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은 소나무/ 김광규
새마을 회관 앞마당에서
자연보호를 받고 있는
늙은 소나무
시원한 그림자 드리우고
바람의 몸짓 보여주며
백여 년을 변함없이 너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송진마저 말라버린 몸통을 보면
뿌리가 아플 때도 되었는데
너의 고달픔 짐작도 못하고
마을 사람들은
시멘트로 밑둥을 싸바르고
주사까지 놓으면서
그냥 서 있으라고 한다
아무리 바람직하지 못하다 해도
늙음은 가장 자연스러운 일
오래간만에 털썩 주저앉아 너도
한번 쉬고 싶을 것이다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기에
몇 백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너의 졸음을 누가 막을 수 있으랴
백여 년 동안 뜨고 있던
푸른 눈을 감으며
끝내 서서 잠드는구나
가지마다 붉게 시드는 늙은 소나무
한동네에서 오래 살다 보니...
동네 어르신들의 나이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분들의 모습에는 물론 내 모습도 들어있지요.
어른신들 세대가 다 그러했듯이...
치열하게 사셨던 옛날은 다 지나갔습니다.
허리아프고 다리 아프고...
이제는 소나무 거죽처럼 빈 껍대기 뿐인 몸을
지금도 가만 있지 못합니다.
무엇이라도 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며.
힘들면 쉬시지, 왜 저럴까...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해를 못했습니다.
평생을 시부모 모시고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어미로서의 일만 하다가...
이제 나이가 들어감에
하루 해를 보내는 일이 얼마나 무료할까...
나 자신 나이들어가니 알 것 같습니다.
날마다 하느님을 만나러 갈 수 있고...
아직은 바쁘게 움직이며 공부도 할 수 있고
작은 봉사라도 할 수 있음이...
이렇게 보잘것없는 글이라도 쓸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감사한지...
하느님 감사합니다.
첫댓글 소녀들이 나뭇잎만 글러가도 웃는다지만.... 나이 들어 가면서 다시 소녀처럼
작은 나뭇잎 하나에도 감동하고, 들풀 하나에도 감동하고, 나이 든 소나무에도 안스럽고
그러한가 봅니다. 그저 지금처럼만 건강하셔서 주님 만나러 다니시고, 이렇게 글올리실 수
있으시기를 저도 기도합니다. 추석 명절 잘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