘 나와 있는 편입니다. 지도는 물론이고 지도에는 철도 간이역까지 모든 역이 표시되어 있고, 역 사진 및 주위의 관광지, 철도노선도, 열차시각표 등...... 특히 열차를 타고 지나가는 역을 체크하면서 보시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역사, 지리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한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산 교육이 아닐까요?) 가지고 다니면 상당히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생각을 해보니 그녀에게 그 책을 받을 때 고맙다는 인사도 못한 것 같군요) 오늘은 #510을 타는 것이 목표이니...... 다음 기회를 생각을 해보아야 할 듯 합니다. 부산역도 한창 공사 중이군요. 역의 모습도 옛날과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극동건설(주)에서 한창 시공 중이고 일단 완성된 임시역사로 출입을 하고 있고요. 역은 사각형보다 유선형에 가까운 미래지향적인 모습에 투명유리로 되어 있어서 안이 보이게끔 되어 있습니다. 제가 본 역사 중에서 가장 확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다른 역이 또 모습을 드러내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지하도를 건너 보이는 롯데리아 부산역점에서 김치버거 1세트를 구입합니다. 자신 있게 TTL카드를 내밀고 20% 할인을 받으려고 하는데 카드가 정지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롯데리아 직원은 SK TELECOM에 확인을 하여야 한다면서...... 아무 조치를 할 수 없다는 말만......(황당함......) 그래서 20% 할인을 못 받고 포장해서 가기 때문에 추가로 100원 그래서 2,900원이 되어야 할 것이 3,600원으로 되었습니다. 다시 부산역의 철도회원창구에서 표를 구입하는데 약간은 이상한 시선으로 청량리까지 가냐고 다시 한번 물어보는군요.(하긴 그럴 만도 합니다, 부산역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것이 시간도 덜 소요되고 비용도 덜 드니...... 그래도 다행히? 서울역까지 가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군요) 대합실에서 기다리는 중에 앞에 홍익우동이 보이는데 먹고 싶은 마음에 가보니 오늘의 영업은 끝...... 오뎅을 좀 먹으려고 했는데...... 이런 할 수 없군요. 남은 시간 TV를 시청하는데 스포츠가 방송이 되는군요. 야구, 골프 등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저의 관심분야인 프로축구가 나오기에 유심히 보았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전북현대모터스는 내일 경기가 있군요. 대전의 돌풍이 워낙 거세거니와 순위 변동이 워낙 심하고 예측불가라 작년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개표 후 천천히 입장합니다. #510열차는 6량에 깨끗한 2003년도 디자인리미트에서 제작된 신조무궁화호 객차입니다. 얼마 전 #261, #262, #509, #510에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 외에 다른 열차에도 투입이 되었지만 자세한 것은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객차 안의 분위기 자체가 기존 무궁화호와는 다른 조용해 보이고 좋습니다. LCD 모니터가 객차의 앞, 뒤에 설치되어 있고(언제 방영하려나?), 음이온 공기청정기 등 기존의 무궁화호 객차에 없는 시설이 제법 눈에 보입니다. 더 찾아보면 다른 점을 더 발견할 수 있겠죠. 이렇게 계속 신형 무궁화호 객차가 투입이 되는 대신 통일호 객차는 계속 폐차를 시키고 있지요.(내구연한도 있고 해서...... 보통 25년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 방법으로 하면 통일호의 역할을 지금의 무궁화호가, 새마을호가 지금의 무궁화호, 새마을호의 역할을 KTX가 하게 되는 것이죠. 장점이라면 자동문이니까 아무래도 안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적어지지만 객차와 객차사이의 문이 자동문이 되어 노인들이 자동문을 열고 닫고 하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드디어 22시가 되었습니다. 서울행 열차와 나란히 출발합니다. 전혀 다른 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동시출발을 하는...... 옆으로는 경북선 경유 강릉행 #786 무궁화호 열차가 준비 중이고요.(타고 싶은 마음이......) 우리 열차가 잠시 후 부산진역에 머무르는 사이 서울행 새마을호 열차는 쌩....... 빠른 속도로 지나가 버렸습니다. #510은 처음 타보는 열차라 그런지 무척 기대되는군요. 강릉행 열차를 타는 기분입니다. 