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백만년전으로 본다. 영국의 생물학자 다윈(Darwin)의〈진화설〉에 의하면 인간은 온도변화가 적은 바닷속에서 진화되어 육지로 이동했다. 근심과 걱정을 모르고 살던 낙원에 최초의 시련이 불어닥친 것이 바로 50만년전의 제1빙하기였다. 수풀은 얼어붙고 새싹은 모두 말라버렸다.
추위에 떨면서 먹거리를 찾아 이동하면서 굶주림에 지친 절박한 지경에서 조개무리의 발견은 ‘마지막 진수성찬’이었다. 아무리 추워도 바닷물 속에서 얼지 않고 서식하는 조개무리는 인간의 마지막 구황식품(救荒食品)이었다.
인간이 산 곳이라면 어김없이 조개무지(貝塚)가 발견되는 이유다. 그래서〈청산별곡(靑山別曲)〉에도 “나마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어리랏다”고 했다. 지금도 강릉 경포대에서 전해지는《송천필담(松泉筆談}》은 의미있는 설화다.
생존의 가장 큰 문제가 먹거리다. 무리를 지어 이동하면서 머리가 부딪치는가 하면 고민거리로 머리에 부하가 걸리면서 두뇌보호의 필요성에 따라 서서히 직립보행(直立步行)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두 손이 할 일이 없어지니까 칼과 창을 만들어서 사냥이란 명분으로 동물을 괴롭히고 다른 종족을 해치면서 영토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직립보행이 인간 고통(八苦)의 본원적인 업(業)인 셈이다. 다이옥신으로 심장이 망가지고 중금속으로 혈관이 찢어지고 ‘쥐 아이’까지 탄생하는 것도 머리와 손의 합작품이다.
2. 세계를 지배했던 맥족(貊族)의 후예다
우리 민족은 원래 중국 전역에서 유목민으로 전전했던 맥족(貊族)이었다. 맥족이란 한족(漢族)이 아닌 소수민족을 가리키는 말로서 오랑캐라는 의미의 몽고인(Mongolian)을 뜻한다.
몽고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증거는 얼굴의 생김새에서부터 몽고반점을 비롯하여 다같이 육회(肉膾)를 잘 먹는가 하면 소주를 좋아하는 것도 똑같다. 불같이 성질이 겁하고 거칠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육식을 주식으로 했기 때문에 사자처럼 성질이 급하고 거친 것이 아닐는지… 추장 야속해(也速該) 때 힘이 강해졌고, 아들 철목진(鐵木眞) 때 이들 부족들을 통일하여 대한(大汗)의 위에 올랐다. 그가 바로 성길사한(成吉斯汗)으로 1188년 몽고국을 창건한 元나라의 태조인 칭키즈칸(Jinghis Khan), 본명은 태무진(Temujin)이다.
징기스칸의 몽고군은 훈련된 몽고말을 타고 전쟁 중에는 쇠고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식량과 특유의 칭기즈칸 요리로써 군대의 사기를 진작시면서 인도에서부터 유럽 및 소련을 단숨에 점령했던 저력있는 민족으로 세계사에 기록되어 있다.
칭기즈칸 요리로서는 염소고기나 야채를 석쇠에 구워먹는 칭기즈칸 구이에서부터 염소고기나 갖가지 채소를 잘게 썰어 냄비의 끓는 물속에 담갔다가 양념장에 찍어 먹는 오늘날의 ‘샤브샤브’ 요리를 비롯하여 처음에는 벙거지(철모) 요리로 시작했던 전골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과학적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바로 ‘불고기’다. 불고기의 역사를 거슬러 추적해보면 불고기가 맥적(貊炙)이었다는 말이 문헌상에 등장한다. 즉 불고기란 순수한 우리 음식이 바로 “맥족(貊族)이 불에 구워 먹었던(炙) 고기”라는 뜻이란 사실에서 우리 민족이 맥족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3. 세계인의 입맛을 지배한 민족이다
정부나 농수축협에서는 우리 농수산물을 지키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서 신토불이라는 말로써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지만, 우리말 큰사전에도 없는 차어(借語)에 불과하다. 문민정부(文民政府)도 마찬가지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은 불교에서 유래된 말로서 의정불이(依正不二)를 뜻한다. 일부 유목민이 동쪽으로 이동하여 만주의 기름진 땅에 정착하여 농경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육식 부족에서 오는 단백질의 부족현상을 타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야생 콩의 작물화에 성공함으로써 콩의 원산지가 고구려(만주)로 정착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콩으로써 간장과 된장을 개발했고, 이어서 콩나물을 기르고 두부를 만들고 비지를 발효시켜 먹는 방법까지 개발했다.
