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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옹 드 보몽은 1728년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한다.
그의 소년 시절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스페이푸가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여성으로 살면서 "나를 후계자로 생각한 아버지가 남자로 길렀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데옹 드 보몽은 프랑스와 러시아 간 교섭을 위해 러시아 여제(女帝) 엘리자베타 페트로브나의 황실에 잠입해
조정 역할을 하며 유명세를 탔다.
활동 당시 사용한 이름은 '리아(Lia) 드 보몽'. 루이 15세 직속 비밀기관 소속이었던 그는
러시아를 친(親)프랑스파로 만들라는 지령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는 7년 전쟁에 참전해 훈장을 받았고 이후 기사(騎士)라는 뜻의 '슈발리에 데옹(Chevalier D'Eon)'으로 불렸다.
런던에서 스파이 활동을 할 때도 여성 행세를 해 프랑스 황제 루이 16세가 드레스를 보내주기도 했다.
영국인 남편을 얻어 말년을 보내던 데옹의 진짜 성(性)은 죽은 뒤 공개됐다.
부검을 마친 의사가 "(그는) 해부학적으로 남성"이라고 밝힌 것이다.
가와시마 요시코(川島芳子)는 남자 행세를 한 여자 스파이로 유명하다.
일본 관동군 요원으로 활약하며 괴뢰정권인 만주국 안국군의 총사령관까지 오른 그는 '동양의 마타하리'로 불렸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군복 차림으로 나온 남장 여자가 바로 그다.
작년 일본 TV 아사히에서는 여배우 구로키 메이사(黑木メイサ) 주연으로 '남장미인 가와시마 요시코의 생애'라는
드라마가 나왔다. 1990년 매염방(梅艶芳)이 주인공으로 나온 '만주의 마지막 황녀'(The Last Princess of Manchuria)'도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1906년생인 가와시마 요시코의 본명은 금벽휘(金璧輝)다.
가와시마는 청나라 황실의 후예로 태어났지만 당시 베이징의 일본 경찰국장이던 가와시마 나니와(川島浪速)의
양녀로 보내지면서 일본식 이름을 얻었다.
몰락한 청조 황족인 아버지가 당시 일본인 실세와 손을 잡기 위해 딸을 내 준 것이었다.
일본에서 성장한 가와시마는 성격이 자유분방했다고 전해진다.
남자 옷을 즐겨 입었고 승마를 잘했다고 한다.
남장한 채로 여탕에 들어가서 여자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는 17세 때 자살 미수사건을 겪으면서 평생 남성으로 살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서는 양아버지의 '야릇한' 관계 요구를 거절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설(說)도 있다.
첩보기관원 다나카 류키치(田中融吉)를 만나 교제를 시작하며 가와시마는 권총 사격, 기밀서류 입수, 암호 해독,
변장 같은 기술을 섭렵했다.
중국 국민당 입법원장을 유혹했고 그의 비서로 일하면서 문서와 비밀 전보를 일본에 넘겼다.
중국군의 인사 동향과 군 배치에 대한 고급 정보도 포함돼 있었다.
만주어와 일본어는 물론 영어 실력까지 갖춘 그는 당대의 스파이였다.
중국인들은 그를 조국의 등에 칼을 꽂은 더러운 매국노(漢奸)라 여겼다. 영화(榮華)는 오래가지 않았다.
일본 패망 후 가와시마는 중국 국민당 정부에 생포됐다.
그가 조국을 배반한 까닭은 '만주국 건립이 청나라 왕조를 재건하는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라고 한다.
1948년 3월 총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죽음을 두고 이설(異說)도 많다.
'비공개 처형장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실제 죽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
얼굴에 총상을 입어 시신 확인이 불가능했다'
'30여년간 살다 1979년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스파이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남장으로 유명했던 인물 중에는 18세기 영국 군의관으로 이름을 날린 제임스 배리(Barry)가 있다.
그는 의대 입학을 위해 남자 행세를 시작했다.
여성을 받아들이지 않던 제도를 뛰어넘으려는 고육책(苦肉策)이었다.
그는 영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첫 여성으로 기록됐다.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등에서 반세기 넘게 남자의 인생을 살며 병사들의 치료에 헌신하던 그는 1
865년 죽은 뒤에야 진짜 성을 드러낼 수 있었다.
장례 준비를 하던 하녀가 그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다.
영국 군 당국은 이 사실을 100여년 동안 숨겨왔으나 나중에 역사학자의 조사로 비밀이 벗겨졌다.
여장을 즐긴 유명 인사에는 누가 있을까. 48년 동안 미 연방수사국(FBI) 수장으로 활동했던 존 에드거 후버가
사석(私席)에서 여장을 즐겼다는 소문이 지금도 떠돈다.
할리우드의 괴짜 감독 에드 우드는 여장을 즐기는 기벽(奇癖) 때문에 입방아에 올랐다.
일본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최근 제주 관광용 홍보 동영상을 찍은 잇코(IKKO·본명 도요카 가즈유키)씨도
여장 남자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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