작년 7월 말에 강릉행 #544 무궁화호 열차를 탔던 기억을 회상해 보며...... 생각보다 손님은 많은 편입니다. 설마 부산에서 청량리까지 열차를 타고 가는 손님은 저 빼고는 없겠죠? 부전을 지나 본격적으로 동해남부선 기차여행이 시작됩니다. 빠른 속도로 부산시내를 지나가며 야경을 바라보는 중입니다. 해운대역에서 해운대 해수욕장까지의 거리에서 발산되는 휘황찬란한 불빛을 바라보고...... 해운대역부터 송정역까지의 바다 야경을 멀리서 구경을 하고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며 비교적 조용해 보이는 송정해수욕장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5분 정도 나타나는 바다풍경은 동해남부선 구간에서 가장 멋있는 구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해변의 작은 간이역인 송정역을 천천히 지나가며 지금쯤 그녀는 그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을 하기도 하고...... 기장에서 좀 사람이 내리지만 좌천은 조용...... 그 동안 많이 가보지 못한 동해남부선 역을 유심히 바라보는 중입니다. 때 마침 조폭토끼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철로를 지나는 열차의 칙칙폭폭 소리가 너무 선명히 나서 가고 싶다는 이야기와 함께 부럽다고...... 신기하다고까지 하는군요.(저는 잠깐 신이나 상세히 이야기를 해주니 조폭토끼님이 약간 열 받으신 듯......, 참! 왜 조폭토끼님인지는 묻지 마세요 저도 잘 모르니......) 특히 조폭토끼님은 아직 부산을 가 본적이 없기 때문에 제가 더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그만, 그만 하시면서 제 말을 막으시려고......(그 심정 이해 갑니다.) 밤이라 특히 조용합니다. 감미로운 음악과 같이 생생하게 들리는 칙칙폭폭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은 잠을 청하거나 조용히 책을 읽거나...... 멀리 고리원자력발전소와 바닷가가 보이는 월내, 불을 밝히고 한창 가동 중인 공장들(남창근처) 잠시 후 울산역에 도착합니다. 손님들이 제법 내리지만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탑승하니 이제 빈자리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타셨던가? 울산역에서 울산에 도착하는 새마을호 열차를 기다리느라 거의 8분 정도를 머무르는 사이 잠깐 밖으로 나와 주위를 구경하기도 하고요. 울산역을 출발하여 태화강을 건너며 우측으로 동구의 현대계열사의 공장들이 보입니다.(현대정공, 현대자동차 외......) 울산광역시의 별명이 현대시라는 것은 알고 계시죠?(실제로 그렇게 부르기는 좀......) 그만큼 현대라는 회사의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고(실제로 몇 만 명......) 현대의 회사들이 많이 모여있기 때문에(참고로 현대중공업(주)의 본사는 울산에 있죠) 뭐 동구에 가면 버스 정류장, 버스 정차 안내 방송 등 현대라는 글자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죠. 심지어 현대자동차 정문, 현대자동차 후문 크헉...... 효문역을 지나 조그마한 울산공항과 관제탑의 불빛이 보이고 예전 아는 형이 일하시는 주유소를 지나 호계역에 정차합니다. 역시 손님들이 내리지만 객실 내는 사람이 많은 편입니다. 이제 천년 고도 신라의 도읍지였던 경주 땅에 들어섭니다. 스템프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수학여행이 생각나는 불국사를 지나 경주역에 도착합니다. 이번에는 경주의 황남빵, 레일로드의 근처에 문무왕릉이 있는 감포해수욕장에서의 추억도 생각이 나고...... 경주역에서 기관사 교대를 위해 머무르는 사이 손님이 내리고 탑승하는데 좌석이 꽉 차고 심지어 입석 손님까지 보이는군요. 아마 대부분 안동, 영주에서 내릴 듯 싶군요. 이제부터는 동해남부선이 아닌 중앙선으로 들어섭니다. 청량리까지는 중앙선으로만 운행을 하게 되죠.(거의 390km의 거리를 달리게 됩니다.) 경주역을 출발하면서 낮이면 보일 법한 문화유적(능, 사찰 등)이 밤이라 그런지...... 잠시 후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아화역을 지날 때 드디어 첫 전화가 왔습니다.(물류 정보라도 보셨나?, 조그마한 간이역으로 얼마 전부터 저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곳이죠) 그를 만나고 집에 도착해 있는 것 같군요. 많이 울었는지 목소리도...... 많이 어려웠나 봅니다. 아직 결정을 하지는 못했으나 대강은 알 것 같습니다. 어차피 결과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위로를 해주어야 하는데 저 역시 전화를 받으면서 기분이 약간은 침울해 지는군요. 