대두문화(大豆文化)의 발상지가 만주라는 역사적 증거로서는 청동기문화의 유적지로서 유명한 팔당 수몰지구에서 콩의 압문(壓紋)이 있는 무문토기(無文土器)가 출토되었다는 사실과 고구려의 안악고분(安岳古墳)의 벽화에 우물가에 장독이 등장한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증거가 많다.
간장을 뜨고 남은 찌꺼기장이란 뜻의 말장(末醬)이라는 된장을 만들었다. 말장이라는 된장이 나라(奈良)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가서 ‘미소’라는 오늘날의 일본 된장이 된 것이다.
일본 문헌《정창원 문서(正倉院 文書: 739)》등에 “말장을 미소라고 읽는다”고 했고, 일본 영양학자 아라이(新井白石)도 그의 저서《동아(東雅)》의 장조(醬條)에 “고려의 장인 말장이 일본에 건너와서 그 나라의 방언 그대로 미소라고 불려지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고려장(高麗醬)이라 적어놓고 미소라 읽는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진의 장화(張華)가 지은《박물지(博物志)》나 명의 이시진(李時珍)의《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우리의 간장이 시(豉)란 단어로 전파되었다. 여기서 시(豉)에 관한 고사 하나를 소개하겠다. 조조의 아들 조비(曹丕)가 황제가 되자 문필이 뛰어난 아우 조식(曹植)을 처형하는 마당에 칠보(七步)를 걸을 때까지 시를 한 수 지으면 살려 주겠다고 했다.
이 때 조식은 골육상쟁을 뜻하는 다음과 같은〈칠보시(七步詩)〉를 지어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하다. “콩을 삶아 이것으로 국을 끓이고/ 콩으로 만든 豉로 조미한다./ 콩을 삼는데 콩깍지를 태우니/ 솥 속의 콩이 운다./ 다같이 같은 뿌리에서 생겼는데/ 서로 삼기 무엇 그리 급할소냐”라고 애절하게 읊고 있다.
Ⅱ. 우리는 몇 살까지 살 수 있나?
1. 운동과 먹거리가 장수의 근본이다
하루라도 안 먹고 안 움직이면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과 장수의 비결도 바로 ‘적당한 운동’과 ‘바른 먹거리’에 있다. 우리는 어머니의 산고(産苦) 속에서 움직이면서 태어나서 배고프다고 운다.
어린이의 울음을 두고 1) 배가 고파서 운다고 하고, 2)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때문에 운다고도 한다. ‘편리’에 길들여진 인간이 만든 맹독성의 환경호르몬(endocrine disruption chemicals : EDC) 때문에 겁에 질려서 우는 것은 아닐는지…
인간은 평생동안 움직인다. 움직이기 위해서 평생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어야 살아갈 수 있다. 먹거리는 바로 에너지다. 에너지의 원천은 식물이다. 식물의 뿌리에서 빨아드린 물과 공기중의 탄산가스가 잎파랑치에서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광합성작용에 의하여 탄수화물(穀食)이 만들어지고, 이 탄수화물을 먹고 자란 소나 돼지, 닭, 탄수화물(海草)을 뜯어먹은 물고기가 바로 단백질(고기)이 되고 지방질(기름기)이 만들어진다.
