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리 산 종 주
Uebermensch
언 제 : 2015. 05. 26 ~ 27
동 행 : 김현석, 정승관, 심영보, 정평섭
코 스 : 성삼재~노고단~벽소령대피소~촛대봉~장터목~천왕봉~중산리
너무 멀어 다녀올 엄두가 안나는 곳이지만 산 다니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에 두어보는 코스다. 동기 다섯이 일박하는 일정으로 종주계획을 잡는다. 지리산이 처음인 친구들도 있는데 사전 미팅을 하지 못한 흠이 있다. 초파일 저녁 용산역에서 만나보니 모두들 짐이 너무 많다. 조금은 걱정되지만 그러려니 하고 야간열차에 오른다.
----- 첫 째 날 -----
오랫만에 만난 동기들끼리 열차에서 맥주 한 잔 씩 하다보니 잠을 제대로 못 잔다. 구례구역에 내려 마을버스로 성삼재에 오르니 새벽 4 시 반, 아직 어둡다. 노고단대피소까지는 걷기 좋은 오르막 길이다. 대피소 앞 광장에서 준비해 간 김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 새벽 4 시 반, 아직 어두운 성삼재휴게소 광장
▲ 대피소 가는 도로 사이사이 지름길이 나 있다
▲ 노고단대피소
▲ 대피소 아래쪽으로 종석대 능선이 보인다
▲ 이 Bench 에서 김밥 + 커피로 아침 해결
▲ 노고단고개까지는 약간 오르막이다
▲ 노고단고개
▲ 저 뒤가 노고단 - 출입 허용되는 시간이 따로 있어 우리는 그냥 Pass 한다
▲ 노고단고개에서 바라본 가야할 길 - 왼 편이 반야봉, 중앙 맨 뒤쪽 뾰족한 봉우리가 천왕봉
노고단고개에서 노루목까지 4.5 Km 는 거의 평지다. 속도가 조금 빠른 건 마음이 들떴다는 증좌다. 임걸령샘터 지나 노루목 가는 중에 심영보 군이 졸렵단다. 무박산행이 익숙치 않은 이들에게 종종 찾아오는 증세다. 영보가 잠든 사이 네 사람은 이과두주 한 잔씩 즐긴다. 이틀 전 양구 도솔산에서 따온 당귀싹과 참나물이 인기 만점이다.
▲ 평평 등로를 힘차게 걸어나간다
▲ 심영보 군
▲ 스틱 조정중인 정평섭 군
▲ 천하장사 정승관 군 - 16 Kg 을 메고 걷는다
▲ 만능 산사나이 김현석 군 - 이 친구 배낭은 20 Kg 쯤 된다
▲ 작은 돌탑 있는 곳에서 잠시 쉬며 뒤돌아본 노고단
▲ 사면(斜面)에 핀 철쭉이 우 중앙 왕시리(루)봉과 잘 어울렸다
▲ 이곳은 돼지령
▲ 우측 길로 내려가면 전망대가 있다
▲ 피아골삼거리
▲ 임걸령 샘터
▲ 노루목 오름길을 오르면
▲ 또 평평길이 이어진다
▲ 심영보가 잠든 사이 산나물 안주삼아 이과두주 한 잔씩
▲ 노루목 - 반야봉 갈림길
노루목 지나면 바로 경남/전북/전남이 만나는 삼도봉이 나오고 이어서 화개재다. 경남 연동골과 전북 뱀사골을 있는 고개로 옛날엔 물물교환 장터였다고 한다. 제법 고도를 올려야 하는 토끼봉에서 연하천 산장까지는 지루하고 힘든 길이 이어진다. 무더위에 천천히 가면 더 힘들 것 같아 속도를 내서 걷는다. 연하천산장에서 라면 + 햇반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 삼도봉 - 현지 사람들은 ' 날라리봉 ' 이라고 부른단다
▲ 이런 계단이 180 M 정도 고도를 내린다
▲ 화개재
▲ 토끼봉 정상
▲ 지루하기만 할 뿐 재미 하나 없는 명선봉 가는 길
▲ 이정목 뒤로 난 오솔길 끝이 명선봉 정상이다 - 그냥 Pass 한다
▲ 연하천산장 내려가는 계단길
▲ 연하천산장 - 점심 해결한 곳
▲ 산장에 걸려있는 글 -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끝 구절
점심시간에 보니 승관 군의 준비가 대단하다. 묵은지. 겉절이, 오이소박이 종류별로 해온 김치며 라면에 넣을 날계란까지 - 산에 다니는 중에 이런 친구는 처음 본다. 승관 군의 선친께선 고 1 때 무서운 음악선생님이셨다. 타고난 음치인 나로서는 시창(視唱 - 악보보고 노래부르기)으로 시작하는 음악시간이 매번 악몽이었는데 가끔 호출당해 바둑두던 덕을 보았다. 바둑두는 사람 속엔 기본 운율이 들어있는 거라며 두 학기 모두 ' 수 ' 를 주셨었다.
▲ 점심 후 다시 출발
▲ 이런 곳도 지난다
▲ 우측이 형제봉 - 멀리 천왕봉도 보인다
▲ 형제봉 오름길이 급하다
▲ 형제바위
▲ 이름없는 전망바위에서
▲ 지나온 형제봉
▲ 조금 치쳤나보다
▲ 벽소령대피소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 3.6 Km - 무더위에 지쳐 발걸음이 무겁지만 막상 벽소령에 도착하니 다시 생기가 돈다. 벽소한월(碧宵寒月) - 눈 시릴 만큼 푸른 달 빛이 비취는 곳이다. 훈제오리 + 산나물 + 소주 만찬이 이어지는 사이 64 세 동갑나기들 흥이 난다. 이웃 팀 무명가수의 노래 선물과 우리 벗 승관 군의 클래식 답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벽소령의 밤이 깊어간다.
