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못가겠다! ㅜㅜ; 글쎄 6월말 항공권이 벌써 다 나가고 없대네, 이를 어쩌지?"
"푸켓? 글쎄 쓰나미 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좀 그렇지 않냐?"
"페낭? 바다가 그렇게 별로라더라~"
"앙코르와트? 여름엔 바다를 가야지, 이 날씨에 거기갔다가 구경하기두 전에 쪄죽을걸?"
"아예 몰디브를? 안돼 휴가 며칠이나 된다고... 오다가다 날 다새겠다, 무조건 직항있는대로 가자"
"방콕, 파타야? 파타야는 이제 한물 갔지"
"그냥 제주도 갈까? 무슨 소리! 제주도 갈 돈이면 이왕이면 해외를 가야지... 막내는 여행간다고 여권까지 처음 만들었는데 이왕이면 도장 한 번 찍게 해줘야지..."
주말 식탁에서나 겨우 다같이 얼굴 볼 수 있는 각자의 삶에 바쁜 우리 여섯 식구들. 모처럼 다같이 가는 가족 여행을 마음먹었으나 행선지 선정에만 저렇게 비슷한 류의 '제주도부터 동남아 각국을 헤집고 다니며 흠잡기'를 꼬박 몇주에 걸쳐 하느라 세계일주 서너번 한 후에야 겨우겨우 의견을 모았다. 조금 더 비싼 클래스의 항공권을 사면 우리가 정한 날짜에 발리가 가능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하고 다시 원점이었던 발리로 돌아와서야 결정을 보게 되었다. 휴... 6명이 움직이려니 가기전부터 장난이 아니게 진빠진다.
대학교때 부터 시작해서 이제 여행경력 10년을 바라보는 동안 꽤 많은 곳을 다닌것 같다. 그 중에서도 골라본 나의 페이버릿 여행지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홍콩, 뮌헨...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이곳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대도시라는 점이다. 뜨내기 여행자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그 자체로 항상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는 코스모폴리탄적 도시들. 관광 버스대신 지하철을 타고, 기념품샵 대신 한참 트렌디한 샵에가서 마치 주말에 있을 파티용 의상을 찾는 것 처럼 쇼핑을 하고, 박물관 대신 그냥 산책나온 듯이 거리를 쏘다니는, 그 도시에 슬쩍 섞여 그들의 삶의 모습을 엿보는 것, 바로 그런 '이방인 아닌척 하는 이방인 놀이'를 사랑한다. 인위적으로 관광지로 꾸며놓고 '자~ 여기 좋지 않니~~? 니들 돈싸들고 얼른 놀러와라~'하는 류의 휴양지 여행은 어쩐지 싫다. 아마 너무 젊었기 때문이었나보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것들을 내 눈으로 보고, 듣고 직접 경험해봐야만 가치있는 여행이라는 생각들은.
그랬던 내가 작년에 너무 바빳던 탓에 꿈꾸던 호주여행을 포기하고 어디라도 그냥 가자는 마음으로 대충 예약하고 떠난 푸켓여행에서 바로 '무위도식' 휴양지 여행의 매력에 흠쩍 빠져버린 것이다. 늘어지게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먹고, 놀고, 쉬는 여행. 또다시 해변의 선베드에서 파도소리들으면서 책읽을 상상을 하니 이번 발리여행이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뜻깊은 가족여행이기도 하고.
저녁비행기라 제각각 볼 일 보고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출근했다가 (물론 일은 하는둥 마는둥, 여행 최종점검에 여념이 없었음) 4시반쯤 퇴근하여 공항으로 출발했다. 회사앞에서 출발하는 공항버스를 탔는데 디럭스 리무진이라는 것으로 요금이 12000원이었다. ㅜㅡ; 전부다 달러로 바꾸고 버스요금으로 몇천원 남겨두었는데 모자라는 것이었다. 달러로 내겠다고 하니 13달러랜다. 1달러가 1000원 이상의 환율인데 황당... ㅜㅡ;
혼자 여행 갈땐 늑장피우다 비행기도 놓치는 인간인 내가 (2년전 파리행을 기억하시나요....) 얼결에 가족여행 자칭 가이드 역할을 하다 보니 혼자 온갖 일정표 다 짜며 왕꼼꼼을 부리고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 속여가며 일찍오라고 재촉을 피운 통에 한동안 면세점 쇼핑도 하고 라운지도 이용을 하고 시간을 보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나에게 이런날도 오다니. ㅎㅎ 홍콩여행에서의 핍언니 10분단위 동선 완벽플랜을 본받아 오늘나도 해냈다! (언니! 기뻐해주세요~~) 드디어 보딩타임.
비행기 탑승!!! 이 순간부터가 제일 흥분되고 여행의 기대치가 최고조가 되는 순간이다.
이코노미지만 그래도 좋다~!!! (발리가기 바로 3주전 홍콩 출장에서 비즈니스에서 업그레이드되어 일등석 탔음. 요즘 형제의 난으로 말이 많은 모 그룹 회장님이 내 옆자리에...ㅡㅡ;!!! 심지어 거만한 귀족노조라 질타받는 기장아저씨조차 뛰쳐나와 무릎끓고서 '최선을 다해 모시겠다'며 절까지 함...ㅜㅡ; 기회가 되면 홍콩여행기도 올리겠음...)
이륙전이지만 이미 장거리 여행 마친듯 초췌한 나, ㅡㅡ;;; 옆엔 내 동생.
