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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 너머 다른 세상 제7공화국 에서 만나자!
김윤기 / 전환 공동대표, 전) 정의당 부대표
대통령 관저를 점거 중인 내란수괴
2024년 12월 3일 이후 대한민국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가 되어 버렸다. 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형식적 민주주의가 자리 잡았고, 다시는 군부, 독재가 정치와 연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은 하룻밤 사이에 뿌리째 뽑혀 버렸다. 8년 전처럼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한 후, 헌법재판소가 이를 절차대로 심사해서 정해진 일정대로만 갈 수 있었어도 좋았겠다. 그러나, 그다음 한걸음 한걸음도 모두 지뢰밭과 다름없었다. 공석인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과 법률안 거부권 등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에 대한 해석이 논란을 일으키더니, 체포영장 집행까지 억지가 계속되고 있다. 나라가 이 꼴인데도 포기하지 않는 시민들이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지난 주말 시민들은 한남동에서 키세스 방패로 무장하고, 윤석열을 체포를 요구했다. 눈이 펑펑 내리는데도 3박 4일이나 거리를 지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석열은 남의 인생을 저당 잡아 공관 안으로 숨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경호처는 법원이 발행한 영장을 스크럼을 짜고 완력으로 가로막고 있었는데, 이들을 ‘윤석열 사병’ 말고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이 내란의 양상은 국가기관인 다른 국가기관인 법원의 영장 집행을 가로막는 양상으로 악화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쿠데타로 민주주의와 시민들을 잃었던 경험을 한 나라에서, 내란 수괴가 대통령 관저를 한 달 넘게 점거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다.
확신범 윤석열의 유산들
이러는 사이 내란을 동조하고 탄핵을 거부한 국민의힘 지지율은 내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참여연대와 리서치뷰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각각 42%와 30%였다. 1월 6일 리얼미터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34%라고 발표하였다. 여론조사 문항이나 응답률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지경에 국민의힘 지지가 20%를 넘는 것도 놀라운 상황 아닌가? 8년 전 박근혜는 비리를 저지르고 뒷수습을 못한 어리석은 대통령쯤 된다면, 윤석열은 ‘종북 반국가 세력’의 뿌리를 뽑겠다며 국회와 선관위에 군대를 보낸 확신범이다. 확신범 윤석열은 대통령 관저를 점거하고, 지지자들에게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신년 메시지를 보내며 순교의 과정을 생중계하고 있다. 그 유산들이 광화문과 한남동 거리 위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원래 그 거리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을 북한으로 넘어가게 할 것이냐”, “대한민국의 선거를 북한이 주도하여, 중국도 같이 참여한 것”, “사기탄핵”이냐고 외쳤던 자유통일당과 전광훈이었다. 그러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마저 그 연단에 올라 “좌파들의 내란 선동에 굴복해 정말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처음에는 둘,셋이더니 이제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관저로 들어가는 국회의원이 45명이나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안 그래도 남북 분단과 세계 최고 수준의 불평등, 트럼프, 멜로니, 르펜, 바이델 등 주요국가들의 극우정치세력의 성공은 우리 사회의 극우세력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내란사태로 주류 우파정당인 국민의힘 또는 그 일부가 극우정치세력으로 변모하고 있다. 극우정치세력이 주류 정치에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극우정치세력의 주류화는 우리 사회의 토대 변화와 맞물려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지난해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이 세대가 태극기부대의 주축이란 점에서, 생물학적 고령화로 인해 보수화와 가치 전도는 86세대의 정치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무시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1위인 데다, 이로 인한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에서의 세대 갈등도 위험 요소이다. 이주민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없어 서는 안 될 구성원이자 공동체의 일원이다. 특히 농업과 제조업 생산 분야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남 영암의 경우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할 정도이고, 이주민 전체 인구도 꾸준히 늘어나 5%, 250만 명가량이나 된다. 각종 불평등과 차별 문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 대비 68% 수준으로 성별임금격차가 30년째 OECD 꼴찌이다.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자립생활 보장 등 기본권 쟁취 투쟁은 이준석 같은 정치인들의 폭력과 혐오까지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22대 국회 들어서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소수자들의 투쟁은 극우정치세력의 먹잇감이다. 유럽의 경우를 보더라도 주로 이주민이 타깃이었는데, 혐오 대상은 확대되고,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극우정치세력이 성장할수록 이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더욱 노골화될 것이다.