----- 둘 째 날 -----
많은 이들이 힘든 걸 마다하고 산에 오른다. 일상의 안락을 따진다면 굳이 힘든 일에 나설 이유 없겠으나 제 몸에 갖혀 그 안락에 머무르는 것 보다는 어려움 견뎌내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게 값 있다. 한계를 뛰어넘는 사이 정신과 생명력은 고양된다. 한계없는 존재는 완벽할 뿐 아름답지는 않다. 한계를 넘어 무언가를 뛰어넘으려 하면서 사람들은 조금씩 아름다워진다.
▲ 벽소령의 아침 - 어제 지나온 형제봉 능선이 볕을 받아 아름답다
▲ 오늘도 고되겠으나 아름다운 천왕봉이 우릴 기다릴테니
▲ '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 이라...... 이런 법도 있었구나
▲ 덕평봉 선비샘
▲ 칠선봉 가기 전 바위전망대에서
▲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야할 길
▲ 칠선봉
▲ 몸은 곰인데 얼굴이 좀 사납다
▲ 평섭 군은 전망바위를 잘 차지한다 - 사진도 잘 받고
▲ 영신봉 오름길 긴 계단
▲ 바람이 시원하던 영신봉 오름길의 전망바위
▲ 멀리 어제 지나온 길 - 정 중앙은 반야봉이다
▲ 영신봉 오름길에서 바라본 가야할 길 - 중앙 뾰족한 봉우리가 천왕봉
▲ 영신봉은 정상 바로 옆으로 통과한다
영신봉 지나면서 이번 산행의 Highlight 가 전개된다. 영신 ~ 촛대봉 사이에 펼쳐진 세석평전이며 지리 푸른 하늘을 짊어진 촛대봉이 모두 그림같다. 촛대봉 지나면서는 천왕봉 바라보며 장터목 가는 길이 이어지고 제석봉 오르는 길은 이번 산행의 백미구간이다. 천왕봉 오름길이 어렵기는 하나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벅차오른다.
▲ 영신봉 철쭉길과 멀리 촛대봉
▲ 촛대봉과 그 아래 세석평전
▲ 촛대봉 안부로 내려 가는 길
▲ 스틱에 의지한 채 휴식중인 세 친구
▲ 풍력발전기 같기도 하고......
▲ 촛대봉 오르는 길
▲ 촛대봉 정상
▲ 촛대봉 정상에 선 친구들 - 위는 승관 군
▲ 촛대봉에서 바라본 세석대피소
▲ 촛대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길 - 제일 뒤가 천왕봉
▲ 촛대봉에서 내려오는 길이 급하다
▲ 삼신봉 너머로 천왕봉이 보인다
▲ 연하봉
▲ 일출봉과 그 왼편으로 이어지는 제석봉 ~ 천왕봉 능선
▲ 장터목대피소 - 이곳에서 점심을 해 먹는다
▲ 제석봉 오름길
▲ 이번 산행의 백미인 제석봉 오름길 경치
▲ 제석봉 앞 전망대 - 힘찬 까마귀 비행
▲ 제석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천왕봉
▲ 천왕봉 오름길 - 왼편은 동부능선 중봉
▲ 통천문
▲ 통천문 지나 천왕봉 정상까지 급경사 길이 이어진다
드디어 정상에 섰다. 지리에 처음 온 세 친구에겐 오랜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을테니 그 감회가 어땠을까. 이틀 연속 이어지는 긴 여정 끝에 정상에 선 벗들 모두 자랑스럽다. 자칫 안락한 삶에 안주하기 쉬울 60 중반 나이들인데 하나같이 용기를 내어 어려운 길을 걸어냈다. 지리 절경이 준 것보다 더 큰 아름다움이 그들 마음 안에 자라났으리라.
▲ 정상에서
▲ 정상 동쪽 중산리로 내려가는 길
▲ 잠시 휴식중인 현석 군
▲ 콜라 한 잔 하는 영보 군
▲ 중산리 내리막길이 아주 급하다
▲ 계단도 급하긴 마찬가지
▲ 문바위 - 개선문이라고 써있다
▲ 법계사 입구
▲ 법계사 앞 감로수
▲ 법계사 바로 밑에 있는 로타리산장
▲ 문장대에서 바라본 천왕봉
▲ 망바위
▲ 장터목대피소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하는 지점
▲ 칼바위
▲ 중산리 탐방지원센터 - 종점
이틀동안 좋은 경험을 했다. 무거운 짐 마다않고 매사에 솔선수범하는 벗들이었다.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들 모두 초인(超人)은 아니겠으나 초인(Uebermensch)의 마음은 지닌 듯 했다. 어려운 일 앞에서 도전하고 또 묵묵히 감당해 나가는 거침없는 마음 말이다. 30 여년 가까이 남은 그들 삶이 언제까지라도 노인의 그것은 아니되리라 여겨진다. 아름답던 벗들 모습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첫댓글 저와두 함께 할 뻔한 산행이였어요.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참석 못 한게~~ 춘천에서 저혼자 가는줄 알고 땡쳤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