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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설]
100년 만의 기록적 폭설이 강타한 강원 동해안 지방에서는 제설·복구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릉 등 일부 고립된 산악지역은 제설차량조차 접근이 쉽지 않아 더욱 그랬다. 사상 최악의 눈폭탄을 맞은 강릉에선 2월 11일 하루에만 78㎝의 폭설이 내리면서 1990년 1월31일 세운 하루 강설량 기록 68㎝를 갈아치웠다. 동해에선 2월 11일과 12일 이틀 만에 강설량이 1m를 넘어섰다. 2월 14일에도 동해안 전역 속초-강릉-동해-울진-포항-경주-울산-부산에 이르기까지 30cm~7cm의 눈이 더 내렸다. 그야말로 한반도 동쪽해안을 하얗게 덮었고, 눈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었다. 뿔난 자연의 심술에 온 세상이 들썩였다.
포항과 울산 등의 신적설량(하루에 온 눈의 양)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기록이다. 울산은 2월 14일 하루 21.2㎝의 적설량을 기록해 1931년 7월 울산지역 기상 관측 이래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려 80년 만의 적설량 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 가장 많은 눈이 온 기록은 2005년 3월5일 12.7㎝이다. 부산에서는 14일 적설량이 7㎝에 그쳤지만 빙판길로 이날 오후 퇴근길에 이어 15일 오전 출근길에 고갯길을 중심으로 극심한 도로 정체가 빚어졌으며 지하철은 평소보다 2배 많은 승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폭설 원인]
이번 눈은 한반도 북쪽 상공에 머물던 영하 30도 안팎의 찬 공기가 동해안 쪽으로 이동해 영상 10~13도의 따뜻하고 습한 해수면 위를 지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진데다가 일본 남쪽 바다에 발달한 저기압에 의해 동해안으로 동풍이 불어 눈구름이 크게 발달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북고남저’의 기압배치 때문이다.
폭설 원인의 한 축은 한대 제트기류가 몰고 내려온, 상공 5㎞ 인근의 차디찬(영하 30~35도) 공기다. 지난달 한파를 몰고 왔던 대륙고기압처럼 이번에도 남쪽에서 치고 올라오는 저기압에 막혀 어정쩡한 상태로 한반도 상공에 머물렀다. 고기압은 시계 방향으로 기류가 흐르고, 저기압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흐르다 보니 상층부의 찬 북동기류와 하층부의 동풍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렸고, 그 소용돌이 아래 동해안 지방이 놓이게 된 형국이다.
여기에 해수면 온도가 영상 10~13도로 평년보다 높으면서 동해의 수증기가 눈구름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2월 13~14일에는 저기압 세력이 뒤로 다소 물러나면서 눈구름 형성 반경이 넓어져 영남 내륙지방에도 많은 눈이 내린 것으로 기상청은 분석했다.
[폭설 피해]
강릉이나 삼척 등에서는 폭설이 쌓이면서, 제설차량과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부족해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 폭설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마을 주민이 3일 동안이나 집안에 갇히기도 했다. 농작물 피해와 출퇴근난, 집단휴교로 이어지던 피해는 마침내 산업활동의 차질까지 초래했다. 삼척에서는 응급환자 구조가 늦어져 80대 할머니가 숨지기도 했다. 구급대원 5명이 제설작업을 펴 마을입구에서부터 환자의 집까지 2.5㎞ 구간을 뚫고 5시간 만에 도착했으나 환자가 숨진 뒤였다.
비닐하우스와 축산시설, 창고·유리온실 등 농가시설이 많이 파손된 강원 지역에서만 최소 200억원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울진군도 최대 1m가 넘는 폭설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1년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약 45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강원도는 금년 겨울 눈폭탄 당한 6개 시군의 제설비용만 지난해의 10배 이상인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포항의 포항제철, 울산의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석유화학공단 등에 부품과 원료 등을 운반하는 물류 수송차량들도 빙판길로 통행에 어려움을 겪어 산업활동에 차질을 빚었다. 포스코는 출하량을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현대자동차는 폭설로 인해 사상 처음 2월 14일 야간조에 대해 휴무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생산차질 규모는 2400여 대에 달할 전망이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휴무조치를 한 적은 한두 차례 있었지만, 폭설로 인한 조업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주로 바지선을 통해 기자재를 운반하고 있어 물류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전해진다.
대구에선 내린 눈을 치우기 전에 출근시간이 닥치면서 출근길이 큰 혼란을 빚어 평소 30분 거리를 2시간 30분 걸려서 겨우 출근하기도 했다. 예년 겨울에는 눈구경조차 힘든 부산·경남에도 이례적으로 많은 눈이 내려 시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다. 많은 학교가 휴업하거나 단축수업을 했다. 폭설 지역 대도시의 지하철 승객이 40% 증가하곤 했다.
