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 하얀 어리연꽃 / 조선의
추적추적 비를 맞고 있습니다
속세를 향한 생각은 무엇일까요
물속에 갇힌 소리들이
바짝 목이 타는가 봅니다
분절음이 되어 뚝뚝 끊어지는 어리연의 함성들
가슴에서 꺼내지 못했던 말이
혓바닥 하얀 느낌만으로 비틀거렸습니다
쏟아지는 하혈이 폭포수 같을 때
득음을 트듯 솟구치던 시절도 있었지요
살 냄새 무르녹는 코끝 하얀 눈웃음이
움켜쥔 것들을 풀어놓게 합니다
바닥 깊은 물 아래로
사방은 왜 이렇게 고요한지
마음 문 닫아걸고 꽃심으로 사무칩니다
숨골 뚫은 저항마다
얼룩진 물의 흔적이 더 아팠을 것입니다
물 밖으로 헤엄쳐 나온 향기들
고요해진 꿈속은 아득하고
어디선가 남녘 하늘 저 너머
빈 행성을 떠돌던 맨발의 길이 멀기만 합니다
꽃송이 속에 빨려 들어간
하얀 구름의 잔해
들을 수 없는 음역대까지 뿌리를 내리고
신념만으로 꿋꿋하리라 믿습니다
어떠한 억울함도 없이
비굴함과 초라함도 없이
누군가의 꽃이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천 리 밖 천둥번개가 쳐도
그것으로 위안 삼겠습니다
한 생애 간이역에서 차가운 온기마저 놓아주던 떠돌이별
고만 고만한 서러움끼리 빗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 시집『꽃으로 오는 소리』2020. 시꽃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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