이어지는 더불어민주당의 우경화
극우정치세력의 주류화는 우리 정치체제의 우경화를 촉발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더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나면, 그 빈공간을 민주당이 차지하려 할 것이다. 대중적으로 ‘진보’정치를 대표하게 되어 버린 민주당은 그 지위를 진짜 ‘진보정치세력’ 진보정당의 흔적과 노력을 지우는 데만 활용하지, 스스로 노동자와 서민,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으로서 책임감을 키우지는 않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종부세 부과 대상 축소를 제안하더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유예 등을 밀어붙였다. 부자감세도 문제지만,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대원칙마저도 깨버린 것이다. 그것도 뭐가 그리 급해서 내란수괴 윤석열을 거부하고 있었던 국민의힘과 사실상 공조한 것이었다. 이외에도 이재명 대표는 경총을 찾아가 반도체산업 노동시간 유예를 약속했고, 차별금지법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린 분위기다. 민주당은 정의당이 국회 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위성정당을 통해 그 왼쪽 세력들을 줄 세웠다. 이로써 22대 국회와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었다. 왼쪽으로부터 압박이 사라졌기 때문에 중도층 확장 전략을 명분으로 반서민 우경화하는데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경화는 내란사태 대응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대통령 탄핵 직후 이재명 대표의 일성은 내란 내각을 향한 성급한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이었다. 내란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 그 과정에 관여한 내각의 총사퇴, 광장의 요구를 수렴하는 거국 내각 구성 등 내란 사태 수습의 대원칙을 제시해야 할 때 집권세력으로서 안정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오늘까지도 내란 사태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것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대선에 대한 성급함 때문에 첫 단추를 잘못 꿴 탓도 있다. 위에서도 인용한 참여연대와 리서치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이재명 대표가 42%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지만, 절대 찍고 싶지 않은 사람에서도 3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내란사태 이전 11월 민주당이 열고 싶었던 퇴진광장은 그 기대만큼 큰 힘을 갖지 못했고, 당시 퇴진운동본부 참가단체도 50개를 넘지 못했다. 박근혜 탄핵으로 등장한 촛불정부의 개혁 실패, 이어지는 민주당의 우경화, 성급한 행보는 민주당 스스로에게도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남태령세대 그리고 다시 만난 세계
이 내란을 막은 주역은 시민들 스스로였다. 12.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지마자 국회 앞으로 달려가,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진입할 수 있도록 경찰과 군에 항의하고 길을 연 것은 시민들이었다. 국민의힘이 버텨 탄핵소추안이 부결되었던 날도 “왜 우리가 진거냐. 도망간 건 그 쪽이다. 우리는 등을 보이지 않았다”며 국회 앞을 축제로 만들며 다음 싸움의 희망을 만든 것도 시민들 스스로였다. 절정은 12.21일 남태령이었다. 전환 기관지 ‘도모’에 ‘남태령의 사람들, 연대의 기억들’을 기고한 최강희 씨는 “남태령에서 눈에 띄는 것은 2030 여성들의 존재감이었다. 더 이상 그들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바로 약자 한없이 약하고 더 없이 힘없는 진짜 약자, 세상을 바꾸는 건 항상 약자였다.”는 발언으로 남태령의 밤이 시작되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농민의 딸, 젠더퀴어, 정신질환, 동덕여대 재학생 등 각자의 정체성을 먼저 밝히며 시작된 발언들은 한결같이 “이런 나는 왜 이 자리에 서 있는가”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같은 지면에서 이재현 씨는 “남태령에서 자리를 지켰던 이들, 그리고 대통령실 앞으로 함께 나아갔던 이들이 트랙터를 보고 느꼈던 벅참이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잊히지 않길 바란다. 서로의 요구를 각인하며 만들었던 연결의 경험이 일상 속에서 새로운 정의를, 부단한 민주주의의 혁신과 재구축을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길 희망”했다. 남태령 그곳에서 2030 여성과 농민, 노동자와 장애인, 성소수자들이 환대와 연대, 눈물과 환호로 다시 세계를 만나고 있었고, 새로운 세계를 그리고 열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기존 사회운동을 대하는 모습도 다르다. 비상계엄 당일 총파업을 선언하며 ‘길을 열겠다’고 선언했던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와 연대감도 돋보인다. 이제 아예 “민주노총을 부르지 말고 우리가 민주노총이 되자”는 글이 크게 공감받으며 리트윗을 타고 있는 것처럼, 필요하다면 스스로의 존재와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조차 머뭇거리지 않는다. 민주노총에는 후원금과 손난로들이 답지하고 있다고 한다. 나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만들어내고. 퇴진을 넘어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는 광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전농, 전장연 등 기존의 사회운동과 거리낌 없이 연대하는 모습은 내란사태 수습이 대통령 하나 바꾸는 것 이상으로 사회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4.19세대, 6.3세대, 5.18세대 등 한국사회 큰 변화에 원동력이 되었던 세대들이 형성되었는데, 이번에는 남태령세대가 출연하길 기대해 본다.