김해·대구·울산 공항에서도 여객기가 잇따라 결항했다. 경남 창원·김해시 등에도 이날 2001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은 15㎝의 눈이 쌓이면서 창원 마진터널 등 여러 구간 도로가 통제돼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부산에서는 터널 안이 주차장으로 변하자 일부 시민들이 차에서 내려 걷기도 했다. 대구나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빙판길로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재설 작업]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2월 14일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등에 1560여대의 제설장비와 54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염화칼슘 등 제설제를 살포하는 등 밤샘 제설작업을 벌였다. 또 8군단 등 군부대로부터 굴착기와 그레이더, 제설차 등 제설장비 23대와 군 병력 2900여명을 지원받아 폭설에 파묻힌 길을 뚫고 있다. 북동기류 영향으로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 지방에 많은 눈이 더 내리고 최저기온이 대관령 영하 10도, 동해안 영하 4도 등 크게 내려가 폭설과 한파의 중복 피해가 발생했다.
헬기 동원으로 응급환자를 후송하고 군 장병들의 노고로 제설작업을 하여 고립된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특히 서울시와 경기도 성남시와 수원시 등은 공무원과 덤프트럭을 파견해 눈폭탄 피해를 당한 강원도 강릉과 삼척시에 제설지원을 제공했다. 이들은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 실사단 방문일인 오는 18일까지 제설작업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군에서는 굴착기 등 장비 400여대와 인력 천여명을 투입해 국도 제설작업을 했다.
지붕과 차에 쌓이고 얼고, 길에도 쌓이고 얼어버린 눈을 치우느라 모두가 땀을 흘린다. 대형 포크레인이 두텁게 다져진 눈을 걷어내고 제설차량이 하루종일 도로를 바쁘게 누비고서야 상황은 조금 나아졌다. 피해지역 전체에 동원된 인력만 4만여 명에 장비 3천여 대. 한낮 기온이 영상을 회복했지만, 워낙 쌓인 눈이 많아 치우는 데만 사흘이 더 걸릴 전망이다. 주요 도로의 통제는 풀렸지만 비닐하우스나 축사 등 피해 시설물 복구작업은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라 임시복구에만 열흘 가량 걸릴 것으로 자치단체들은 예상하고 있다.
[국가 재해 대응책]
극한으로 인해 의류업체의 겨울옷 매출이 60% 증가했으나 스포츠서비스는 90% 감소했다. 관광객 감소와 야외스포츠객의 감소를 가져왔다. 프로 스포츠 전훈을 해외로 바꾸기도 했다. 우편물이 쌓이고 회집의 절반이 폐쇄되며 곡물 자급률 26.7%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는 애그플레이션이 염려된다. 과거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던 기상이변이 물가와 경기를 압박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강추위로 급등한 난방비는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준까지 다다랐다. 이처럼 기상이변은 농산물 물류, 개인의 삶과 세상을 바꾼다. 기상청의 장기예보는 40% 확률에 그치므로 극한기상에 대한 예측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겨울 도시가스 요금이 전국적으로 전월 대비 4.7% 인상됐지만 강추위로 인해 강원 지역 도시가스 사용량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11.6% 증가했다. 기상이변에 따른 복구비용의 증가로 향후 국민의 세수 부담도 예상된다. 활어 수요를 냉동어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배추도 이번 폭설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결국 밥상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범죄율은 15% 정도 떨어뜨리고 있는 등 기상이변은 여행 패턴과 여행업계의 매출구조도 바꾸고 있다. 설 명절의 경우 동남아 여행객이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반면 유럽은 20%, 미주는 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요구된다.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국가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2월 14일 부산지역의 폭설에 대해 예보가 늦어 부산지방기상청이 다소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부산지역의 7cm 적설량은 1904년 기상청 관측 이래 8번째로 많은 기록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설 관련 특보의 지연으로 시민들이 차량을 몰고 나와 낭패를 당한다든지, 제설작업 대응이 늦는 등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였다. 2005년 3월에도 30cm의 폭설 경험을 당하고도 기상이변 대처에 소홀히 한 것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부터 철저히 대처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중앙 정부와 유관 기관은 중앙·지방정부 간 체계적인 복구 시스템을 관장해야 한다. 다른 지역 지자체들도 가능한 상호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긴급 통행제한 조치가 늦어 차 안에서 17시간 동안 추위와 공포 속에 떨어야 했던 상황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국도에 적설량이 10㎝ 이상이거나 시간당 적설량이 3㎝ 이상 6시간 넘게 지속되면 긴급 통행제한 지침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최근 기상청 관측이 상당 부분 맞아떨어지는 만큼 1차적으로 재난당국과 지역민의 적극적인 대처가 있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여겨진다. KTX가 너트 하나를 예사롭게 보았다가 탈선이라는 큰 사고를 당한 것처럼 체계적 대응과 함께 면밀하고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국가 역량의 발휘는 2018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 성사를 위해서도 긴요하다. 2월 14~20일 평창·강릉 등을 방문하는 IOC 실사단이 강원도 지역의 적설량 부족 개연성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게 하는 것은 다행이나 재난 극복의 국가 역량까지 분명히 확인하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재난 피해액]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로 발생한 경제적 피해는 1981~1990년 연평균 5809억원대에서 1991~2000년 연평균 6953억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또 2001~2010년까지 불과 10년 새 연평균 1조7000억원대로 피해액이 늘어나는 등 향후 10년간 피해액을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피해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월 11일~15일 강원 및 영남 동해안 일대를 강타한 폭설의 경우 대부분 지역에서 1911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므로 2000년대 연평균을 상회하리라 예상된다. 그렇다면 금년 폭염‧홍수나 혹한‧폭설 등 기상이변에 의한 피해액은 2조 이상이 될지 모른다.
