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쪽 뒷 데크는 모퉁이가 옹색하여 저 오른쪽 기둥을 붙잡고 부르스를 추듯 돌아야하죠.
뒷도랑길이 둥글게 돌아가는 곳이라서 조골 언제 하지? 하다 마침내 결행을 하였답니다.
내가 세상에서 젤 하기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인 강의 받는 거를 한 겨울에 감수하고 1박 2일로 곡성엘 갔답니다.
남은 쇠파이프, 쇳조각들을 모두 용접으로 덧대고 덧대어 저걸 만들었어요.
바로 요거! 아직 완성작이 아니므로 드럼통을 에워 펄라이트를 채우는 과정을 남겨두었지만
이 기초 화덕을 만들면서 아크 용접을 배워왔어요.
용접 그까짓 거 못헐 게 뭐있냐 했더니 둘레에서 말리며 권하더군요.
실기야 간단하지만 그 언저리를 알아야해요. 배우기를 잘했구나 싶었어요.
카페 'nongbooo'에서 연구하고 기획한 열기고리화덕 만들기 1기로 참여했어요.
동생네가 우리 도담마을 근처를 사서 오려다가 다시 그곳으로 가 정착하기로 한 곳이죠.
일명 '항꾸네 협동조합'은 5인 이상을 맴버쉽으로 한 인근의 희망자들이
언 귀농과 귀촌의 강을 녹이는 기특한 활동을 하죠.
전에 노사장님이 놓아주고 간 관록의 절단기 하나.
여전히 힘을 자랑하며 날만 갈아 끼우면 쇠고 나무고 할 것 없이 시원스레 잘라줍니다.
물론 세로로 길게는 안 되지만 가로로 토막 낼 수 있는 것은 죄다 간단합니다.
말하자면 전원생활의 필수 연장이죠. 나무를 톱으로 자른다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땀 나는지.
쓰러진 나무를 자를 땐 따로 전기톱이 있어야 하죠.
작년에 태풍에 쓰러진 겨울 땔감을 아직 반도 다 못 베었어요.
이번엔 작은 절단기,그라인더. 다재다능하죠.
작지만 세로로 길게 금을 그어 자르면 뭐든 원하는 길이대로 손에 넣을 수 있죠.
하지만 예쁜 동그라미를 잘 파는 재주 있는 연장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고 아래 노란 줄 자. 덜렁덜렁 호주머니에 늘 달고 다녀야 할 내 눈과 손이죠.
이 아크용접기는 30만원 안짝으로 다 구입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싸고 손쉬운지 주로 야외공간의 설치물을 시설하는데 이보다 더한 도구가 없어요.
인부 두 명이 이틀이면 뚝딱일 '대문 만들기'를 안 해주어 스스로 해결하겠다 했더니
얼마나 어려운지... 역시 최소한 '보조'가 있어야 하고, 어디선가 '철판'을 실어와야 하며
두꺼운 쇠와 얇은 철판의 녹는 관계를 고려하여 '정교하게' 용접해야하는 주제인지라
이 초짜에 저 아크용접으로는 될 성부르지 않아 지금도 망설이고 있어요.
수평기도 필요하죠.
저 낡은 아버지의 나무수평기가 오늘날 내 작품의 높낮이를 저울질해주는 눈대중이 돼요.
화가의 데생력으로 길러진 눈을 믿기엔 착시현상은 곳곳에서 작업 시간을 지연시키죠.
충전식 전기드릴.
혹 밤에 충전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면 낮의 일감을 싹 바꿔야 하는 낭패를 보게 됩니다.
전에 사두었던 거라 그냥 쓰지만 시멘트, 플라스틱류, 나무, 쇠를 가리지 않고 나사못을 바꿔가며 들이대는
긴한 공구. 이것들이 요새 제 분신이 되어 저 동키호테의 창날처럼 나를 앞서 갑니다.
일이 바뀌거나 재를 버릴 때 길 너머 뒷 밭에서 돌멩이들을 주워다 휀스 안으로 던져놓곤 합니다.
그때마다 꼭 옛날 대나무저금통에 동전을 넣는 기분을 맛보죠.
일원짜리 더러 오환짜리 동전 한닢을 얻기가 쉽지 않았던 때입니다.
공책 사고 남은 일원. 학교 앞 뽑기 가게를 지나치고, 포장마차의 단팥죽 모락모락한 김을 피하고,
밥칡 썰어쌋는 도마 칼을 피해 대문을 열면 저 왕대로 만든 책상머리의 꿈, 왕대저금통!
그 묵직한 알토급 동전 먹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죠.
그리하여 뒷 도랑 양 벽을 낮게 쌓습니다. 저건 앉아서도 쌓고 서서도 쌓으며 싫으면 관두고
내키면 10m를 단숨에 몰두합니다. 시멘트를 넣지 않고 엔간히 튼튼히 쌓으려면 크고 작은 돌들이
꼼꼼해야 하죠. 기왕이면 각돌이 더 좋고 덩치 크면 더 쉬워요. 하지만 저 돌들은 쌓았다고 하여
별반 예쁘다거나 견고하지도 않아요. 돌이 흙속에서 오래 살다보니 아직 덜 형성된 눅눅한 흙옷을 입고 있으며,
고만고만 둥근 편이어서 미끄러지기도 쉽죠. 하지만 뒤뜰의 물이 자갈 밑으로 스며 자연 배수하는 데는 저것 이상 없는
매우 간편하고 친환경적인 결론을 주도할 소재랍니다. 그간 돈 들이는 여러 고민을 해봤지만
저런 허술한 처리가 실은 더 자연스럽고 만족스럽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죄송합니다. 정초부터...