탄수화물과 단백질과 지방질을 3대 영양소라고 부른다. 이들 3대 영양소를 먹으면 몸속에서 이화작용이 일어나서 태양열을 다시 내놓게 되고 이 에너지를 이용하여 운동이나 활동(또는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결국 인간은 ‘태양전지’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먹거리를 먹어야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을까? 인간의 고향은 바로 자연이기 때문에 대자연의 노지에서 싱그러운 태양을 듬뿍 받고 자란 곡채식(穀菜食)이 바로 건강식품인 동시에 장수식품이란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그 예로서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채소는 노지에서 자란 채소의 영양가의 30%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2. 이제 80세까지 살아야 본전이다
지금 우리가 몇 살까지 살아야 본전일까? 지금까지 밑지고 살아왔지만, 죽는 것까지 밑질 수야 있나? 인간의 수명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수명이라는 말은 현실적으로는 생존일수(生存日數)를 말한다. 생존일수는 타고난 소질로서
유전적 요인과 기후, 풍토, 식생활, 운동, 생활수준, 공해, 직업의 종류나 사회적 지위, 교육정도, 전쟁 등의 환경적 영향을 받고 있다. 생존일수를 삼각형의 면적으로 표시하면 유전적 요인은 밑변이고 환경적 요인은 두 변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유전적 요인(밑변)을 갖고 있다 태어났다 하더라도 환경적 요인(빗변)에 따라 삼각형의 면적(生存日數=壽命)에는 상당한 차이가 생긴다. 먼저 유전적 요인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양친(兩親)이 장수하면 그 자식들도 장수하는 경우가 많다.
성격이나 행동 뿐만 아니라 수명에도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란 말이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장수하는 체질 또는 노화속도를 지연시키는 체질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생물이 종(種)에 따라 수명이 결정된다는 사실과 수명이 다른 동물을 비교‧실험하여 보면 멘델(Mendel)의〈분리의 법칙(分離의 法則)〉에 따라 수명에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수명의 결정에는 유전적 인자가 관여하고 있다.
환경적 요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1) 식생활과 2) 운동이다. 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움직이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사람은 고고성(呱呱聲)을 울리면서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움직이기 시작하여 평생동안 움직이다가 움직임을 멈추면 죽었다고 하는 이유다.
식생활은 수명뿐만 아니라 운명까지 좌우한다. 미주노 남보꾸(水野南北)는《상법극의수신록(相法極意修身錄)》을 편찬하여《식(食)은 운명을 좌우한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전설속의 장수기록으로서는 중국의 동방삭이란 사람은 갑자년(60세)을 삼천번이나 지냈다(三千甲子東方朔)고 하니 자그마치 18만년이나 살았다. 일본의 우라시마 다로우(浦島太郞)가 3,000세인가 하면 우리나라의 단군(檀君)은 1,000세를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을 보면 1906년에 남자 22.6세, 여자 24.4세, 1930년에 남자 32.4세, 여자 35.0세이던 것이 1970년에는 남자 59.8세, 여자 66.7세였고, 1980년에는 남자 62.7세, 여자 69.1세, 1990년에는 남자 67.4세, 여자 75.4세로서 평균수명이 71.3세이며, 2000년을 기준으로 하면 남자 71.3세, 여자 77.4세로서 평균수명이 74.3세가 된다. 이제 80세까지 살아야 본전인 셈이다.
3. 활성산소가 노화를 촉진한다
지금까지 “산소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 그러나 1969년 수퍼옥시드 라디칼(O2‧-)이라고 하는 활성산소를 특이적으로 분해하여 무독화시키는 수퍼옥시드 디스무타아제(SOD)라는 효소가 발견되면서부터 산소중에는 조직세포를 공격하여 생체에 막대한 해를 일으키는 산소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이러한 독성산소를 산소라디칼(oxygen radical), 프리 라디칼(free radical), 또는 활성산소종(RO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활성산소란 무엇인가? 사람이 인자하게 웃고 있을 때에는 ‘천사’처럼 보이지만, 화를 내면서 갑자기 달려들면 ‘악마’로 돌변한다. 인간의 두 얼굴과 마찬가지로 산소도 에너지를 생산하는 ‘좋은 산소’와 독성산소로 알려진 ‘나쁜 산소(활성산소)’의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좋은 산소란 95% 정도로서, 우리의 호흡에 의하여 미토콘드리아에서 영양소와 화합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산소를 말한다.
