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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사고 22일째인 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선착장에 걸린 노란리본에 "엄마! 난 엄마 아들이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진짜로"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
가슴에 딸·아들 묻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8일 희생자 14명 발인… 전국 행사 축소·취소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엄마! 난 엄마 아들이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진짜로….’ ‘○○아, (네가) 엄마 아들이어서 정말 행복했다.’ ‘보고 싶다. 아들, 엄마도 카네이션 달아줘야지…. 너무 보고 싶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23일째인 8일. 어버이 날이기도 한 이날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선착장에는 희생자들에게 전하지 못한 노란 메시지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평소 같으면 등교 전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을 아들‧딸들은 국화꽃에 파묻혀 그저 웃고만 있었다. 세월호 참사 현장의 부모님 가슴엔 빨간 카네이션 대신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사망자 수가 늘면서 진도 체육관의 빈자리도 늘어 가고 있지만 아직 희생자를 찾지 못한 유족들의 마음은 여전히 타들어 간다. 팽목항 선착장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그렇게 가정의 달을 맞았다.
야속하게도 안산 단원고 학생 12명과 교사 2명은 이날 가족과 이별했다. 8일 오전 안산 지역 장례식장 6곳과 광주지역 장례식장 1곳에서 14명의 발인이 진행됐다.
같은 날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마련된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 제단 앞에는 하얀 국화 사이로 빨간 카네이션이 얼굴을 내밀었다. 이 카네이션은 일반인 탑승객 희생자의 자녀가 이른 아침 가져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님 가슴에 당당하게 꽃을 달지 못하고 혹여나 다른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 봐 조심스럽게 가져다 놓은 그 모습이 조문객들을 더욱 슬프게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유족들의 아픔을 애도하기 위해 카네이션 대신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단법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버이 날을 맞았으나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 수 없다”며 “참교육 학부모회 회원들도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 수 없기에 전국에서 회원들이 모였다”고 밝혔다.
부산 여성단체들도 지난 7일 “어버이 날이지만 카네이션을 반납하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공동행동을 펼치기로 했다”며 “우리 또한 유가족들의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끝까지 함께 행동하겠다는 뜻으로 카네이션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어버이 날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서울시는 어버이 날을 맞아 효행자, 장한어버이, 노인복지 기여단체 등 42명에 대해 표창장을 수여하기로 했으나 시상식은 열지 않았다. 제주시는 어린이 날 행사와 어버이 날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경상북도도 8일 이벤트성 행사를 열지 않고 경북 안동시 명륭동 안동시민회관에서 시상식만 진행했다. 충북 옥천군, 경남 의령군도 매년 주최하는 어버이날 경로잔치를 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