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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는 뻘 속에서 건져낸 인삼(人蔘)이다.
‘동의보감’에서도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에 버금간다’고 했다. 낙지는 콜레스테롤과 많은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
특효다. 또 타우린 성분은 남성 스태미나 증강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해와 남해의 갯벌이 주산지라고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산
낙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 들어 낙지전문점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주변에서 쉽게 낙지요리를 맛볼 수 있다. 낙지요리는
산낙지냐, 냉동낙지냐에 따라서 가격과 맛이 천차만별이다. 싱싱한 산낙지요리를 맛볼 수 있는 맛집으로 가보자.
-속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 사당동 ‘일가 낙지수제비’-
맛의 본고장 전라도에서 별미 중의 별미로 꼽는 음식이 낙지연포탕이다. 예전엔 서남해안에 가야 맛볼
수 있던 연포탕을 이젠 도심 한가운데서도 즐길 수 있다. ‘일가 낙지수제비’의 주메뉴인 ‘산낙지연포탕’은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인상적이다.
사골육수에 당근, 미나리, 무, 팽이버섯, 콩나물, 대파 등을 넣어 끓인다. 여기에 주인 이한주씨(52)가 태안에서 갓 잡아온 산낙지를 들고 와
손님 앞에서 가위로 잘라넣으며 식욕을 돋운다. 복지리탕처럼 시원하면서도 쫄깃쫄깃 씹히는 낙지맛이 일품이다.
산낙지 전골, 찜,
철판구이도 인기지만 낙지수제비와 해초덮밥은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해초덮밥’은 김, 미역, 다시마는 물론 불동가사리, 갈래곰보, 꼬시래기,
모자반 등 이름도 생소한 해초들을 듬뿍 넣은 뒤 날치알과 캐비어를 얹은 영양만점의 건강식이다. 가벼운 식사를 원한다면 낙지 한마리와 청양고추가
어우러져 매콤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 낙지수제비를 맛볼 일이다. 연포탕 3만5천원, 수제비와 덮밥은 5,000원이다. 7호선 지하철 남성역
4번출구에서 1분 거리다. (02)535-0442
-색다른 낙지요리의 천국 ‘신안촌’ -
기다란 나무꼬치에
낙지를 둘둘 감아 은은한 불에 구워 나오는 ‘낙지꾸리’를 맛보고 싶다면 ‘신안촌’으로 가야 한다. 이집 아니면 맛보기 힘든 메뉴. 간장과 설탕,
참기름만 조금 뿌려 낙지 본연의 짭조름한 바다맛을 살렸다. 두툼한 낙지다리를 입속에 넣고 으적으적 씹으면 처음엔 달콤하다가 나중엔 순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큰 놈은 다리가 어른 엄지손가락만큼 굵어 두 마리 나오는 한 접시로도 4명이 먹기에 충분하다. 술은 은은하게 꽃향기가 나는 전통주가
안성맞춤이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황석어젓도 일품.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코가 뻥 뚫린다. 푹 곰삭은 이 맛에 한번 길들여지면
단골대열에 설 수밖에 없다. 철따라 담근 어리굴젓, 토하젓, 갈치젓도 남도에서 나고 자란 주인의 손맛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도
의원·장관 시절 자주 들렀다는게 여주인 이금심씨(57)의 귀띔. 낙지꾸리 4만원.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의 가게를 딸에게 물려주고
서울지방경찰청 뒤편으로 이사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7번 출구에서 80m가량 직진하다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예약은 필수.
(02)725-7744
-산낙지의 진수 무안 기절낙지 ‘하남횟집’-
낙지 하면 역시 무안 개펄의 세발낙지가 으뜸.
그중에서 무안 기절낙지는 한번 맛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다는 진미다. 산낙지를 대소쿠리에 비벼 육질을 부드럽게 한 다음 초장에 찍어 먹는
‘기절낙지’는 낙지를 민물에 씻을 때 잠깐 기절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무안군 망운면 서쪽 끝 조금나루는 ‘낙지들의
주거단지’. ‘하남횟집’에 가면 조금나루에서 갓 건져올려 기절시킨 낙지를 맛볼 수 있다. 현지인들은 꿈틀대는 낙지의 머리를 잡아 훑어내린 뒤
으적으적 씹어먹곤 하지만 외지인들에겐 얌전해진 낙지가 그래도 낫다. 기절낙지 한 접시 2만원. 연포탕도 같은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무안버스터미널 뒤 낙지골목에 있다. (061)453-5805
〈글 오광수·사진 박재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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