그렇지만, 나쁜 산소는 독성을 가지고 있는 5%의 활성산소로서 세포의 대사과정중에 생기기도 하고 백혈구가 식균작용을 할 때 일어나는 염증반응에 의해서, 또는 공해나 오염, 끽연, 합성 의약품의 남용, 방사선이나 자외선의 조사, 식품 첨가물의 과용, 중금속의 흡입, 스트레스 등에 의하여 활성산소가 생성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세포가 자외선을 받게 되면 세포가 파괴되고 변이성 물질이 생성되는 것은 자외선의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자외선에 의해 세포중의 산소가 활성산소로 변화되고, 이 활성산소가 세포를 공격하여 파괴한다. 이 얼마나 엄청난 활성산소의 횡포인가? “病주고 藥준다”는 말과 같은 이치다.
Ⅲ. 건강‧장수에도 비결이 있는가?
1. 신토불이가 천수의 열쇠다
김영삼 정부가 문민(文民)이라는 말을 빌려 사용했듯이,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도 우리말 큰 사전에도 없는 차어(借語)에 불과하다. 불교에서 나오는 말로서 우리의 몸과 흙은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의 주식인 곡채식(穀菜食)인 식물이 모두 흙(土)에서 자라기 때문에 신토불이가 바로 건강‧장수를 위한 천수의 열쇠인 셈이다.
또한 건강‧장수를 위한 생활지침으로서 자연에 순응하는 3쾌(三快)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습관을 기초로 하여 규칙적인 생활을 함으로써 3쾌, 즉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고(快食), 잠 잘 자며(快眠), 배설을 시원스럽게 하는 것(快通)이 바로 건강‧장수의 비결이다.
대자연의 기(氣)를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책을 하며 대자연과 친숙해지도록 노력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찬란한 햇빛을 쪼이며 적당한 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산과 바다의 자애(慈愛)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배일호의 구수한 목소리로 애절하게 절규했던〈신토불이〉라는 대중가요에서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 이 땅에 태어난 우리 모두 신토불이/ 압구정 강남거리 여기는 어디냐/ 순이는 어디가고 미스 리만 남았느냐/ 쇼윈도의 마네킹이 외제 품에 춤을 추네/ 쌀이야 보리야 팥이냐 콩이야/ 우리 몸엔 우리 건데 남의 것을 왜 찾느냐/ 고추장에 된장 김치에 깍두기/ 잊지마라 잊지마 너와 나는 한국인/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야”라고 절규한다.
2. 삼식주의가 의식주의 근본이다
동물은 산소(O2)를 호흡하여 탄산가스를 생산하지만, 식물은 탄산가스(CO2)를 호흡하여 산소를 생산하면서 동물과 식물이라는 두 축이 대자연을 형성하면서 공존하고 있다.
지구환경을 파괴하면 인간이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들은 옷(衣)을 입고 음식(食)을 하루 세끼씩 찾아 먹으면서 집(住)에서 가족들이 함께 모여 살아간다.