금년은 폭설 피해뿐만 아니라 혹한에 감염이 쉬운 구제역 사태까지 겹쳐 재난의 해라 하겠다. 구제역 발생 두 달이 지나서야 발표된 감염경로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도 많은 의문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신의 전국 접종이 완료되면 구제역이 잡힐 것이라고 했지만 1차, 2차 백신 접종까지 모두 마친 천안의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설명이 곤란하다. 320만마리를 훌쩍 넘어선 살처분 가축 보상금과 방역비 등 지금까지 국가가 사용한 예산이 2조원이 넘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한 예산까지 포함하면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축을 묻은 전국의 4000여 매몰지에 대한 비용과 구제역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정신, 심리치료에 소요될 비용은 빼고서 그렇다. 지하수 오염으로 발전하면 식수환경 위협으로 이어진다.
[지구상 기상이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상이변이 지구촌을 덮쳤다. 남반부와 북반부, 열대와 한대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일어나 새로운 기록을 만들었다. 기후변화의 가속화와 규모의 대형화로 폭설·극한이나 폭우·폭염의 강도가 더 커졌다.
최근 최악의 기상이변은 호주에서 일어났다. 퀸즐랜드 등 북동부 지역에서는 2010년 11월 말 시작된 폭우가 2011년 1월까지 이어지면서 120년래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30여명 사망, 주택 3만채 파괴, 철도와 경작지, 탄광 등의 침수됐다. 최근 홍수 피해액이 204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미에서도 2010년 말부터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콜롬비아에서는 홍수와 산사태로 300명이 숨지고 200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2010년 12월 폭우로 범람 우려가 커지면서 파나마 운하 선박 통행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북반부에서는 폭설과 한파에 강펀치를 만났다. 2011년 1월 일본 니가타현에서는 한 달간 4m, 후쿠이현에서는 2m의 눈이 쏟아져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산둥성 등 북동부 지역에서 올해 최저기온이 영하 40도를 밑돌자 중국 언론들은 1000년 만의 극한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베이징과 인근 도시에서는 40년래 최악의 가뭄에 시달렸다. 2010년 가을 108일 동안이나 비와 눈이 전혀 내리지 않았는데 1971년 이후 가장 길었다.
2010년 말부터 100년 만의 한파가 들이닥친 유럽은 2011년 1월 폭설까지 겹치면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국가 공항과 도로가 한동안 마비됐다.
[기상이변 대처]
전 세계적으로 어떤 기상이변 피해가 일어났는지 유형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상 제로베이스에서 기상이변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하고 맞춤형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뜻도 된다. 반면 중ㆍ장기 시점의 대응 전략은 무엇보다 정확한 기후 데이터를 양질의 행정 서비스로 연결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해 초래되는 기상이변이 이미 일상적인 모습이 된 만큼 이에 대한 종합적 시스템 마련과 거시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상이변으로 연료비, 식재료비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먹을거리를 비롯한 물가가 예기치 않게 인상될 경우 사회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으므로 이로 인한 부담으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이슬람권에서 촉발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는 대부분 먹을거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보험 대비]
사고가 나면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 차량 수리비 등이 지급되지만, 중과실 사고로 인한 벌금, 소송비용 등의 법률비용이나 사고를 낸 운전자의 소득보상 등은 책임지지 않는다. 이러한 비용은 별도의 운전자보험 가입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금번 눈폭탄 이후 운전자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판매 또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손보사들은 이에 편승해 고객들을 끌어모을 다양한 운전자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물가 상승에 대비해 지급 보험금이 5년마다 20%씩 늘어나는 보험도 판매하고 있다. 차량할부 지원금 제도가 생겨 가입자의 사망이나 중증 장애등으로 차량 할부금 납부가 어려워지면 남은 할부금을 가입한도 내에서 대신 내준다. 가입 후 1년 내 실직해 해지하면 납입 보험료를 전부 되돌려주기도 한다. 초보 운전자, 신차 특약도 있다. 무사고 운전자가 가입하면 보험료 할인 혜택을 준다.
기상이변이 증가하고 있는 시대에 대응책의 개발과 위험 분산은 오히려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