그렇지만 그녀에게 다시 한번 나에게 미안해하지 말고 그와 행복하게 평생을 같이 할 것을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무튼 결과는 그렇게 된 것이고 저는 저의 기차여행에만 전념하려고 하는데 아직도 그녀의 강렬한 잔상이 저의 머리 속에서 왔다갔다...... 솔직히 지금부터는 우울해 지기 시작하지만 그 마음을 치유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누가 보면 바보 같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저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자정이 지난 지금 칙칙폭폭 소리를 들으며 졸림을 달래며 말 없이 창 밖의 야경을 바라볼 뿐입니다. 무엇인가가 확 떠오르는(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영천역에 머문 뒤 이제부터는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안동까지 구간을 보면 열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데다 제가 자주 가지 않아서 그런지 역 이름이 생소한 편입니다. 잠깐 단촌역에서 #509열차와 교차운행을 하고....... 한참을 달렸나요? 밤을 새려고 했는데 약간씩 자고 깨기를 반복하더니(이런 약한 모습을 여러 분들에게 보여주다니......, 솔직히 약간 심심하고 무료한 것도 있고요) 무릉역을 지나 5분 뒤에는 양반의 고장 안동역에 도착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리는 반면 타는 손님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잠시 낙동강과 안동댐, 하회마을, 병산서원, 신세동7층석탑, 하회탈 등이 떠오르는 안동의 모습을 생각해 보고요.(그 외에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기억도 나는군요, 차후에 말씀드리죠) 하얀색의 예쁜 역사와 친절한 역무원이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는 옹천역에 잠시 머물며...... 이제 영주역입니다.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승무원이 내리고 다른 승무원으로 교대됩니다. 승무원이 바뀌고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입니다.(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황한선 차장님이군요. 인사를 드리고 지난번 촬영한 사진을 잘 보셨는지 물어보고...... 차장님이 가지고 다니는 리스트를 구경했는데 오늘 손님 중 부산->청량리는 저 혼자이군요. 그 다음으로 장거리 구간이 울산->청량리가 네 분이고요.(아까부터 계속 지겹다는 말씀을......) 이제 청량리역까지 정확히 218.8km가 남았군요. 경북선, 중앙선, 영동선이 만나는 철도교통의 중심지 영주역에서 잠시 머무르는 사이 부산발 강릉행 #786열차가 옆으로 들어오는군요.(이 열차 역시 손님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다시 열차는 청량리역을 향하여 달립니다. 안정역에서 #511 강릉행 열차가 보이고(이 열차도 제법 이용을 많이 했죠?) 인삼으로 유명한 풍기를 지나면서 옛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부모님께 인삼시장에 가서 몸 보신을 하시라고 인삼을 구입하여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소백산 줄기를 지나며 희방사, 죽령...... 단성(구단양)을 지나면 왼쪽으로 남한강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앗 여기서 어떤 여자 분이 약간은 겁먹은 표정으로 승무원에게 SOS를...... 안동에서 탑승하여 영주역에 내려야 하는데. 영주역을 지나쳐버렸더군요. 깜빡 잠이 들어버린 듯 싶습니다. 피곤해서 짧은 시간에 깊이 잠이 들어버렸던 듯 싶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안동에서 영주까지 열차로 가면 대략 40분-50분 정도의 시간인데 그 시간을...... 풍기에서 내릴 수 있었으면 다행일텐데(택시비가 훨씬 적게 나오죠) 너무 많이 지나쳤습니다. 이제 다음 정차 역인 단양역에서 내려서 간다면 아무리 못해도 최하 4만원 이상 부르겠죠?(부르는 것이 값이죠) 가장 저렴한 방법을 찾자면 돌아오는 열차를 타고 되돌아오는 것이지만 최소 09:00가 넘어야 차가 있지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자면 찜질방, 여관 등에서 잠깐 쉬고 가는 방법이 나을 듯 싶은데 아침에 또 일을 하러 가셔야 하기 때문에 꼭 집에 들어가야 한답니다. 그래서 단양역에서 택시를 타고 간다는 말씀을...... 헉! 이렇게 그 여자 분이 단양역에서 내리고(우측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궁화호 열차가 출발을 하고......) 제천역에 도착합니다. 정말 영주 지나서는 타는 손님은 거의 없고 내리는 손님밖에 없는 것 같군요. 