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최고의 절경입니다. 특히 썰물 때면 바닷길이 열려 소매물도와 하나가 되는 등대섬의 모습은 가히 선경을 방불케 합니다. 매물도는 소매물도와 형제섬입니다. 소매물도의 명성에 가려 덜 알려졌지만 그 풍경은 소매물도 못지않게 이국적입니다. 최근에는 국립공원에서 매물도에 <해품길>이라는 걷기 길을 만들어 해안절경을 감상하며 한가로이 걸을 수 있습니다. 해안절경을 보며 걷는 길은 더할 수 없이 행복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 매물도 앞바다의 바위섬들, 이 바다는 곳곳이 비경이다
"또 모자랄까 두려워함이란 무엇인가? 두려워 함, 그것이 이미 모자람일 뿐.
그대들은 샘이 가득 찼을 때에도 목마름을 채울 길 없어 목마름을 두려워하진 않는가?" (칼릴 지브란)
▲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해안 절경. 선경이 있다면 이런 곳일 아닐까.
소매물도에 비해 매물도가 면적이 크고 인구도 많지만 관광객의 대부분은 소매물도에서 내린다. 소매물도에는 등대섬이라는 화려한 '관광'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유동인구나 유명세로 따지면 매물도는 더 이상 큰 섬이 아니다. 매물도에는 두 개의 마을, 두개의 포구가 있다. 섬 전체에 평지가 드물지만 대항마을은 더욱 가파르다. 절벽에 붙어선 집들이 위태로워 보인다.
매물도의 주산은 장군봉(210m)이다. 아담한 뒷동산이다
▲ 쿠크다스 광고로 유명세를 탔던 소매물도 등대섬. 물때가 맞으면 걸어서 건널 수도 있다.
소매물도, 자기 땅에 세들어 사는 섬
소매물도는 해안선이 3.8km에 불과하다. 걸어서 돌아도 1시간이 넘지 않는다. 지금은 폐교된 소매물도 분교 운동장, 거기서 공을 차면 바다로 풍덩 떨어지기도 했을 것이다. 이제 소매물도는 더 이상 낙도가 아니다. 관광지다. 머잖아 10여 가구 남짓한 옛 건물들마저 사라지고 나면 소매물도는 또 어떤 모습을 지니게 될까.
오래 전 원주민들이 육지의 한 사업가에게 대부분의 집과 땅을 팔아버렸었다. 그때는 가난하고 척박한 섬의 땅을 사주는 사업가가 고마웠을 것이다. 더구나 죽을 때까지 살도록 해준다는 조건이었으니, 굴러들어온 '공돈'이 아니었겠는가. 지금 주민들은 땅을 판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갑자기 유명 관광지가 된 탓에 관광 수입이 커졌으나 남의 손에 든 떡이다. 자기 땅을 팔고 그 땅에 '세 들어' 사는 주민들. 설상가상으로 땅을 샀던 사업가는 부도가 났고 땅은 새로운 주인에게 넘어갔다. 주민들은 서둘러 섬을 떠나야 한다.
부두에서 10분 남짓 걸어 오르면 섬의 정상 망태봉이다. 옛집들뿐만 아니라 망태봉으로 오르는 이 돌계단들도 머잖아 사라지고 말 것이다. 문화란 물처럼 흐르는 것이니 새 물결이 헌 물결을 밀어내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래도 소멸해 가는 것들은 애틋하다. 우리는 이미 오래된 옛 것들의 소중함을 안다. 옛 건물의 주춧돌이나 수 백 년 된 나무를 보호하고 돌보기도 한다. 그러나 옛날 쓰던 돌이나 고목만 소중히 할 일은 아니다. 옛 돌과 오랜 된 나무가 문화재고 천연기념물이라면 지금 저 작은 나무나 이 돌계단은 미래의 천연기념물이고 문화재다.
금지된 사랑, 남매바위
저녁이 오려는가. 하늘 한쪽이 흐리다. 신화가 되기에는 너무 좁은 땅, 작은 섬일수록 끔찍한 전설들이 떠다닌다. 나그네는 '남매바위'를 찾아간다. 옛날 어미 섬 매물도에 자식 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있었다. 뒤늦게 아이를 낳았다. 남매 쌍둥이였다. 남매 쌍둥이는 명이 짧아 일찍 죽게 된다는 말들이 있었다. 부부는 딸을 소매물도에 버렸다. 세월 따라 아들은 불쑥 자랐다. 어느 날 아들은 나무 하러 산에 갔다가 소매물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았다. 부모는 아들에게 "소매물도는 무서운 용이 사는 곳이니 절대 가서는 안 된다"고 신신 당부했었다. 여느 아들들처럼 아들은 부모 말을 가볍게 여겼다.
금단의 과실일수록 유혹은 달콤하다. 마침내 아들은 소매물도에 건너가 물비린내 달큰한 처녀를 만났다. 첫눈에 반한 두 남녀는 정념을 못 이겨 서로 끌어안고 사랑을 나누었다. 그때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고 비바람 천둥번개가 치면서 두 남녀는 바위로 변해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그것이 저 전설 속의 남매바위다.
전설이란 그저 전설일 리가 없다. 어떠한 전설도 현실의 반영이다. 남매의 이야기도 괜히 지어낸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뭍에서 흔한 달래고개 전설 같은 일이 섬에서는 더 자주 일어났을 것이다. 덕적도의 선단여 전설도 남매간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다. 섬이란 공간은 지금도 폐쇄적이다. 그러니 옛날에는 어떠했겠는가. 평생 섬을 떠나 보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그 좁은 땅, 몇 안 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눈보라 쳤다. 봄이 오고 가을이 갔다. 연분도 늘 맞대면 하는 사이에서 난다. 근친간의 사랑이 어디 한 두 번이었을까.
옛날의 섬에서는 남매로 나서 부부로 연을 맺고 살다간 이들에 대한 풍문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근자에 와서도 섬에서는 형수와 시동생이 눈 맞아 야반도주했다느니 하는 따위 풍문이 드물지 않았다. 남매바위에 대한 전설은 그에 대한 경책으로 생겨난 것이겠지.
첫댓글 아름다운 소매물도, 넘 유명세를 탄 걸 까요? 아픔을 겪고 있다네요...30여명 밖에 살지 않는 곳에
연간 관광객이 50만명을 넘어선다고 하니, 거기서 삶을 꾸려 나가는 주민들과 돈벌이 급급한 외지인들과
그리고 관광객들...우리라도 아니온 듯 다녀와야겠습니다.
소매물도 산행 기대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