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남자가 멋져 보이려면 딴 건 사실 필요 없다. 다음과 같은 원칙만 지키면 된다.
절대 반팔 셔츠는 입지 않는다는 것. 반팔 셔츠는 아무리 멋들어진 걸 입어도 어딘가 남자를 초라하게 만든다. 러닝셔츠 하나 입고 앉아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긴 팔 셔츠를 잘 걷어서 입는 게 중요하다. 단정하게 걷어 올리는 것도 꼭 지켜야 할 점. 그냥 막 걷어 올린 셔츠보단 잘 접어서 두 번 세 번 말아 올린 모양이어야 한다.
내가 반팔셔츠를 입은 건 ‘전원일기’에 출연할 때밖에 없었다. 그땐 내 얼굴이 너무 도회적이고 순박한 느낌이 없다고 한참 욕먹을 때였고, 그래서 잠바를 걸치고 얼굴을 일부러 어둡게 화장하던 시절이었다. 때문에 여름엔 일부러 조금 촌스러워 보이는 반팔 셔츠를 입었다. 하지만 일부러 이렇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면 웬만하면 반팔셔츠를 입지 않길 권한다.
두 번째 원칙은 아무리 더워도 샌들을 신지 않는다는 것. 구두에 양말을 갖춰 신는 건 신사로서 기본 아닌가. 덥다고 대중교통 안에서 신발 벗고 앉아있는 남자, 모자를 부채 삼아 흔드는 남자는 하나같이 꼴불견이다.
세 번째 원칙은 손수건을 잊지 말고 들고 다니라는 것. 아침에 외출할 때 내가 제일 먼저 하는 건 양복 주머니를 뒤져보고 손수건이 제대로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거다. 손수건이 없으면 하루 종일 불안하다. 땀이 나서 닦을 때 대충 휴지로 닦는 것만큼 어설퍼 보이는 장면도 없다. 병이라고 해도 좋다. 스타일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사냐고? 중년 남성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철칙이다. 남자가 멋지게 나이 먹기 위해 정말 필요한 건 어쩌면 돈이 아니라 인내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