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의 귀여운 꼬마 아가씨 채림이, 우리 집 단골손님이다. 아이 엄마는 꽃을 사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하지만 아이에게 끌려서 오곤 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는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면서 내 꽃가게 앞을 지나간다. 지나갈 때마다 아이는 걸음을 멈춘다. 아이는 올 때마다 꽃을 사야 할 이유가 있다. 처음엔 엄마에게 야단도 맞고 혼도 났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오고가면서 자꾸 꽃집에 들러 꽃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가 힘들었나보다. 그런데 이젠 꽃을 고르는 아이를 바라만 본다. 아이는 꽃집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아이가 귀엽기도 하고 아이 엄마가 안쓰럽기도 해서 미리 꽃을 준비해 두었다가 주었다. 아이의 얼굴 가득 웃음꽃이 핀다. 내게 미안했던지 이젠 아이 엄마는 혼자 일 때는 꽃가게 앞을 지나가지만 아이와 함께 갈 때는 다른 길로 가는 듯 싶다.
오늘은 아이 엄마 혼자서 꽃을 사러 왔다. 퇴근길인가보다. 아이의 선생님이 이민 가신다고 꽃을 사오라고 했단다.
“엄마, 빨간 장미 사와, 카드도 사구!”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