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공스타그램이 인기다. ‘공부’와 ‘인스타그램’을 합성한 말로 SNS에 일상 사진을 올리듯 하루 동안 공부한 내용을 올려 인증하는 것.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공부법이긴 하지만, 자칫 주객이 전도될 우려도 있다. 기록 습관도 기르고 공부 효율도 올리는 공스타그램 활용법 A to Z.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김수림 대표(한국응용예술심리연구센터)·이수철 교사(대전 신일여자고등학교)·최성환 소장(메타코칭에듀케이션)
자료 인스타그램(아이디 shyew0n)
자기 주도 학습 습관 기르며 학습 정보 공유도 기대
고3 문과인 김희수(가명·경기 동두천시 지행동) 학생은 그날 공부한 내용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인증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당일 푼 문제와 시험지, 성적표, 계획표를 함께 올리기도 한다. 지난해 7월부터 공스타그램을 시작해 지금까지 300여 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공스타그램을 시작하고부터 성적도 올랐다. 내가 공부한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다고. 예전에 공부한 내용을 쉽게 정리할 수 있어 다음 계획을 세우는 데도 요긴하다.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학습 상태를 알리는 공스타그램, 어떤 효과가 있을까. 대전 신일여고 이수철 교사는 “어른들 사이에선 보여주기식 공부인 것 같아 부정적인 인식이 많지만 학생들 생각은 다르다. 다른 친구가 공부하는 방식이나 팁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 자극을 받거나, 슬럼프를 이겨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부를 인증하면서 더 부지런해졌다는 학생도 있다”고 말한다.
공스타그램이 자기 관리를 위한 일종의 자극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인증을 위한 공부는 역효과
문제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되면 주객이 전도될 우려가 있다는 것. 인터넷 강의에 대한 평가와 과목별 공부 방법은 물론, 교재와 문구류 정보까지 말 그대로 공부에 관한 모든 것을 공유하다 보니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SNS에 올리는 ‘#공스타그램’ 해시태그도 공부 방해 요소 중 하나다. ‘소통해요’ ‘좋아요’ 같은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일일이 상대하다 보면 공부에 소홀해지기 쉽다.
한국응용예술심리연구센터 김수림 대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비중을 두는 청소년기의 심리 특성상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인증을 위한 공부에 치중하다 보면 당연히 득보다 실이 많다. 다른 사람의 학습량이나 내용을 자신과 비교하면서 오히려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게시물만 78만 개 … 공스타그램 전성시대
4월 12일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공스타그램으로 검색했더니 무려 78만 개에 달하는 공개 게시물이 떴다. 고1공스타그램, 중3공스타그램, 고3공스타그램 등 계정도 다양하다. 팔로워 수가 많은 몇몇 계정에 들어갔더니 각양각색으로 자신의 공부 흔적을 인증한 사진들이 빼곡하다. 실제로 공부한 시간을 스톱워치로 재거나 학습 플래너, 인터넷 강의 화면을 띄운 노트북이나 태블릿, 펼쳐놓은 책 사진 등이 많았다.
공부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공유하기도 있다. 화면 전면에 시계를 배치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면서 뒤편으로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담는 방식. 긴 영상을 빠르게 돌려주는 타임랩스 기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먹방처럼 생방송으로 ‘공방’을 진행하는 크리에이터까지 등장했다. 자신의 공부 모습을 생중계하는 것. 단 대화는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메타코칭에듀케이션 최성환 소장은 “교육학적으로 환경에 의존적인 성향의 학생들이 공스타그램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공부 계획을 알리고 타인의 인정을 받으면서 목표를 달성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의지를 다지고 계획을 성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