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특수학교 여교장이 정년 퇴임한 후에도 장애아동이 있는 영아원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전주영아원의 '할머니 선생님'으로 통하는 최성자(67.여)씨는 작년 2월 지체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인 전주 자림학교 교장직에서 물러난 후 성당에 가는 일요일만 빼고 매일 영아원에 출근하고 있다.
최씨는 요즘 이 곳에서 중증 장애아동 3명을 가르치며 하루 하루를 즐겁고 의미있게 보내고 있다.
최씨가 특수교육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7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다 휴직한 그는 적성을 살리면서도 아이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던 중 당시 막 개교한 자림학교 교사로 부임하면서 부터다.
재직 중 쉰 셋이 넘은 나이에 방송통신대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기도 한 최씨는 힘들게 배운 전문지식을 아이들을 위해 계속 쓰고 싶다는 생각에 자림학교 퇴직후 작년 3월 전주 영아원을 찾았다 .
현재 그가 영아원에서 가르치는 학생은 자폐증세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성진(7.남.가명)이와 정희(5.여.가명), 수진(6.여.가명)이 등 3명.
지금은 최씨가 방에 들어서면 먼저 알아보고 "선생님!"하며 달려오지만 처음에는 영아원 선생님들과도 눈 한번 안 마주칠 정도로 장애 정도가 심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 10시면 어김없이 찾아와 아이들과 씨름한 최씨 덕에 심각한 언어장애 증상을 보이던 아이들이 1년여만에 말문을 텄으며 이제는 숫자도 제법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부쩍 실력이 늘었다.
전주 영아원 김대선(60)원장은 "이 곳이 장애아 전문시설이 아니라 특수교육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최선생님이 오신 후로 장애아들에 대한 교육에 체계가 잡혔다"며 "이젠 아이들이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 인사할 정도로 인사성과 성격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영 말을 못할 것 같던 수진이가 일년만에 '빵'이라는 첫 한마디를 터뜨렸을 때를 잊을 수 없다는 최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홀트 영아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