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때의 외로움 2
어느 나라에서나
빨갛게 부어오르게 우는
지평선의 눈시울이 있는 법이다
빨간 색이라든가 노란 색의 패치 상태로
물든 삼림의 등은
새로이 어떤 외로움을 짊어질 것인가
조금 시차가 있기에
낯선 공기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답답한 불안만을 가중시킨다
깊은 시간에 물드는
아무르의 대지를
격렬하게 지나는 자와
께름칙하게 멈추는 자여
마음에 짊어진
태양의 무게를
하늘과 평원의 경계선에
붉은 나이프로 꽂아놓고서 가거라
-와카미야 아키히코(芳宮 明彦), ‘저녁 때의 외로움 2’ 전문
조용하다. 창밖 건너편 지붕 위에는 하얀 서리, 눈이 마주치는 곳 나무들 사이에 무덤이 하나, 그 위 소나무의 수樹평선, 그 위 한라산 머리 아래를 두른 운雲평선, 스치는 새들, 그 아래 억새. 절물휴양림의 ‘생이소리 길’에서도 그 아래 수樹평선이 길다. 거기 어디 쯤 가면 떠오르는 해를 보며 아내와 기도를 올린다. 모든 직선은 우리를 아득하게 하다.
지난번 제주 펜에서 문학 교류 차 북해도에 갔을 때, 그는 북해도문인협회의 대표로 나왔다. 장소가 아사이맥주 북해도공장 옆이어서 생맥주도 한잔씩 했는데 맛이 참 좋았다. 같은 섬이라지만, 거긴 남한 면적만 하다. 우리는 ‘섬’을 말했지만 그들이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모르겠다. 양 측의 작품 낭독과 환담이 끝나자 그가 내게 와 2001년에 나온 『21세기 한 일 신예시인 100인 시선집』(다층)을 가져와 거기 실린 나를 가리켰다. 그도 있었다. 1959년 생, 신예였던 그가 거기 중견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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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녁 때.. 누구나 조금씩 외롭지 않겠는지^^
마니 외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