기내식먹고 잠깐 졸다보니 어느새 6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발리에 도착했다. 패키지여행객들은 여행사 팻말을 찾아 움직였고, 개별여행자들은 택시잡기에 바빳다. 하지만 미리 현지인 차량가이드를 예약해 놓은 나는 찬찬히 내 이름이 적힌 팻말을 찾아보았다. 내 이름 'Kristy' (블루마린도 알고보면 클스티랍니다..ㅎㅎ)가 쓰인 팻말을 채 보기도 전에 여행사이트에서 그의 사진을 익히 본 탓에 '시아롤'의 얼굴만 보고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발리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가 넘는 시간...
3일간 묵을 숙소인 소피텔에 도착했다. 밤에 본 소피텔의 외관은 매우 아름다워서 잘 골랐다는 만족감이 들고 뿌듯해 졌다. 시원한 웰컴드링크를 마시며 체크인 절차를 마친후 드디어 룸으로 안내를 받았다. 방은 넓직하고 욕실도 큼지막 한데다가 욕조와 샤워부스가 따로 있어 좋았다. 발리스럽지 않은 너무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조금 불만이었지만...
이미 새벽인데다가 잠자리가 바뀐 탓에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지만 조식 부페 시간에 맞춰 억지로 눈을 떳다. 바로 수영장으로 직행하려고 안에 수영복을 입은채로 겉옷을 입고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식사는 부페식으로 되어있고 아메리칸스타일의 계란요리나 후렌치 토스트 같은 요리는 주문을 하면 따로 또 갖다준다. 커피도 까페라떼나 카푸치노를 즉석에서 뽑아준다. 수영장을 옆에 두고 즐기는 너무 맘에 드는 아침 식사였다. 결혼한 친구들 말을 들으면 자기손으로 하지 않은 음식은 다 맛있다고 하던데 오랜만에 가사노동에서 해방되어 여유롭게 아침을 즐기는 엄마 모습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기분이 더 좋아졌다. ^^
주문하는 메뉴(계란요리, 샌드위치, 크로아상, 프렌치토스트 등이 있음)중에 가장 맛있었던 프렌치 토스트
주문하는 메뉴랑 상관없이 부페쪽은 몇번이고 또 갖다먹으면 된다. 인도네시아식 볶음밥인 나시고랭이 참 맛났음.
즉석에서 뽑아주는 카푸치노.
호텔이 100개 객실 규모이다 보니 수영장도 아주 크진 않지만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서 파도소리 들으며 수영도 하고 썬텐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해변으로 나가서 넘 멋진 파란 바다 사진두 많이 찍었는데 저의 건강한(?) 몸매가 나타나 있어 다 못보여드려 안타까울 따름이네요...(몇 안되는 남자클러버들 이럴때 굉장히 신경쓰이네요~~~)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철판깔고 딱 힌장만 올립니다... ㅠㅠ;(바들바들~~~)
엄마의 형광바지가 관람포인트...ㅜㅜ; 자기들 코디만 신경쓰느라 엄마코디를 방치했다며 세딸이 서로를 비난... ㅜㅡ;
꽃들도 너무 예쁘고...
오전에 이렇게 수영하며 바닷가와 수영장에서 놀다가 오후엔 나가서 점심먹고 발리에서 생긴일의 포스터장면인 울루와뚜 절벽사원에 갔답니다. 하루치 일정을 한편에 다 쓰려고 했는데 한번 날라가는 바람에 시간도 늦고 사진도 많이 못올린다고 하니 나누어 써야겠어요. 휴양지 여행이다 보니 내용보다는 사진으로 보여드릴수 있는게 많아서 사진위주로 올리게 될 거 같아요... 더운데 시원한 수영장 사진보고 더위 날려버리시길~@_^
* 2년전 몽마르뜨 언덕의 흑인강도와의 격투에서도 이겨낸 (여행기를 쓰다 중단했으니 알턱이 없으시겠져....ㅜㅜ;) 마린이가 이번엔 발리 원숭이 강도를 만나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기다려 주세요~~ 그럼 모두 즐거운 주말 되시길~~~
블루마린
첫댓글 사진이 많이 안올라 가네요~~~ 조금씩 나누어 올리는 수밖에 없겠어요...ㅠㅠ; 그나저나 몇자 되지도 않는거 쓰느라 날샛당...ㅜㅡ;
언니...시간을 보니 대단하네요~ 새벽 4시...옹~ 중간에 엄마의 코디를 방치했다는 말에 혼자서 어찌나 웃었던지~ 담편도 기대할께요
또다른 클스티~~ㅋㅋ가족 여행은 준비하느라 애썼네...휴양지 리조트보니 마냥 떠나고만 싶으니 어쩌나? 여행기는 계속 되어야한다~~쭉...
그렇지, 발리는 발리다운 곳이 좋은 건데 말이야. 프렌치 토스트 맛나보이네. 음식 좋아보여.
여행기 재밌어요~ 다음편 얼른 올려주시구~ 홍콩편도 올려주세요~^^
올해 휴가는 걍 휴양지로 뜰까...리조트보니 마냥 가고싶네..
요즘 같은 날씨에 정말 저 파란 수영장에 걍 뛰어들고싶네요~ 가족여행 참 보기좋네용~~담편도 기대해요~
원숭이 강도요? 헉..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ㅎㅎㅎ ㅇ ㅏ~ 놀러 가고 싶다.
와 가족끼리 다녀온 여행이라... 정말 부럽다... 담편도 언렁 올려바바바~~~
오늘같이 더운날 사진 보니까 그냥 공간이동해서 저기 파란물속에 잠기고 싶다~
저도 또 휴양지가고 싶어 죽을듯...ㅠㅠ; 케리비언이라도 가자구영~ 아직아 얼른 표좀... ^^;;;;
정말 여행 후기 잼있어요... 아흥~ 발리에 갈때 블루마린님에게 자문을 얻어야 겠네요~ ^^
바다가 보이는 수영장~~넘 좋네요....다음편보러 휘뤼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