지금 당장 사회대개혁, 지금 당장 전면 개헌
한남동과 광화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연단에서 쏟아지고 있는 주옥같은 연설들은 윤석열 퇴진뿐만 아니라, 삶의 요구들을 담고 있다. 8년 전 창원의 청년 전기 노동자가 “박근혜는 퇴진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삶도 바뀌는 것이냐?”는 호소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8년 전 우리는 탄핵에는 성공했지만, 내 삶을 바꾸는 사회대개혁에는 실패했다. 그 호소들은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다. 당시 집권이 확실했던 민주당은 ‘다음에’, ‘집권부터’라고 대답했다.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은 부족했지만, 아주 나빴다고 할 수는 없다. 정작 나빴던 것은 2018년 2월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출범하면서 공식화된 개헌 논의가 불과 3개월 만인 5월24일 국회 표결에 부쳐 의결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된 후 진짜 폐기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 4년간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 개헌은 애초부터 지킬 생각이 없는 공수표였거나, 지킬 가치도 없는 알리바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제대로 이루어진 개혁도 없었다. 취임 1년 차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을 이끌어냈지만, 이듬해 산입 범위를 개악하는 등 뒷걸음질 치다가 박근혜보다 못한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록하고 물러났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숱한 논란과 상처만 남긴 채 사라져 버렸다. 1년에 2,000명씩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나라에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누더기로 만든 것도 촛불정부였다. 윤석열이 거부했던 양곡관리법, 노조법 2,3조 개정안, 방송법 등은 민주당이 국회 과반 여당인 시절에는 국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던 법안들이다. 그러니, 다음으로 미루는 것은 8년 전 실패를 되풀이하는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대통령부터 바꾸고 사회를 바꾸자’, ‘국민의힘부터 몰아내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자’는 주장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지금 광장에 모여 있는 에너지를 지금 당장 사회대개혁, 지금 당장 개헌의 요구로 이어가야 한다. 되돌릴 수 없는 사회대개혁의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사회계약, 개헌이다.
진보3당, 전면개헌파가 되자
대선과 개헌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할 텐데, 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윤석열의 체포와 구속이다. 그리고 나면 바로 개헌 논의에 불을 붙여야 한다. 그러면, 아마도 우선 급한 대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과 헌법 전문에 ‘5.18정신과 6월 항쟁’ 정도를 추가하는 정도의 최소한의 개헌을 제안하고 나올 텐데, 이를 수용할 수는 없다. 그 정도로는 우리 사회의 존립이 걸려 있다고는 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토론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개헌했다는 명분만 주고,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다뤄 볼 기회조차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최소한이 아니라 최대한, 부분이 아니라 전면적인 개헌이다. 불평등, 기후와 민주주의 등 우리 사회 존립의 위기를 불러온 6공화국 체제에 대해 엄밀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일에는 6공화국 체제가 성장시켜 온 기득권양당과 자본주의 체제에 끊임없이 도전해 온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등 진보3당이 나서야 한다. 독자적 진보정당운동의 일대 전환의 계기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전면 개헌 투쟁의 깃발을 가장 먼저 들어 올려야 한다.
