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는전국적으로 2만5000여명의 환자가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상태로 대기 중에 있다.
그 중 약 5000여명의 환자는 간이식, 약 500여명의 환자는 심장이식을 대기하고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신장이식 대기자들이다. 이 중 상당수는 수일 내지 수개월 내에 이식수술을 받지 못하면 생명을 유지하기 힘든 환자들이다.
2014년 통계에 의하면 1년간 발생한 뇌사 장기기증자의 수는 517명이었으며 그 중 간을 실제로 기증할 수 있었던 경우는 404명이었다.
대기자에 비하면 턱없이 기증자가 부족한 현실이지만 놀랍게도 십여년 전 2000년대 초반의 년간 채 50례가 되지 않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자 수에 비하면 기증자 수는 현저히 적어 대기중 상태가 악화돼 사망하는 환자들이 수시로 발생하게 된다.
현대 의학은 지난 세기동안 실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 냈지만 이러한 환자들에서 그간의 발전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장기 기증’이다.
아무리 수술방법이 개발되고 좋은 약이 개발돼도 한 분 한 분의 순수한 장기 기증이 없다면 결국 이식은 시작조차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현대의학의 꽃이라고 불리는 장기이식은 결국 누군가의 기증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치료법이다.
유교 사상이 전통적으로 강한 우리나라에서 장기기증이란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기증을 통해 자신에게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그 무언가를 너무나 애타게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새생명의 선물로 전달해 줄 수 있다면 그 보다 값진 일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몇 년 전 중년의 여자 한 분이 간경화와 간암으로 찾아와 진료를 받았다. 간 기능이 너무 나빠서 절제술을 받기는 어려웠고 간이식을 시행하면 완치될 기회가 있었지만 뇌사기증자로부터 이식을 받기에는 언제나 가능할 지 기약이 없었다. 게다가 본인은 미혼에 형제들은 모두 바이러스 보균자라 생체간이식 조차 여의치 않은 상태였다.
할 수 없이 대기등록만 한 상태로 임시적인 치료로 암이 더 진행만 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기다리고 있던 중 환자에게 기회가 왔다. 비록 1순위는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 앞의 환자가 사정이 생겨서 받지 못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환자가 이식을 받을 수도 있어서 일단 병원에 들어와서 한나절 정도 대기해 보자고 했다.
환자는 흔쾌히 동의하고 입원해서 금식을 하면서 대기를 하였는데 결국은 받지 못하고 퇴원하게 됐다. 그 모든 상황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환자는 눈물로 받아들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볼 때마다 나 스스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기증이 조금만 더 활성화 된다면 저런 안타까운 모습을 안 볼 수 도 있을텐데.
그 후로도 환자는 이런 과정을 3~4차례 반복했고 약 2년여에 걸쳐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그 사이 환자는 식도 정맥류 출혈로 죽을 고비도 넘기고 간암 재발도 있어서 재발 치료도 거쳤다. 결국은 반복해서 생기는 복수와 흉수로 숨이 차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황달도 심해져 입원치료를 하게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태는 나빠지는데 기증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 중에 정말 갑작스럽게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연락이 왔고 환자는 간이식후 무사히 퇴원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그 환자분은 너무나 건강하게 다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자신에게 새 생명의 선물을 준 그 분에게 고마워하며 새로운 삶은 지금까지 보다 더 값지게 살려고 매일을 노력한다.
지금 우리 눈앞의 건강을 되찾은 환자들이 있을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한한 사랑의 결심을 한 기증자와 그 가족들에게 그 뜻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동식 교수(고대안암병원 간담췌외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