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은 무슨…희망을 쏘는 중소기업 / ③ 와이지원 ◆
남들은 불황이라지만 24시간 공장을 돌려도 주문량을 못 맞춰 새 기계를 들이고 직원을 뽑는 곳이 있다.
지난달 25일 찾은 인천 부평에 위치한 와이지원 본사는 생산기계 4대를 새로 들여오느라 떠들썩했다.
송호근 대표(사진)는 "어수선할 때 회사를 방문하게 됐다"며 미안해하면서도 새 기계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국내 5개 공장에서 기계 4000대로 24시간 가동을 하지만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4대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었다.
절삭공구 중 하나인 엔드밀 분야 생산량 세계 1위 기업인 와이지원은 10년래 최악이라는 불황 속에서도 올해 매출이 줄기는커녕 40%나 늘어난 1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분기까지 수출도 이미 지난해 전체 수출량을 넘어섰다.
국외 아웃소싱을 잘하지 않는 일본 업체들마저 경기 침체에 따른 비용 절감차 와이지원 제품을 찾으면서 국외 주문이 더 늘었다. 독일 일본 제품과 품질은 대등하지만 20~30% 싼 것이 경쟁력 우위를 점하는 요인이다. 덕분에 와이지원은 올해에만 외국에 4개 법인을 추가로 설립했다. 엔드밀은 밀링머신에 부착해 2~10시간 사용하면 교환해줘야 하는 소모성 제품이다. 따라서 수요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와이지원이 생산하는 제품 종류만 8만개에 달하고 매월 250만개를 만들어낸다. 제품 개당 가격은 5000원부터 3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송 대표는 "종류가 8만개나 되지만 한 제품이 일정한 수명(사용기간)을 유지하는 것이 품질의 관건"이라며 "우리 회사 제품은 한 치 오차 없이 균일하게 깎이도록 품질 관리를 잘해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지원은 수년 전부터 1대에 3억~10억원씩 하는 자동생산ㆍ검사장비를 사들였는데 이처럼 과감한 투자가 불황기에 빛을 발하고 있다. 와이지원도 시작은 초라했다. 1981년 29세 젊은 나이에 창업한 송 대표는 다른 회사들이 수출용 아이템으로는 포기하다시피했던 엔드밀에서 가능성을 봤다. 직원 14명으로 시작한 사업에서 그는 처음부터 외국 시장만 노렸다. 창업 첫해 매출은 2억3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전부 수출로 얻은 성과였다. 품질에 모든 것을 건 결과, 매출은 매년 2배 이상 뛰었고 지금도 매출 중 80% 가까이를 75개국에서 올린다.
와이지원의 수출 전략은 다른 중소기업과 조금 달랐다. 바이어에 의존하는 대신 외국에 직접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1년에 몇 차례 전시회에 나가 회사를 알렸다. 필요하다면 문을 닫는 외국 업체도 인수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우면 바이어들이 재고를 떠안기 싫어하기 때문에 곧바로 주문을 줄인다. 하지만 이 회사는 외국지사로부터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와이지원이 잘되는 데는 직원에 대한 확실한 보상도 한몫했다. 오후 7시 반이 넘어 퇴근하는 직원에게는 오히려 벌점을 주고, 일 잘하는 직원에게는 1년에 연봉 30%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포상을 내린다.
수출을 중시하는 송 대표는 직원들의 출장비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매년 출장 항공비만 8억원 가까이 될 정도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경비를 줄인다. 지난 8월에는 미국 캐롤라이나주에서 폐업하는 보쉬 드릴제조 공장에서 드릴 생산기계 120대를 대거 사들였다. 새 기계를 사면 1000만달러가 넘지만 100여 대를 160만달러에 낙찰받은 것.
불황 속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와이지원은 올해 50여 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건물 4동을 합한 부평 본사 공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