전면개헌운동은 광장의 요구와 열기를 모으는 대서 출발하여야 한다. 그토록 절실한 말들을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기초재료로 삼아야 하고, 허공에 흩어지지 않도록 하나하나 개헌안에 담아내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탄핵과 퇴진의 광장을 사회대전환과 개헌의 광장으로 이어내야 한다. 깃발은 진보3당이 들더라도 ‘남태령 너머 7공화국으로 헌법개정 시민회의’와 같은 전면개헌운동기구를 조직해, 광장의 시민들과 사회운동 조직들이 문턱 없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가운데 개헌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노동조합, 협동조합, 풀뿌리 지역조직 등 삶과 일터에서 활발한 토론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전면개헌운동의 참고가 될만한 노력들도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다. 2007년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회찬 후보는 제7공화국 수립을 위한 11개 테제를 제안하였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고, 완전한 노동3권을 보장한다’, ‘교육, 의료, 주택, 일자리를 국가가 책임진다’, ‘농업을 국가공공산업으로 규정하며, 식량주권을 지키고 국민의 식생활안전을 보장한다’, ‘장애인, 성소수자, 노인,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일체의 차별을 철폐한다’, ‘환경정의를 실현하고 생태친화적인 녹색국가를 건설한다’,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평화통일 실현을 국가의 임무로 한다’는 등의 내용들은 지금도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 이후에도 정의당은 2018년 개헌 논의에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정의 실현’과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상’을 기조로 하는 ‘국민을 위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광장의 요구와 이러한 제안들을 바탕으로 이번 내란 사태의 교훈을 더해 개헌안을 완성해 나가자. 시민주권을 강화하는 국민발의제, 국민소환제의 도입, 국가기구의 전면적 민주화를 위한 대통령제와 비례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 노동과 성평등,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경제적 기본권 확대, 평화와 생태사회를 지향하는 민주공화국의 설계도를 담아낼 것이다.
길이란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내란사태를 겪으며 한국정치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 자라나고 있던 극우세력은 더 크고 강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윤석열과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도 반서민 우경화 행보를 멈추지 않았던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동한 그 오른쪽 자리를 차지하러 떠났다. 진보정당운동의 분파였다고 할 수 있는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진보당 등은 위성정당을 통해 22대 국회에 진출하여 민주당 계열이 되어 버렸다. 한국정치의 왼쪽은 그 어느 때보다 넓어져, 휑하게 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이 넓은 공간에서 종횡무진 활약해 할 독자적 진보정당은 존립을 걱정해야 할 만큼 약해져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란사태 이전부터 진보3당의 공동행보가 적극적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것, 이 광장에서 손발을 맞출 수 있는 노동,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청년 등 사회운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작은 가능성을 ‘독자적 진보정당운동의 새로운 정치세력화’로 이어내야 한다. 극우정치의 등장과 한국정치 전반의 우경화는 ‘또 다른 윤석열’이 성장하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에서 진보를 이루어내었다고 평가받는 바이마르공화국은 실패와 그 사이를 비집고 등장한 나치와 히틀러는 끔찍하지만 지금 우리가 새겨야 할 분명한 역사의 교훈이다. 지금 우리는 사회운동과 협력하여 독자적 진보정당운동을 재건하고, 극우세력의 주류화와 사회 전반의 우경화를 막아 낼 사회적 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스스로부터 ‘지금 당장 전면개헌’을 위한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광장을 통해 터져 나온 사회대개혁의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고, 남태령세대와 동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독자적 진보정당운동의 조기대선은 그 뒤에 이야기해도 늦지 않는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