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밀령
춘천터미널에서 아까운 30분을 버스안에서 기다리고, 도로가 얼어서인지 느긋하게 차를 모는 기사님때문인지 은근히 기대했던, 오미리 버스를 탈 수 있는 9시를 훌쩍 넘겨 9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양구에 도착한다.
터미널 맞은 편에서 팔랑 가는 농어촌버스를 타고 군시절의 추억이 깃든 노도부대 쉼터등을 보면서 31국도와 돌산령으로 이어지는 453지방도로가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차를 내린다.
북쪽 두밀리를 향하여 매섭게 찬바람이 몰아치는 31국도를 따라가다 '피의능선전투전적비'로 올라가면 얼어붙은 월운제너머로 도솔산에서 군부대가 있는 1304봉을 지나 대암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눈앞에 장쾌하게 펼쳐진다.
들머리를 찾으며 오르락 내리락하다가 온통 군부대들이 넓게 차지하고 있는 산자락을 바라보며 시멘트임도를 따라가다 밭을 지나 능선으로 붙지만 결과적으로 삼각점이 있는 500.1봉이 아닌 오른쪽의 지능선으로 잘못 들어간 셈이 되었다.
귀를 에이는 칼바람을 맞으며 무덤들을 지나고 흐릿하게 이어지는 족적 따라 굵은 밧줄을 잡고 벙커봉으로 올라가니 시야가 트이며 뾰족 솟은 두밀령과 군부대가 있는 983.1봉이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낙엽이 많이 쌓인 호젓한 능선을 따라 바위지대들을 지나고 500.1봉에서 이어지는 옆능선을 바라보며 가파르게 벙커위로 올라서면 실같은 연기를 피어내는 월운리의 민가들이 따뜻하게 내려다 보인다.
500.1봉의 능선과 합류해 뚜렸해진 바윗길을 지나 두밀령(787.4m)으로 올라가니 삼각점(1977/3(4))과 붉은 깃대가 서있고 조망이 시원하게 터져서 가칠봉에서 도솔산을 지나 대암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하늘금을 그리고, 북쪽으로는 군부대가 있는 983.1봉일대가 훤하게 펼쳐지며, 항령을 지나 철탑이 서있는 봉우리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 피의능선전투전적비
▲ 전적비에서 바라본 월운제와 대암산줄기
▲ 첫 벙커봉
▲ 두밀령 정상
▲ 두밀령에서 바라본, 도솔산에서 대암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두밀령에서 바라본 983.1봉
▲ 두밀령에서 바라본 북녁의 산줄기
▲ 두밀령에서 바라본, 중앙의 철탑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철탑봉
모진 바람을 피해 서둘러 마사토길 따라 역시 조망 좋은 헬기장을 지나고 참호들이 파여있는 산길을 내려가면 두밀리와 월운리를 잇는 뚜렸한 안부가 나오는데 이곳이 실제적인 두밀령일 것이다.
983.1봉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꺽어 가느다란 밧줄이 걸려있는 미끄러운 낙엽길을 뚝 떨어져 내려가니 벙커들이 연이어 나오고 '군사작전구역' 시멘트석들이 보인다.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을 밟으며 한적하게 이어지는 마른 숲길을 지나서 황토색으로 벗겨진 항령과 460지방도로를 바라보며 오른쪽의 도로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친다.
쉴새 없이 흐르는 콧물을 딱아가며 군시설물들이 있는 둔덕봉에서 서쪽으로 급하게 꺽어 타이어계단 따라 넓은 비포장도로가 지나가는 항령으로 내려가면 이정판들이 서있고 군진지들만 사방에 파여있어 황량하다.
밑으로 도고터널이 지나가는 곳의 통신탑에 몸을 숨기고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며 간식을 먹다가 찬바람에 쫒겨 이내 배낭을 집는다.
참호들이 파여있는 가파른 산길로 들어가 왼쪽으로 가깝게 지나가는 임도와 함께 살짝 눈을 덮고있는 낙엽들을 밟고 이리저리 길을 만들며 올라가니 금방 구슬땀이 떨어진다.
임도삼거리를 건너고 능선상의 산불초소를 지나서 낙엽에 미끄러지며 된비알을 치고 산불감시탑이 서있는 높은 봉우리(약850m)에 올라가면 역시 산불초소가 있고 평상옆으로 큰 참호들이 파여있다.
