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인생운전자는 반드시 마음속에 거리를 둔다
적당한 거리를 둔다
나는 그 누구와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안전거리를 확보하면 서로에게 좋다.
친밀함이 독이 되어 관계를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안전거리는 누구든 지킬 수 있다.
자주 보지 않고,
매일 보지 않고,
좋은 이야기만 해줄 것,
이렇게 세 가지만 지켜도 마찰이 잘 생기지 않는다.
언제 봐도 늘 반갑고 만나기 전에 살짝 설레기까지 한다.
깊고 소중한 관계일수록 더 신중하게 지키려고 한다.
거리 두기는 한계에 대한 나의 가치관이다.
나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친구는
나의 가치관까지도 너그럽게 수용해 준다.
나는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조심스럽게 대하고
말과 행동 모두 더 신중해져야 한다고 강하게 믿는다.
애서 상대방의 비위를 맞출 필요는 없지만,
불필요한 솔직함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사람은 한 번 잃으면 다시 되찾기 어렵고,
한 번 생긴 상처는 오랫동안 관계를 서먹하게 만든다.
영원히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나면 늘 긍정적인 기운을 가득 주려고 노력한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 듬뿍 건네주려고 한다.
친한 사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곁에 오래 머물다 보면,
서로의 미묘한 감정변화를 느낄 수 있다.
‘아프다’고 말하기 전에 토닥여 줄 준비를 하게 된다.
친한 사이는 언제 만나도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고 친근하다.
어제 본 것처럼 대화가
물 흐르듯 흘러가고 어색함과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안전거리는 어색함이 아니다.
안전 거리는 친밀함을 더 아름다운 친밀함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장치다.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기 위한 보험이다.
나는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경게하고 조금 멀찍이 떨어진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친해질수록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게 사람의 본능이다.
이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은 호기심이 피어오른다.
그러나 소중한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본능을 좇아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행동하고 표현하다 보면,
상대방의 마음도 보이지 않고
어느새 내 마음조차도 헤아릴 수 없게 된다.
서운하고 상처받고 하나고 슬픈 날이 많아지면서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날로 커진다.
그리고 매번 실망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더 멀어진다.
그러나 나는 거리 두기를 고수한다.
상대방은 어쩌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는 소중하게 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말과 행동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다.
관계를 지키고자 하는 강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지,
이 거리는 절대 거절의 신호가 아니다.
성급함은 모든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0134,,,,
출처 > 도서 [조그맣게 살 거야] 진민영 에세이
≪후기≫ 유성 박한곤
세상 믿을 곳이 없다는 푸념 깊은 곳에는
설마, 하고 세상 어딘가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이 도사리고 있기에
삶의 안전거리가 허물어지는 수난을 겪게 된다.
친하다는 일방적인 생각으로
상대에게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털어놓게 되면
친한 상대의 먹잇감으로 전략하게 되는 안타까움이
냉엄한 현실이다.
가장 큰 증오심과 속임수는
친밀한 관계에서 생겨난다.
그래서 속 깊은 사람은
함부로 자기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경청敬聽의 의미를 아는 자는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처럼
현명한 인생운전자는 반드시 타인과
마음 속에 거리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