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생원과 강 첨지는 동갑에
어릴 적부터 앞뒷집에 사는 둘도 없는 불알친구다.
우 생원과 강 첨지는 모습과 행동거지가 딴판이라
사람들은 둘이서 어떻게 한평생 친구로 지낼까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어리숙한 우 생원은 생긴 것부터 두루뭉술하고
영악스러운 강 첨지는 성격도 생긴 대로다.
우 생원은 허구한 날 강 첨지의 봉이 되고도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덤덤하고
강 첨지는 어릴 적부터 우 생원 등쳐먹는 재미로 살아왔다.
열서너살 때의 일이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장날,
갑자기 강 첨지가 엿장수의 엿상자에서
엿을 한움큼 움켜쥐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엉겁결에 우 생원도 강 첨지를 따라서 달아났다.
날쌘 강 첨지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굼뜬 우 생원만 잡혀서 두들겨 맞고 엿값도 물어줬다.
나중에 만난 강 첨지가
조끼 주머니에서 엿 한자락을 꺼내 건네주며 말했다.
“너는 행동이 느려서 탈이야.”
구박까지 줘도 우 생원은 몇마디 구시렁거리는 걸로 마무리 지어버렸다.
어느 여름날 밤 우 생원은
강 첨지 손에 이끌려 이웃집 토담을 넘었다.
뒤꼍 토란밭에 숨었다가
그 집 아지매가 우물가에서 벌거벗고 목간하는 걸 실컷 구경하고
강 첨지에게 10전을 빼앗겼다.
꾀가 똑똑 흐르는 강 첨지는
우 생원만 우려먹는 게 아니었다.
서당의 머리통이 익은 애들에게도
토란밭에 숨어 목간하는 아지매를 구경시켜주고
관람료를 받아 챙겼다.
훈장님이 붓과 먹을 사 오라고 심부름시키면
강 첨지는 다섯냥을 주고 사 왔으면서도
여섯냥을 줬다 하고 한냥을 떼어먹었다.
세월이 흘렀다.
강 첨지와 우 생원은 사십대 초반이 됐다.
인생의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둘은 여전히 절친한 친구 사이로
주막에서 탁배기잔을 부딪친다.
강 첨지는 유기점을 하고
우 생원은 지물포를 생업으로 하며 다른 길을 걸어왔다.
둘 다 상처(喪妻)를 하고 홀아비가 됐다가
강 첨지는 젊은 재취를 들였지만
우 생원은 아직도 새장가를 가지 않았다.
어느 장날
우 생원이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지물포를
사동한테 맡겨놓고 집으로 향했다.
제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앞집 강 첨지네 집으로 들어갔다.
재취로 들어온 강 첨지 부인이 환한 웃음으로 맞았다.
“장날 대낮에 어쩐 일이세요?”
우 생원이 우물거리며 답했다.
“강 첨지를 만나기로 했는데….”
강 첨지 부인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
오늘이 장날이라 지금쯤 집에 불이 나도 못 올 건데….”
마루 끝에 두 사람이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생원님은 왜 새장가를 안 가세요?”
“형수님 같은 여자를 만날 수 있어야지요.”
강 첨지의 생일이 두달 빠르다고
우 생원은 강 첨지 재취 부인을 깍듯하게 형수라 불렀다.
우 생원이 강 첨지 부인 손목을 잡고
손바닥을 펴게 해서 스무냥을 쥐여주자
강 첨지 부인이 눈을 왕방울만 하게 떴다.
우 생원이 말했다.
“형수님, 부탁입니다. 한번만 만지게 해주세요.”
“뭣을요?”
“형수님 가슴을.”
“어머머.”
강 첨지 부인은 물러앉으면서도
돈 스무냥은 꼭 쥐고 있었다.
노랑이 강 첨지한테
돈 한푼 받아본 적 없는 강 첨지 부인은
홍당무가 돼 고민을 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딱 한번만이요.”
평소에 느려터진 우 생원이
잽싸게 저고리 속으로 손을 넣어 유방을 한번 만지고
얼른 손을 뺐다.
이번에는 오십냥을 강 첨지 부인 손에 쥐여주고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를 주물렀다.
백냥을 손에 쥔 부인은 와들와들 떨었다.
우 생원은 부엌으로 데리고 간 부인에게
두손으로 부뚜막을 짚게 하고
뒤에서 치마를 걷어 올려 일합을 했다.
우 생원은 허리춤을 올리며 지물포로 돌아갔다.
저녁에 장이 파하고 강 첨지와 우 생원은 주막으로 향했다.
“자네 지난 그믐날 빌려간 백오십냥 오늘 갚는다고 했지?”
우 생원이 태연히 답했다.
“자네 집사람에게 줬네.”
강 첨지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집으로 가
재취 부인에게 물었다.
“우 생원에게 백오십냥 받았어?”
혼비백산 놀란 부인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졌다.
맘씨 좋은 우 생원은
그래도 형수에게 스무냥은 남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