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관세음보살] [24] 제4장 중생의 눈에 비친 구제자 ⑤ 김춘수의 詩《꽃》과 관음신앙

[解脫(해탈)]

 [김호성 교수 : 관세음보살] 도반님들 고맙습니다 無量光明 합장



[부처님 말씀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至誠 寫經합니다]

제4장 중생의 눈에 비친 구제자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은 곧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존재 역시 이름을 볼러줌으로써 비로소 존재가 됩니다.

⑤ 김춘수의 시詩 <꽃> 관 관음신앙



구제자 관세음보살과 나의 동시성을 말씀드리다 보니,

 김춘수金春洙, 1922년~2004 시인의 시詩 <꽃> 이 생각납니다.

어느 신문사에서 정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詩 10" 에도 선정되었다 합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에는《국어》교과서에도
실려 있어서, 수업 시간에도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언젠가 수업시간에 마침 이 시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서
<꽃> 을 아는지 제가 학생들에게 물어봤는데,
아는 학생이 생각보다 적어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우선 <꽃> 전문을 한 번 낭송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애당초 시인이 의도한 바가 관세음보살과 중생의
관계를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시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다양한 의미로 이 시를 해석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내가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를 때 비로소
관세음보살의 탄생이 이루어진다" 고 하는 이야기
역시 이 시詩 <꽃> 속에 고스란히 다 담겨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라고 노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몸짓 역시 의미없는 몸짓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관세음보살' 이라고, 그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관세음보살이 내게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메시지가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는 말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이름이 임시적인 것[假名]이라 해도 그렇습니다.
이름을 불러 주는 곧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존재 역시 이름을 불러 줌으로써 비로소 존재가 됩니다.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Bernardo Bertolucci 감독의 영화《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입니다.



제가 예전에 이 영화에 대한 감상문《불교, 소설과 영화를
말하다》수록 을 쓴 일이 있습니다만, 지금 찾아 보니
그 글에서도 역시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을 인용하였더군요.

불보살과 중생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자비로운 불보살이라 하더라도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누구든 꽃으로 모실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그의 이름(명호)을
불러 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바로 여기 제2연까지는
정히 앞에서 제가 드린 말씀과 같은 논리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제3연이 되면, 시인의 눈에는
이제 '그' 가 아니라 '나' 에게로 향하게 됩니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고 말합니다.

이 시를 지금 저는
"관세음보살이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 것처럼
/ 나도 누군가에게로 가서
/ 그의 관세음보살이 되고 싶다" 는 것으로 읽어봅니다.

이는 관세음보살과 중생 사이의 방향전환을 의미합니다.

"관세음보살님 도와주소서" 라고 하던 중생이
이제 방향을 바꾸어서, 관세음보살에게로 가서
혹은 다른 중생에게 가서 '꽃' 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구제를 받던 중생이 다른 중생을 위해서
구제자가 되어 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바로 관세음보살을 도와드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앞에서 말씀 드린 관음신앙의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제3류 "관세음보살님 도와 드리겠습니다" 가 됩니다.

따라서 김춘수 시인의 시 <꽃> 은
제1류의 관음신앙에서 제3류의 관음신앙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다음 장章에서는
'관세음보살 = 자비실천의 모범" 이라는 이미지가
사실은 "관세음보살 = 구제자" 라는 이미지와 어떤
맥락에서 하나로 어우러지게 되는지를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이렇게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은 이 장의 말씀을 맺으면서도,
동시에 뒷장의 말씀을 이끌어 내주고 있는 것입니다.



찰나라도 의심하지 말지니 염념물생의(念念勿生疑)
관세음 거룩한 성인은 관세음정성(觀世音淨聖)
고뇌와 죽음의 재앙에서 어고뇌사액(於故惱死厄)
능히 믿는 의지처가 되어준다네 능위작의호(能爲作依怙)

[법우 여러분 冬節期에 공부 잘 지어가시고 건강하소서 (25)편으로 이어집니다]

 '가장 행복한 공부' 無量光明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