이곳 역시 조망이 시원하게 트여 멀리 북녁땅에서 가칠봉과 대우산을 지나 대암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산줄기가 눈부시게 펼쳐지고 꽃봉과 성주봉쪽으로 무수한 산봉들이 머리를 들고있어 욕심 많은 산객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 실제 두밀령
▲ 능선에서 바라본 두밀령
▲ 항령
▲ 항령에서 바라본 철탑봉
▲ 항령에서 바라본, 지나온 산줄기
▲ 도고터널 안부
▲ 철탑봉 정상
▲ 철탑봉에서 바라본, 가칠봉에서 대암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철탑봉에서 바라본 북녁의 산줄기
▲ 철탑봉에서 바라본, 중앙의 꽃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꽃봉
전술도로라 쓰인 넓직한 도로 따라 능선이 갈라지는 앞의 둔덕봉으로 올라가니 산불감시탑이 서있고 대규모 벙커들과 야전변소가 있으며 성곡령쪽으로는 희미한 산길이 이어진다.
둔덕봉 바로 전에서 오른쪽으로 휘던 임도와 만나 헬기장이 있는 봉에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꺽어 다시 좁아진 산길을 타고간다.
오른쪽으로 지능선 하나가 길게 갈라지는 봉우리를 넘고 무슨 표시인지 붉은색과 푸른색의 페인트가 칠해져 땅에 꽂혀있는 가느다란 막대기들을 연신 만난다.
군전화선에 발을 걸려가며 봉우리들을 넘고 나뭇가지사이로 방산면을 내려다보며 567.9봉으로 올라가면 글씨 없는 삼각점이 반겨주지만 조망은 트이지 않는다.
비닐끈들과 녹슨 철망이 쳐져있는 장뇌삼 재배단지를 따라 뚝 떨어져 안부로 내려가 바람을 피하며 머루주에 간식을 먹으려니 금방 추위가 엄습해 부랴부랴 일어난다.
곱아진 손가락을 비비며 송림사이로 쓸쓸하게 서있는 벙커들을 연신 지나서 아름드리 노송들이 서있는 전위봉으로 올라서면 그제서야 꽃봉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안부로 떨어졌다 미끄러운 낙엽길을 따라 꽃봉(561.6m)으로 올라가니 좁은 바위위에 글씨 없는 삼각점이 놓혀있고 앞이 확 트여서 얼어붙은 수입천과 금악교로 떨어지는 마지막 산줄기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고 정면으로는 방산면의 산줄기너머로 백석산으로 이어지는 북녁의 산봉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 헬기장봉에서 뒤돌아본 두 철탑봉
▲ 567.9봉 정상
▲ 전위봉에서 바라본 꽃봉
▲ 꽃봉 정상
▲ 꽃봉에서 바라본 수입천과 금악교로 떨어지는 마지막 산줄기
▲ 꽃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산줄기
▲ 꽃봉에서 바라본 북녁의 산줄기
- 금악리
뚜렸하게 이어지는 바윗길을 따라가다 오른쪽 수입천으로 꺽어지는 산길을 버리고 어지럽게 파여있는 참호들을 건너 급하게 떨어지는 잣나무숲을 내려간다.
묵밭을 지나 시멘트임도를 만나고 안성암이란 암자를 지나 금악리 표시석이 서있는 460지방도로를 잠시 따라가면 금악교가 나오며 짧은 산행은 끝이 난다.
두텁게 얼어붙은 수입천에서 멋지게 스케이트를 타는 사병들을 바라보며 다리를 건너고 버스정류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오미리에서 나오는 버스를 기다리다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따뜻한 가게의 난로불을 생각하며 방산으로 향한다.
질주하는 차량들에 부질 없는 손짓을 하다 강변에서 솟아오른 아름다운 꽃봉을 바라보며 도로를 걸어가고 있으니 매서운 한풍이 두터운 재킷을 사정 없이 파고들고 얼굴은 벌겋게 부어오른다.
첫댓글 수입천의 얼름이 단단하게 보여요 건너도 되나요? 산기 잘 읽었습니다.
두텁게 얼어서 군인들이 스케이트 타더군요. 무지하게 추워요~~~ 사람들이 별로 안 다니는 곳이더군요.
킬문님 날씨도 추운데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방산으로 걸어갈때 보니 날이 추워서 그런가 얼굴이 무척 달아올랐더군 가게집에서 춥다고 잠깐 정신을 놓은 사이에 차가 떠나는데....그래도 다행이 버스가 멈췄지에 망정이지...한시간 더 떨번 했어요...*^^*
추운 날에 길도 안 좋은데 고생 많으셨네요... 제가 잘 쉬지않고 자주 안먹어서 불편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산행을 하면서 많이 먹는편은 아니니 괞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