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호주오픈주니어 결승분석 ~~

[홍차장]

테니스] 홍성찬 선수의 호주오픈 테니스 주니어부 준우승. 축하+아쉬움. ETC / 스포츠

2015/02/01 20:30

http://dalgomyi.blog.me/22025953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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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친구와 신나게 놀다 들어와서 곧장 바브링카 vs 조코비치 선수의 호주오픈테니스

남자 단식 준결승전 재방송을 봤어. 근데 화면 오른쪽 위에 배너 하나가 떠있네.

'내일 12시 30분. 홍승천 선수 결승전 생중계'

 !!!!!!!!!!!!!!!!!!!!!!!!!!!!!!

결국 결승진출 한거야!!! 나는 다음날 여자 단식 결승전 볼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런 횡재가 있나~!

다음날 정확히 12시 35분에 일어나서 하루의 시작을 테니스 중계로 맞이했어.

(12시가 넘도록 퍼질러 잤다는 뜻...)

결승전 상대는 로만 사피울리 선수.

17살로 홍성찬 선수와 동갑내기이며 주니어 랭킹은 홍성찬 선수에 한참 뒤지지만

이미 성인 대회에도 출전할 만큼 실력이 있는 선수야.

(성인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주니어 대회에만 집중했으면 랭킹이 훨씬 높았겠지.)

일단 경기 결과부터 말하자면 세트 스코어 0-2로 홍성찬 선수의 패배.

즉, 로만 사피울리 선수가 우승, 홍성찬 선수가 준우승을 했어.

당연히 축하가 먼저 나오지. 주니어부라고 해도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준우승을 했잖아!! 우리나라 테니스계의 미래가 밝아!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 선수처럼 우리 나라 선수도 앞으로 5~10년 안에

성인 무대에서 그랜드슬램 대회 정상을 노려볼 수 있는거야?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 준우승이라는 결과가 아쉽냐고?

그게 아냐. 오늘 경기를 전부 지켜보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걱정도 다가왔어. 

점수를 좀 더 상세하게 제시해보자.

<1세트> 로만 사피울리 7 : 5 홍성찬

<2세트> 로만 사피울리 7(7) : 6(2) 홍성찬

원래 6게임을 먼저 획득하면 세트를 가져가는 테니스 경기에서 로만 사피울리 선수는

두 세트 모두 7게임을 얻어 겨우 세트를 따냈어. 세트 점수만 보면 0:2지만

세부적인 점수를 보면 초 접전이었다는거지.

그런데... 과연 경기 내용도 이 점수가 보여주는 것 만큼 접전이었을까?

홍성찬 선수가 사피울리 선수보다 좋았던 것은 실수가 적었다는 점.

그런데 그게 문제였어. 애초에 실수를 할 가능성이 적은 공격이 대부분이었거든.

스트로크를 구사하는데 있어서 대범하고 과감한 구석이 별로 안보여서 안타까운거야.

분명히 다운 더 라인(down the line)이나 역크로스 공격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나왔는데

이상하리만치 크로스 스트로크만 고집하더라고. 심지어 그 크로스 공격도 구석으로 가기보다

사피울리 선수의 코트 중앙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은 지점에 떨어지고...

2세트 초반에 갑자기 다운 더 라인이 기회때마다 나오는 모습을 보고

'얼쑤~~~ 이제 제대로 경기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크로스 위주.

심지어 2세트 타이브레이크 중반부터 사피울리 선수는 정 중앙에서 한 발만 움직이며

홍성찬 선수의 공을 받아냈지.

특별히 인상적인 위닝샷이 얼마 없었음에도 점수만 보면 접전이 된 이유가

사피울리 선수의 실책 덕분이었어. 안정감 있고 끈질기게 랠리를 이어가면

사피울리 선수가 공격을 하다가 실책을 범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지.

경기 운영을 잘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안좋게 보자면 사피울리 선수는 적극적이었고

홍성찬 선수는 과감함이 부족했다는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야.

단순히 순위와 점수만 놓고 보면 지금 이대로 성장할 경우 홍성찬 선수도

세계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는게 당연해보이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성장을 하고 성적을 내고 싶다면 경기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어보여.

사피울리 선수와 홍성찬 선수의 점수 차이는 아~~주 근소했지만

이 상태로라면 성인무대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나타날거야.

이 정도 수준의 경기에서는 어차피 한 쪽이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압도적 경기보다

어느 정도 비슷하게 나가다가 마지막 한 두발 차이로 인해 승부가 갈려.

약간의 차이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경우가 있지.
단순한 경기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 운영 방식 때문이야.

사피울리 선수처럼 200km가 넘는 서브를 기대하는건 아냐.

200km짜리 서브만큼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공격적인 스트로크를 과감하게

코트 끝으로 구사했으면 좋겠어. 간혹 실수가 나오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말야.

어차피 성공률 90%이상의 안정적인 스트로크와 공격 방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파죽지세로 성장해서 성인 대회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인 선수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들을 작성했지만, 어쨌든 정말 멋진 경기 보여줘서 고맙다.

특히 활동 반경이 어마어마하더라.

사피울리 선수의 드롭 발리를 끝까지 쫓아가서 크로스 앵글샷으로 점수를 따내는 장면은

이 경기에서 나온 최고의 장면이었지.

끈질긴 모습과 좋은 체력, 기동성까지 갖췄으니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