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인사이더 식사법
오향숙
푸성귀같은 날들 집으로 가져와서
큰 그릇에 버무리면 사람이 모여든다
내 편과 네 편의 입맛 한때는 겉돌아도
속속들이 배어든 유연한 참기름 말
제 각각 살아있는 뿌리의 속마음은
밖으로 내뱉지 않아 싸울수록 순해진다
싱거운 나의 하루 쓴맛이 녹아들어
혀가 만든 비법 하나 스며든 인사이더
싱싱한 유일한 재료 입 닫고 귀를 연다
[2025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소감] 오향숙
주변 세심히 살피며 좋은 시조 쓰기 위해 노력
어떤 자리에도 금방 섞여 한 팀처럼 어울리는 친구가 무척 부러운 적이 있습니다. 한쪽으로 밀려나 머뭇거리는 나를 발견할 때는 적당하게 간이 밴 시간을 퍼먹으며 그 안에 섞이려 노력했습니다. 그때마다 손을 뻗어 옆자리로 당겨주는 주변의 관심은 속마음을 털어놓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로 인해 그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한 무리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평소에 비빔밥을 좋아하는 이유가 내면의 낯가림을 채우기 위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음보가 모여 구가 되고 또 장으로 이어지는 3장 6구 시조의 맛이 그렇습니다.
오랫동안 신춘문예에 도전하며 시조라는 장르를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매년 당선 연락을 절박하게 기다리는 일은 습관이 되어 버렸지만, 그 연락을 받고 보니 날아갈 것 같았던 기분이 이내 무거운 책임감으로 밀려와 정신이 바짝 듭니다. 가까운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며 좋은 시조를 쓰기 위해 늘 노력하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홀로 독보적인 맛을 내지는 못할지라도 시조의 길에 스며들어 어울리는 시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조경선 선생님께 끝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시란 동인들과 응원해 준 가족과 이 기쁨을 함께 하겠습니다.
[약력]
-전남 해남 출생
-2023년 1월 중앙시조 백일장 장원
-시란 동인
[2025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김영재 시조시인
통섭의 사회 지향하는 울림, 오랜 여운 남겨
시조는 정형시다. 3장6구 정형 형식에 맞게 흠 없는 완결성을 요구한다. 형식상 흠잡을 수 없다 해도 내용이 빈약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단 한 명의 당선작을 뽑는 신춘문예 규정에 따라 미세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 심사위원도 아쉬울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마지막까지 심사위원 앞에 남은 작품은 ‘인사이더 식사법’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배려, 통섭의 사회를 지향하는 울림이 시조가 지닌 미덕으로 가시지 않은 여운을 오래 머물게 했다. ‘푸성귀 같은 날들 집으로 가져와서/ 큰 그릇에 버무리면 사람이 모여든다’ 우리의 삶이 ‘푸성귀 같은 날들’이라니, 어찌 아니겠는가.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서로를 작살내는 작금의 현실을 보라. 이 시조에서는 ‘입맛 한때는 겉돌아도’서로를 껴안는다 라고 했다. ‘시란 무엇입니까? 메타포다’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싸울수록 순해진다’ ‘입 닫고 귀를 연다’ 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당선의 문을 넘지 못했지만 ‘움직이는 냉장고’외 2편, ‘선지국밥집’외 2편, ‘어느 엄마의 실버들 넋두리’ 외 2편의 응모작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당선 시인에게 축하를 드리며 시조의 건강한 발화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 김영재
-1974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유목의 식사> <목련꽃 벙그는 밤> 등
-한국작가상, 이호우시조문학상 등 수상
-현 계간 <좋은시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