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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강원도를 비롯한 산간 지방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가을이 깊어가고 청명한 가을 하늘과 서서히 물들어 가는 단풍이 가을의 절정을 이루어 아름답고 멋진 풍경,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계절이다.
우리 산행 팀에서는 작년 가을 지리산 노고단 여행 후 일 년 만에 다시 강원도 강릉시 오대산 자락에 있는 소금강 트례킹을 하기로 하고 교통편이며 숙소 등을 알아보고 표도 예매를 하여 예정대로 정기 산행일인 10월17일 출발을 하였다. 13시50분에 청량리역에 모여서 잠시 기다리다가 14시22분 KTX열차를 타고 강릉을 향하여 출발하니 차창 밖으로 보이는 깊어 가는 가을정경을 보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언제나 여행은 나이를 불문하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재주를 가진 것 같다. 지금까지는 항상 차를 타고 가던 강릉을 고속철을 타고 간다는 게 믿기지 않고 4년 전 2018년 치러진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비하여 만든 강릉 고속철을 처음 타고 가니 더욱 새로운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양평과 횡성, 평창을 거쳐 15시20분경에 강릉역에 도착하여 역 바로 옆 정류장에서 버스 두 대를 놓치고 세 번째에 연곡면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시내버스라 정류장마다 설 뿐 아니라 길이 좁은 시골길 같은 데로 꼬불꼬불 가다보니 시간이 상당이 많이 걸리는 것이었다. 약50분 정도 걸려서 연곡면 사무소 앞에 내려서 소금강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오후5시 버스가 막 출발을 하여 불과 몇 분 차이로 차를 놓치고 한 시간을 기다려 6시에 출발하는 다음 차를 타고 기사한테 소금강호텔 앞에서 내려 달라고 부탁을 하니 알았다고 하여 기사만 믿고 가다보니 시골의 밤은 빨리 어두워지고 발길도 금방 끊어져 차 안에는 우리 일행 다섯 명만 남게 되었다. 사방은 깜깜하여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꼬불꼬불한 산길을 몇 바퀴 돌아서 한참을 가다보니 종점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기사에게 아니 어떻게 된 거냐고 했더니 그 때서야 자기도 소금강호텔을 잘 모른다며 전화를 한 번 해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하니 현덕사 앞에 내리라고 한다니 알았다면서 되돌아 나오다가 집들과 가게, 팬션, 주유소도 있어 밝은 동네에 내려서 바로 앞에 보이는 마트 겸 식당으로 들어가서 식사를 할 수 있느냐고 하니 늦어서 이미 마감을 하였다는 것이다. 사정을 해봤지만 반찬도 없고 밥도 다시 해야 하니 안 되겠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그럼 내일 아침은 몇 시에 할 수 있느냐고 하니 7시에 가능하다고 하여 아침을 부탁해 놓고 조금 걸어서 미리 구두로 예약한 소금강호텔로 가서 문을 두드리니 말과 행동이 어눌하고 이가 없는지 합죽한 모양의 할아버지가 느린 동작으로 나오는데 깜깜한 밤 시골의 외딴 집을 찾아오기도 했지만 꼭 귀곡 산장의 기분이 언 듯 드는 것이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전화로 예약된 202호와 207호 열쇠를 받아 2층으로 가서 짐을 풀고 문을 잠그려고 하는데 문이 잠기지를 않는 것이었다. 귀중품을 챙겨서 207호로 가서 다음 날 산에서 먹으려고 준비한 사발면과 인절미로 저녁을 때우고 간식으로 입가심을 하고 있는데 노크를 하여 문을 열어보니 주인아주머니가 원주에 갔다가 늦었다며 인사를 하고 우리의 전통인 예술놀이를 하며 12시까지 놀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배낭을 챙겨서 식당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낮선 전화가 와서 받을까 말까 하다가 받아보니 호텔 주인아주머니가 우리 방에 충전기와 바지를 하나 놓고 갔다며 자기가 택배로 보내야 하니 멀리 안 간 것 같아서 전화를 했으니 와서 가져가라는 것이다. 정총무가 되돌아가서 두고 온 충전기와 바지를 찾아오는 실수를 하였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전형적인 시골 풍경으로 빨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를 보니 정겨운 느낌이 들었는데 마침 연시가 된 것 중에 몇 개를 따서 먹는 달콤한 홍시의 맛도 여행의 별미로 흥을 더하여 주었다. 전날 저녁에 부탁한 식당에서 새로 지은 밥에 청국장 백반으로 아침은 맛있게 제대로 된 식사를 하였다.