저 몸매도 없는 요강은 이곳으로 이사 온 작년부터 제 밤의 단골입니다. 아침에 보듬고 저 큰 통으로 옮기면
이내 가득 차고도 남아 곁의 작은 통까지 빌려야하는데 그마저 다 차버려 밖에 내쳐졌군요.
오는 봄날의 착한 천연의 요소비료죠.
저 요강은 제 나이보다 더 많이 자셨을 겁니다.
아주 어릴적부터 보듬고 살아온 우정이었으니 얼마나 오랜 친구겠습니까?
그러나 전 저 요강에 그려논 그림을 한 번도 따뜻하고 섬세하게 만지거나 살펴준 적이 없이
늘 일방적이고 희생적인 관계만을 강요해 왔답니다.
이제 보니 이 추위에 흰 엉덩이가 조금 짠하군요.(ㅋ 쉿, 모자는 법랑뚜껑이에요..)
창고에 다리와 난간을 이어 선반을 올렸어요.
오만 것들을 위로 아래로 옮겨 넣으니 정돈이 잘 되어 살 것 같아요.
에매하면 저기다 가두고
가물가물하면 여기와서 척척 찾을 수도 있으니!
개집으로 통하는 길만 남기고 한쪽엔 온갖 농기구와 연장들을,
다른 한 쪽엔 덜 마른 땔감들을 차곡차곡 쟁일 겁니다.
저 골강판은 갤러리 공사가 끝나고 남은 것들인데 마침 창고공간이 허전하여
일을 시작하였어요. 각파이프를 연결하여 세우고 ㄱ 자로 에두르니 저장하기 좋은 씀씀이가 되었죠.
물론 가운데 문짝 짜리 통로는 나무도 쟁여야 하고 들락거리기가 좋아야 하는 것을 고려하였죠.
후문으로 드는 길이 주 통로라 늘 생각이 머물지만
딱히 더 꾸며야 할 '꺼리'들이 없습니다. 키 작고 귀한 약나무가 어쩌냐 싶지만
대강 호주머니에서 얼버무리죠.
왼쪽 공간에다 참가시나무나 완도호랑가시, 섬동백, 능수벚, 소나무, 녹나무들이 눈에 밟혀도 꾹 참고
도곡 어디 나무 집에서 값 싼 반송짜리로 접었죠.
이제 뒤뜰 작업이 끝나면 마당쇠 일의 팔부능선 쯤 되는 숙제 '아치 공사'를 해야겠습니다.
제가 꽤 좋아하는 '아치'를 여럿 세워서 봄으로 오미자며 으름, 멀꿀, 포도 같은 덩굴을 올려서
툭 터진 원경의 정원 코끝에 귀여운 울타리라도 되는 냥 너나들이용 설치물을 만들겠어요.
항, 요것! 내가 없는 사이
주방을 몰래 가서 언니의 빈 빵봉지 속으로 널름거리다 딱 걸렸어요.
고개를 드는 순간 봉지가 목걸이가 되어버렸던 것.
"야이 새끼, 너 장보러 가냐?" 내가 호통을 쳤더니 요리 흔들 조리 흔들
진짜 이리저리 장을 피웁니다. 이불 사이로 소파 밑으로 탁자 너머로...
이눔시키!! 난 늬 죄를 모릉깨 늬 알아서 해결해라이~~!
아침에 앞산 가득 눈이 내립니다.
뜰에도 눈이 쌓이고, 난 아무 데도 나갈 데가 없습니다.
출근도 없는 날, 오갈 소식도 없는 날, 아무 것도 안하고 저 눈밭에서 되우 자고 싶은 날,
동안 이런 날을 기다려온 것인데 막상 할 일이 많은 나로서 여간 섭섭하지 않습니다.
뒷 돌 도랑도, 못이 모자라 덜 끝난 데크도, 물매를 보아 완성할 뒷 창고 공간도, 글루건 자리도...
지나는 길에 만든 저 편상. 무심결에 박은 가스통 받이, 잔디가 침범하지 못할 깊이로 차단한 화단 테두리,
농기구 걸이, 발효실 선반, 저장고 바닥들은 모두 이번 공사가 끝난 부스러기들로 다 채워졌답니다.
이러니 인부 사다 일을 시키겠습니까?
인부 들여서 설명하다 하루 가고 인부 따라다니며 간섭하다 또 하루가 가고
인부더러 미안하여 말 못한 답답함으로 또 하루가 가면
내 맘에 반이라도 차는 결과는 나오겠습니까?
못나도 그럭저럭 내가 마무리하여 옳은 하루,
남은 것으로 때웠으니 부족함이 달래지는 하루,
차마 남 시킬 수 없는 일을 내가 처리했으니 참 잘한 하루,
아무려면 집의 세세한 아쉬움을 나만큼 더 아는 이 있을까 골똘한 하루,
내 그림 붓이 이 연장들 보다는 쉽겠고, 이 힘든 작품들 보다는 내 캔버스 물감이 훨 즐거울 거라 부푼 하루.
공연히 마음만 앞서는 염려를 이유있게 망각한 하루.
뻐근하고 아픈 귀촌자의 뼈마디가 쉴 수 있게 사르르 저무는 하루...
첫댓글 쉴 새 없이 부산한 하루, 내일이 환해 보이는 하루, 고단하게 미소 짓는 하루였겠습니다~~^^
가까이에 살면 거들어드리고 싶지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