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이는 12월의 첫날입니다.
초하루 아침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운 것들 외로운 것들 모두 비워낸 은행나무 가지는 시린 표정으로 아침을 맞습니다.
다들 떠나버린 달들의 끄트머리. 그냥 아무도 모르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가는 게 세월인가 봅니다.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채로 살아있는 나날을 그렇게 무심코 흘러만 가고 살아있는 우리는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맞이합니다.
코로나 정국에도 11월의 묘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참석하는 인원에 비해 너무 많은 맛있는 음식을 해온 서울의 동생내외에게 미안함마저 들었습니다.
평생에 한 번의 묘사 음식을 준비하는 종중들은 보다 더 정성을 다하여 모시려는 유사들의 마음 씀씀이가 감사하기만 합니다.
앞으로의 세대가 지금의 이런 조상을 숭배하고 집안의 전통을 보전하려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그 어려운 시대를 살다간 선조들이 마련해둔 함양군내의 여러 곳의 임야와 농지가 있었기에 그나마 제게는 9대조부터 이하의 선조들을 숭조당에 모실 수 있었고 재실을 건축하여 하루 전날에 모여 회의를 하고 정을 나누는 공간으로도 크나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처럼만에 만난 모든 분들은 저의 비대한 몸무게에 입을 댑니다.
하긴 나도 모르는 사이 급작스럽게 늘어난 몸무게는 행복의 잔해입니다.
매일 함께하는 소주잔과의 만남은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이고 살아있음에 대한 확인입니다.
이제는 정말 소주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주변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몸을 귀하게 여깁니다.
저는 너무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방만했습니다. 나의 혈족들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이 그러할진대 사무실을 방문하는 많은 분들에게 나라는 사람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저희 사무소에 수임되어 있는 많은 한의원들이 있습니다만 한약으로 감량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거래처 사장님의 추천으로 서울 강남의 한의원의 감량프로젝트를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앞으로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맥주나 와인은 금하는 음식이고 소주는 괜찮다고 하지만 양은 1병 정도로 줄일 생각입니다.
22년 1월초에 드리는 글에서 얼마정도의 감량 효과가 있었는지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결단의 한 달을 조심스럽게 내딛습니다.
패닉바잉한 MZ세대 대다수는 주택 구입을 후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주택을 구입한 젊은 세대는 부동산 뉴스를 봐도 이제는 안심이 되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집값이 조정되더라도 자신이 산 가격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자금 여력이 된다면 지인들에게 주택 매수를 적극 추천하겠다는 생각인데 문제는 집값이 단기간에 워낙 많이 올라 조정기가 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당장은 미미하지만 금리 인상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서서히 나타날 것입니다.
집값이 하락하면 무리한 대출은 가계대출 부실로 이어질 것이고 급격한 주택가격의 하락은 삶 자체에 대한 충격으로 다가설 수 있습니다.
부산 촌놈이야 서울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도 나하고는 별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명색이 재산분야에 관심을 갖고 양도에 관한 상담을 하는 사람이 바라보기에 이건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서울 전용 84㎡의 아파트를 두 채 이상의 종부세가 6천만원대 이상이고 2022년에는 1억 원대라니 도대체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하긴 부산의 해운대나 남천동쪽도 종부세의 부담이 크다는 애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상상 이상인지는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파트 값이 이런 상태로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는 겁니다.
부산에도 구석구석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양도소득세 신고수수료의 신고수수료는 꾸준히 들어오는 상황이지만 4~5년 후의 아파트 대란이 걱정입니다.
지금도 뒤늦게 아파트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내년 정권이 바뀌고 부동산세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세금 폭탄으로 인한 납세의무는 국민들로부터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웁니다.
1세대1주택 비과세 기준을 9억에서 12억 원으로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은 지나치게 높아 보입니다.
9억 원 또는 12억 이하의 양도차익에 대한 장기보유공제액과의 괴리의 폭을 줄여야합니다.
앞으로 활발하고 형평성을 고려해서 보편타당한 세제 개편을 기대해 봅니다.
울주에서 과자 제조업을 하는 친구의 초대로 11월의 세 번째 토요일 언양의 멋진 한정식 집을 찾았습니다.
상견례 장소로 잘 알려진 업소답게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초딩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주말은 보름이나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시간이 허락된다면 평일에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은 장소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의 아내는 “어머니, 애비 친구들에게 텃밭의 상추하고 배추 좀 뽑아줘도 될까요?”라고 하자 다리가 불편한 91세의 모친이 텃밭까지 나와 뽑아주신 그 상추가 약간 쌉싸래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옛날의 입맛을 느끼게했습니다.
요즈음은 정말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맛있는 곳이 있으면 주말에는 찾아가서 입맛을 다시고 옵니다.
사무실 근처 부평시장에는 반찬가게가 많습니다.
개방된 장소에서 직접 나물을 무치고 멸치와 콩을 볶고 무와 콩나물을 삶아내서 포장 음식으로 내놓고 팔고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합니다. 한 끼 비빔밥 반찬값으로 2천 원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시큼한 묵은 김치는 묘사 때 함양 고모 형님 댁에서 충분한 양을 확보해 두어 당분간은 좋아하는 김치콩나물 국은 원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복은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때에도 함께 합니다.
친구 모친의 텃밭에서 가져온 하얀 배추 속살같이 깨끗한 내음이 나는 12월 아침입니다.
12월은 모임을 좀 자제하기 위해서, 아니 몸무게를 줄이는데 집중하기 위해 11월은 바쁘게 살았습니다.
13,14일은 함양에서 시제를 모시고 왔고 19일에는 2년여 만에 서울의 부부모임에도 다녀왔습니다.
24일에는 산악회원들과의 2여년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졌고, 26일에는 차일피일 미뤄온 큰아들 친구 아빠인 변 선생님과 아이들 키우면서 부대끼며 고생하고 애태운 애기를 들으며 소주잔을 기울였습니다.
저렇게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끝없는 관심과 격려로 자식 뒷바라지를 하는데 나는 아비로서의 역할을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부끄러워했습니다.
28일에는 헬스장의 지인들과 떠나가는 가을을 배웅하기 위해 부산을 벗어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산사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습니다.
29일에는 고교동문들과의 모임을 갖고 그 동안의 회포를 풀었습니다.
오미크론(Omicron)이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이로 또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제 일상을 향한 복귀로의 조심스런 행보가 이어지는 순간에 현재의 백신이 듣지 않을 수도 있고 면역 회피능력과 전염성이 델타 변이를 뛰어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려변이’ 바이러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현을 보고한지 일주일 만에 유럽 여러 나라와 호주 아시아에서도 확인이 되고 있나봅니다.
오미크론 패닉으로 인한 공포감으로 유가는 폭락하고 증시도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확진 자는 5천여 명에 이르고 오미크론 의심 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보고 전염병이 이렇게 공포로 다가서는 세상에서 우리는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합니다.
우리는 언제 편안한 일상으로 되돌아가서 예전의 그 평온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하는 아스라한 그리움이 자리합니다.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매듭짓는 달입니다.
새벽길을 나서니 은행잎이 도로 위에 나뒹굽니다. 새 푸른 새순 솟는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힘든 모습으로 노오랗게 바닥에 내려앉았습니다.
바쁘게 살아 온 한 해. 나는 지금 내 생의 어디쯤 와 있을까.
12월은 한번쯤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2021년 12월 초하루에
세금나라 박 동 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