한 시간에 한 대가 다니는 버스가 식사를 하려고 할 때 지나갔으니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하고 길에 나와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시골에서는 어쩔 수 없이 환경에 맞춰야 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한 시간을 기다리는 중에 저쪽에서 버스가 오는 것을 보고 차 온다며 보니 한 사람이 안보여 찾는 중에 그만 버스는 휙 지나가고 말았다. 얼마나 허무하고 난감한지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하거나 짜증낼 수도 없는 일이라 또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걸어가자며 내가 앞장을 서서 걷기 시작하였지만 4,2km의 꼬불꼬불하고 비탈진 산길을 간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가다가 차가 오면 타거나 힘들어 지치면 그만 돌아가기로 하고 한참을 걸어가니 뒤에 오는 사람들은 보이지를 않고 경사진 길을 올라가려니 숨이 차고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때 전화벨이 울려서 받았더니 정총무가 차량 섭외가 됐으니 기다리라는 것이 아닌가.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갑고 좋으면서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총무가 제법 능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잠시 기다리니 자그마한 자가용 한 대가 오더니 내 앞에 멈추는 것이다. 고맙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여 제대로 믿기지 않았지만 눈앞에 벌어지는 현실이었다.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면서 전화번호라도 알 수 없겠느냐고 했더니 그런 소리 하지 마시라며 사양을 하여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그저 감사한 마음 하나만 가지고 목적지에 내려서 예정대로 멋진 소금강 트레킹을 잘 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 아주머니 왈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오다가 보니 노인들이 배낭을 메고 있는데 소금강 가는 차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밭에서 고추를 따고 있는데 걸어가는 것을 보고 차를 놓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고 마음이 불편하여 자기가 태워줘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성경 말씀에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먼 길을 가던 한 사람이 강도를 만나서 어려움을 당했을 때 지나가던 대제사장과 레위인은 보고도 그냥 지나갔지만 이방인이지만 선한 사마리아 사람은 상처를 싸매주고 치료를 해준 다음 자신도 먼 길을 떠나면서 주막의 주인에게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을 하며 비용이 들면 돌아오는 길에 해결해 주겠다고 하여 어려움을 당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친 대제사장이나 레위인보다 선한 사마리아 인의 선행을 치하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말로만 선한 사람인척하고 율법적으로만 따지는 것보다 실제로 어려운 사람을 돌봐주는 것이 훨씬 하나님 보시기에 옳은 행위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야고보서에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 한 것을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말보다는 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교훈인 것을 깨닫게 된다.
