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파서>
-2004. 1. 24. 토. 백장미-
정월의 눈바람은
알갱이 하나 마다 그리움이라
고즈넉 쳐다 본 창밖엔
어린 왕자도 소공녀도 다 있네.
별나라 어디쯤
해 맑은 미소로 반길 왕자는
가슴 한 가운데 머물러
눈만 감으면 미소가 일고
달나라 어디쯤
나풀거릴 소공녀는 딱 내 어린 날 이라
가슴 밑바닥에 자리 잡아
젊은 날의 엄마를 부르네.
창호지 문짝 너머 남동생은
게 딱지 같든 얼어 터진 손으로
연신 돌려 치던 팽이에 씩씩
한발 바람 막던 딱지에 섬광이 일고
꽁꽁 언 강물 깨던
방망이 든 내 고모 이마엔
푸른 빛 붉은 빛
날이 선 삶이 아름다웠건만
정월은 와도
눈보라가 날려도
엉덩이 높이 쳐들고
장난스레 절하던 동기도 없고
하얀 무명 앞치마 길게 입고
찬물 한 대접 들고 계시던 엄마도 없어
눈 알갱이 속에
엄마도 동기도 모두 넣어
후후 불어 날아가면
새로운 알갱이에 담아 불고 불다
다 지워 지지 않을
그리움의 찌꺼기 하나
손 내 밀고
다시 주워
가슴 한 가운데 넣고
가슴 바닥을 채운다.
아마도
정월은 누구나 그리울거야!
같이 있고프고
사랑하고파서 말이다.
<놀고 있다>
-2004. 1. 25. 일. 백장미-
한국이 구정이라는데
뜻하지 않게
강추위와 더불어
빌딩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구정인 어제부터
덩달아 놀고 있다.
어젠
직원들과 회식하고
못다 한 쇼핑하고
오늘은
미장원 갔다가 광 내고
내일은
소꼽신랑 온다기에
뉴욕 공항으로 마중 나가고
내일 저녁부터
일요일 밤까지
차 없는 그 친구의 발이 되어
같이 다닐 것 같다.
피붙이 같은 친구는
한 주간 유럽 여행으로
김치에 고추가루 생각이 간절해서
아마도
신나게 먹을 꿈만 꾸면서
공항에 도착하면
짐도 풀기 전에 밥, 밥 타령을 할 것 같다
오늘 낮엔
맛있다는 밥집 답사까지 하고 와서
내일을 기다린다.
누가 온다는 소리만 들어도
공연히 가슴이 설레는 아이처럼
내일을 기다린다.
조금 자른 머리 보며
오십이 넘은 나이 생각 보담
언제나 친구처럼 지내던 아이가
언제나 금요일 밤이면
와인 한 병 사들고 와서는
제발 짧은 머리하지 말란다.
아직도 여자처럼 보이는지
아니면
여자 친구한테 자랑이라도 하고픈지
간섭이 많다.
사랑하는 이도 많고
사랑 받을 일도 많아
오늘을 더불어
한해를 사랑하며 살 것 같다.
좋은 꿈꾸면
네게도 나눠주마.
정월이
나를 여리게 하네.
대봉동이 그립고
담벼락이 그립다.
모두 다 묻고
모두 다 사랑하고파서
작은 내 가슴이
작은 내 머리가 아쉽기만 하구나.
추운 날이지만
좋은 날 되어라.
카페 게시글
메일 보관방
20여 년 전 이메일을 펼쳐보며 196
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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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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