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속마음/ 잔소리 싫어하는 남편
『일찍 들어 와라.』
『물건은 꼭 제자리에 놓아라.』
『술을 먹더라도 적당히 먹어라.』
이런 지적은 부모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더 많이 하는 세상이 돼 버렸다.
자잘한 지적 때문에 상처입고 말못할
가슴앓이를 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늘고 있다.
매일매일 아내의 잔소리를 피하는 것이
희망 사항인 남자들도 있다.
마음대로 살 줄 알았던 결혼 생활에
이렇게 통제가 많다니. 뭔가가 잘못된 것 같은데
딱히 호소할 데도 없다.
남자들은 집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 어색해 한다.
사회에서 능력있고 멋진 남성은 온데간데 없고
집안 일의 세세한 것까지 혼자 결정하지 못한 채
아내에게 일일이 허락 받는다. 『어떤 우유 사올까』
이런 옷 입고 나가도 되나』 등을 아내에게 물어보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자신을 한심해 한다.
예전에는 가정 일을 여러 구성원들이
나눠서 했지만 부부 중심으로 핵가족화 되면서
집안 일은 여성이 주도권을 잡게 됐다.
어느새 남성들은 보조 역할에 그치게 됐다.
물론 아내 입장에서는 조금만 신경 써주면
될 것도 고치지 않는 남편이 야속할 때가 많다.
그래서 성의가 없거나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어떨 때는 일부러 약을 올리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
별 것도 아닌데 몇 년씩 같은 지적을 해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남편을 보면 화가 치밀기도 한다.
반면 남편은 계속되는 아내의 지적에 짜증이 난다.
그런 아내에게서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다시 자율성을 상실하고 조정당할 지 모른다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고,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강한 적개심이 작동한다.
남편에게는 늘상 주기만 하는 어머니 같은
사랑이 좋게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거기에는 통제와 지적이 함께 따르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서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내들이 남편에게 지적을 하면 할수록
남편은 더 의존적이 될 뿐이다.
- 김병후·정신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