여행의 묘미가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한편 기다리면서 지루함과 차를 놓쳤을 때의 난감함에 이렇게 선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으니 재미도 있고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가 생겨서 어느 여행보대 값진 여행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내가 꼭 선한 사마리아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고 감사했으며 그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칫 잔득 기대를 하고 떠난 여행이 허무하게 끝날 뻔한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주차장에 내려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오대산 노인봉까지 8,3km라는 이정표를 보면서 이제 우리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알록달록 물들어 가는 단풍을 보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세찬 물줄기와 폭포에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트레킹하는 것도 얼마나 멋지고 좋은지 모든 것이 감사할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금강 계곡은 이번이 세 번짼데 그전에 갔던 기억이 별로 남아있지를 않아서 티브이를 보면서 너무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나를 자극하여 실행을 하게 되었는데 먼저 만난 곳이 십자소로 바위들이 십자형으로 형성된 곳의 모습과 설명 보면서 사진을 찍었지만 나무에 가려서 제대로 나오지를 않은 것이 아쉬웠고 다시 조금 올라가니 그 계곡의 대표 명소라고 할 수 있는 연화담이 나오는데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와 소(沼)가 가슴을 탁트이게 하고 복잡한 도시에서 찌들린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니 저절로 깨끗해지는 것 같고 마음 깊이 숨겨진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동영상을 찍고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 더 올라가서 식당암을 만났는데 그곳을 보니 전에 왔던 기억이 바로 살아나는 것이었다. 율곡 이이 선생님이 자주 오르던 계곡 곳곳에 이이(李耳)에 대하여 설명한 안내판이 이해를 도와주었고 특히 식당암은 병사 100명 정도가 앉아서 식사를 했다는 연유로 식당암이라고 이름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르는 길목마다 빼어난 절경을 사진에 담느라고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지만 하나도 지루하거나 힘이 든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 정도였다. 마지막 목적지는 비룡폭포! 제일 멋진 경치와 높은 데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제법 폭포의 위용을 갖춘 것 같고 주변의 산세도 멋진데다가 단풍의 색깔이 아직은 조름 이르지만 그런대로 아름다움을 충분히 나타내고 있어서 한참을 머무르며 사진도 찍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하산하기 시작하였는데 시간은 약 2시간 30분이 걸렸다. 하산 길에 금강사 마당의 평상에서 준비해간 컵라면과 식당에서 싸준 밥을 먹고 마지막 무릉계곡이라는 푯말을 보고 옆으로 내려가니 세찬 물줄기에 깊은 바위 사이로 흐르는 계곡을 이름하여 무릉계곡이라고 하는 곳이었다.
소금강
일만 이천 봉
계절마다 다양한 색깔의 변신
볼수록 아름다운 산 하지만
갈 수 없고 볼 수 없는
우리 금강산
그리운 마음 달래는 이름
소금강
기묘한 봉우리가 하늘에 닿고
화려한 단풍의 절정에
오색 물감을 풀어놓은 연화담
답답한 체증을 풀어주는 비룡폭포
속세의 묵은 때를 날리며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번뇌와 탐욕 모두
흐르는 물에 띄어 보내고
티 없이 욕심 없이
살고 싶어라
주차장에서 20분 정도를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연곡면 사무소 앞에서 내려 강릉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전날 타고 왔던 300번 버스는 강릉역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대를 보내고 기사들한테 물어보니 314번을 타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다리는 버스는 언제 올는지 도무지 소식이 없고 다른 차들은 예정 시간이 모니터에 뜨는데 기다리는 314번을 전혀 뜨지를 않는 것이었다. 얼마를 기다려야 할는지 막막한 중에 어느 버스 기사가 자기 차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5분만 걸어가면 된다고 하여 결국 그 버스를 타고 강릉 시내 어느 신호등 앞에 섰는데 기사가 여기 내려서 건널목을 건너 쭉 가면 된다며 일어준 대로 가다가 어느 젊은 청년에게 물어보니 20분은 더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하루 종일 산길을 걷느라고 힘이 드는데 복잡하고 매연이 있는 도심 길을 다시 20분이나 걸어가야 된다니 어의가 없었고 버스 기사가 자기 차에 손님 하나 더 태우려고 거짓말을 한 것 같다고 투덜거리며 앞을 쳐다보니 강릉역이라고 쓴 큰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럼 다시 젊은이가 20분이나 더 가야 한다고 한 말은 뭐지? 하며 잠시 낙담했다가 다시 희망을 발견하고 버스기사에 대해서 순간 오해한 것에 미안한 마음으로 서로 웃으며 이번 여행에는 참 힘들기도 하였지만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많은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다들 한 마디씩 하며 역 근처의 작은 식당에서 제육볶음과 오징어 볶음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다시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니 7시30분경이다.
옛날에는 몇 시간이 걸려야 하는 강원도를 두 시간이 채 안 걸려서 가게 되니 시간 절약도 되지만 힘도 덜 들어서 너무 좋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여행지가 강원도요 그것도 속초라고 하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고속철까지 생겨서 앞으로 강원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다.
내가 만난 선한 사마리아 여인. 생각만 하여도 기분이 유쾌해지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2022년 송년회를 약속하며 즐거운 가을여행 마무리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