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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급격히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전에는 참고 살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집단적으로 아픔을 가장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지역사회에 괴질이 발생하여 퍼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해결책은 원인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꾀병 때문이라면, 병원 문을 닫고 입원할 환자를 제한하거나 아예 환자를 받지 않으면서 "그러한 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 병이 존재한다면, 이것은 문제를 악화시킨다. 사람들의 무지 속에서 전염병은 퍼져 나가 피해가 커진다. 종국적으로는 사회 붕괴의 원인이 된다.
전염병이라면 당장 치료에 나서야 한다. 사람들 대다수가 절멸되는 사태는 피해야 할 것이기에, 병원이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면 학교이든 구청이든 공공 용도의 건물은 당장 병실로 변경되어야 한다.
파산신청이 매년 3배 씩 늘고 있는 사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충분히 빚을 갚을 능력이 되는데도 갑자기 집단적으로 재산이 없다면서 채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도덕적 타락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채무 때문에 고통을 받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해결책의 첫째는 파산보호를 엄격하게 제한하여 진정하게 구제가 이루어져야 할 소수만이 혜택을 보게 하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병원을 없애듯이 아예 파산이라는 제도를 없애고 법원이 아닌 채권자들이 운영하는 개인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를 이용하게 하고 이것이 안 될 경우에 보충적으로 개인회생을 이용하게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호박에 줄 치고서 수박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이없는 해결책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꾀병 때문에 목숨을 끊지 않는다. 채무 없는 세상으로 가겠다면서 세상을 등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상황은 도덕적 해이를 들먹거리며 파산제도에 반대하는 주장이 어이없는 잠꼬대임을 증명한다.
한 사람의 가난은 가족과 친지에게 전염된다. 그리고 절망적인 사람은 도피하거나 투쟁한다. 실제로 채무 문제가 심각하다면 우리는 당장 해결에 나서야 한다. 공동체가 붕괴하는 것은 피하기 위하여는 빚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여야 한다.
우리의 아이가 꽃제비가 되어 떠돌아 다니지 않게 하여야 하고, 누구든지 아이를 낳으면 엄마가 버리더라도 우리가 키워 주어야 하며, 버리지 않고 아이를 키워준다면 우리는 그에 보답해야 한다.
한 때 능력을 보였던 젊은이가 21세기 대한민국 번영의 상징인 인천국제공항 행 티켓을 구입할 수 있도록 용서해 주어야 한다.
물론 이런 혜택은 남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것이 다 마찬가지이다. 어떤이는 진통제로 쓰여야 할 마약을 쾌락을 위하여 쓴다. 또 밥도 많이 먹으면 비만이 된다. 그러나 남용되고 과용되는 경우를 막기 위하여 진통제나 밥을 없앨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파산제도도 면제 받기 위하여 일부러 빚을 지고 현재를 누리려는 자들에 의하여 남용될 수 있지만,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파산제도를 제한하거나 봉쇄하는 것은 어리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