제천역에서도 많은 손님이 내렸답니다. 이제 그동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쳤는지 피곤하군요. 잠이 들기 시작합니다. 원래대로 라면 그냥 밤을 지세우려고 했으나...... 꽤 깊은 잠을 잔 듯 싶어서 일어나니 이미 날이 밝았습니다. 용문역입니다. 저의 우울한 심정을 이해를 하는지 창 밖으로는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고요. 정말 청량리 도착해서 비를 맞고 걸을 듯 싶습니다. 흐린 날의 비를 맞으며 달리는 열차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잠시 후 양평역에 머무른 뒤 마지막 역인 청량리역을 남겨둔 채 더욱 힘차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잠깐 황재호님에게 전화를 합니다. #1221 통일호를 타고 양수리를 가기로 약속을 했거든요.(양수리가 아니더라도 부담없이 갔다 올 수 있는 가까운 곳) 운 좋으면 여자친구도 같이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전화기는 꺼져있고 피곤함에 일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차후에 다시 전화를 해보았지만 역시 예상대로...... 50여분의 남은 시간 동안 양평에서 청량리까지의 경치를 살펴보고...... #510 열차로 청량리역에 도착해서 길다면 긴 거의 9시간의 기차여행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내리자마자 그 동안 수고해 주신 영열소 김동원 여객전무님과 황한선 차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당연히 표는 영수증으로 하고요.(제가 죽기 전까지는 꼭 간직해야 하는 소중한 표입니다.) 역에서 나와 비를 맞으며 역 근처의 성바오로 병원으로 갑니다. 저희 외삼촌이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간 김에 병문안을 할까 합니다. 병실에 들어가서 인사를 드리려고 하니 주무시는데 저를 보시고 바로 일어나시는군요. 순간 주무시는 것을 깨운 것 같아 죄송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유는 축구시합을 하다 서로 부딪혀서 십자인대가 파열이 되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뼈가 부러졌다는 이야기하고 일맥상통합니다.) 잠깐 그 동안 이런 저런 일을 말씀드리고 난 후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잘 쉬셨으면......) 131번과 328번 버스를 이용하여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하려는데 그녀에게 전화가...... 그를 만나러 나간다는 말씀을...... 제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없었습니다. 휴식과 전환을 위해 기차여행을 했는데 지금의 전화는 다시 피곤이 엄습해 오도록 만드는군요. 그래도 그것을 저는 극복해 내어야 하고. 이제 어느 정도는 수습이 된 것 같아 금방 평온해 집니다. 집에 도착해서 목욕을 한 후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서울->부산->청량리 이렇게 장거리의 기차여행을 하고 나니 그래도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그와 그녀의 행복을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정말 슬픈 여행기가 된 것 같군요.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도 서로는 말이 없이 그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말 없이 서로 고통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특히 저에게...... 사무실에서 눈치를 보며 여행기를 적어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지만 색다른 것 같습니다.(이번 여행기는 아예 사무실에서 며칠 동안 여유가 있을 때 조금씩 작성을 했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
첫댓글 사실일까... 아니면 저번처럼 소설일까... 궁금증에 빠트리는 여행기.. 이 여행기에 어울리는 노래가... 비록 랩 이라지만... 가사가 딱 맞는거 같은데.. 매드랩퍼 - 사랑, 상처, 그리움
ㅋㅋㅋ 알아서 생각하시라!
사랑따위야...젠장.
슬펐겠군요....
#509와 #510..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열차입니다. 제 고향 부산으로 가는 열차... 좀 길고 지루하지만 차 안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맘에 듭니다.
좀 길군요..지금부터 열심히 읽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