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군에 입대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 달이 훌쩍 지나 일병이라니 엄마는 참 대견하구나.
지금도 생생하구나.
네가 처음 공군에 합격했다고 하던 날,
그때는 너를 사랑하시던 아빠가 계셨지.
아빠와 너는 합격 여부를 보려고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잠도 안 자고
컴퓨터에 매달려 있다가 네 합격을 확인하고
무슨 사법고시라도 합격한 듯이 큰소리로 “수현아! 일어나 봐.
우리 아들이 합격했어”라며 잠자고 있는 엄마를 깨웠지.
하지만 엄마는 아빠를 이해한단다.
왜냐고?
아빠 형제가 4형제인데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이 한 명도 없거든.
아빠는 우리 아들은 꼭 군대에 보낼 거라고 항상 말했지.
아빠는 친구들이 군대 이야기를 할 때면 속상했나봐.
그러니까 수현이가 아빠 소원을 이뤄줌과 함께
네가 가고 싶은 공군에 들어가서 하늘의 별과 달을 다 딴 기분이었을거야.
공군 입대를 열흘 남기고 너와 아빠는 들떠 있었지.
아침에 출근하시면서 “수현아! 진주 비행기표 예매해 놔.
매진되면 안 되니까.”
하지만 비행기표를 예매한 날 아빠는 교통사고를 당하셨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수현 아빠!
수현이 군대에 가는 거 알아?”하니까
“응, 응.”
“비행기표 예매했으니까 빨리 나아서 데려다 주자”고 하니까
“으응.” 이러시곤….
그것이 아빠와 엄마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말이었단다.
죽음의 순간까지 아들의 군 입대를 기억하고 가셨지.
네가 군에 입대하는 날,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아는 아들과 엄마를 버리고 영원히 땅속으로 영면하셨지.
아들아!
너는 아빠의 죽음으로 입대를 연장하다가 공군에 입대했지.
네가 첫 휴가를 나왔을 때 엄마와 너는 아빠에게 갔지.
너의 의젓한 모습을 아빠가 보셨다면 대견해하셨을 텐데.
첫 휴가는 엄마와 아들의 눈물바다였지.
하지만 아들아!
항상 네 옆에는 아빠가 계실 거란다.
아들에 대한 사랑이 유별나셨으니까.
얼마 전 네가 면회 간 엄마에게
“엄마, 나 일병이에요”하며 의젓한 모습으로
“조금만 고생하세요. 제가 이 다음에 꼭 보답할게요”하는 아들이 대견하더구나.
철없고 낭비하던 아들이 용돈을 준다고 해도
군대에서도 월급 받는다고 사양할 때 속으로는
우리 아들이 참 많이 변했구나 생각했단다.
이게 바로 군대와 아빠의 보살핌 덕이겠지.
아들아!
엄마의 소원이 무엇인줄 알지? 네가 군 복무에 충실하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성실한 사람이 되는 거란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참을성 있는 사람이 되거라.
모두 다 너를 좋아할 수는 없단다.
너도 싫은 사람이 있듯이 누군가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할 수도 있단다.
그 모든 것을 당당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거라.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엄마에게 있어 세상에서 하나뿐인 남편같이 의지할 수 있는
아들이자 친구 같은 아들이란다. 엄마는 지금 이 시간도 못 견디게
우리 아들이 보고 싶구나.
먼 훗날 멋진 미래를 위해 변모하는 아들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