그래서 의식주(衣食住)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상생활에 속한다. 인간은 보다 나은 의식주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이동하였으며, 전쟁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동양은 원래부터 토질이 비옥하고 기후와 강우량이 적당했기 때문에 곡식과 채소가 풍부하여 일찍부터 곡채식(穀菜食) 문화권으로 발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은 토질이 천박하고 기후가 불순하여 곡식은 잘 되지 않았지만 풀은 자랄 수 있었다. 그래서 부득이 풀로써 할 수 있는 낙농(酪農)이 발달하여 쇠고기와 우유를 주식으로 하는 육유식(肉乳食) 문화권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의식주는 직접 건강‧장수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의식주는 기본적으로 자연계속에서 식물과 일체화해야 한다. 인간의 고향은 자연이기 때문에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원칙에 따라 사람은 무명과 같은 식물로 만든 옷(衣)을 입고, 곡식과 채소 중심의 곡채식으로 만든 음식(食)을 먹으면서 나무와 흙으로 만든 집(住)에서 사는 것이 바로 삼식주의(三植主義)의 원칙이다. 그래야만 강인한 식물의 생명력(氣)을 우리 몸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3. 질병은 ‘以水治水’로 다스릴 수 있다
한방의 약성(藥性)에 따르면 혈관관련 질병으로서 성인병의 치료에는 갯가나물속에 서식하는 해조류나 어패류가 좋다. 以水治水의 앞의 물(水)은 혈관관련 성인병을 말하고 뒤의 물(水)은 물속에 서식하는 수산생물을 말한다.
결국 물은 물로써 치료한다는 이치다. 필자는 이미 미역이나 다시마 성분인 알긴산이나 후코이단, 생선기름 성분인 EPA나 DHA가 성인병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적이 있다. 물속에 자라는 미나리와 연뿌리 성분도 성인병을 억제하는가 하면 갈대뿌리 추출물은 치매까지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해조류와 어패류는 건강‧장수식품임이 분명하다.
“…갈대는 소금물을 더 좋아한다. … 소금이 바다의 상처이고 바다의 아픔이며 바다의 눈물이듯이 갈대도 소금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갈대는 인고(忍苦)의 고통을 함께 나누면서 고독하게 홀로 서 있는지도 모른다. …
갈대는 바람의 혼을 키우면서 산다. 갈대는 바람의 의지가 담겨있고 갈대꽃의 혼이 살아나면서 바람의 꿈이 펼쳐지고 바람의 생명이 살아 숨쉰다. … 인간이 밉지만, 갈대의 고독한 혼으로 치매노인의 고통을 들어줄 수 있다면 아무리 고독하더라도 독야백백(獨也白白)하리라. 갈대는 오늘도 오염을 삼키면서 바다를 정화하고 있다”고 했다.《부경 에스프리》에 실린〈갈대의 고독〉이란 수필의 일부다.
4. 음식에도 ‘음양오행’의 궁합이 있다
동양의 철학은 만물을 음(陰)과 양(陽)으로 나누는데서 비롯된다. 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이다. 그래서 지구상의 만물은 상대적으로 음과 양으로 구분한다. 사람의 몸도 부위에 따라 음양이 다르고, 약이나 음식에도 상대적인 음양이 있다. 그래서 음은 양을 구하고, 반대로 양은 음을 구하게 되고, 음양의 부족을 서로 보충하여 조화가 잘 이루어질 때 비로소 건강하게 불로장수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현상을 음양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생긴 것이 오행설(五行說)이다. 오행이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다섯 가지 요소로서, 여기에 만물을 도입하여 궁합이 맞는 것을 상생(相生),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을 상극(相剋)이라 하여, 이 원칙과 음양 조화가 결합하여 무한한 유전(流轉)을 거듭한다는 복잡한 이론이〈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한한 유전은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전생(流轉轉生)을 말하는 것이다.《본초학(本草學)》에서는 이런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한 가지 예로서 여자는 남자보다 신(酸) 것을 좋아한다. 신맛을 가진 식품은 간(肝)으로서 목(木)에 해당된다. ‘木은 火를 낳는다(木生火)’는 이치와 火는 心이요, 心은 血이라는 오행의 원리를 종합해 보면 여자는 월경 등 피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 것을 좋아한다는 결론이다. 이처럼 음식에도 음양오행의 궁합이 있다.
중국 식양법(食養法)에 의하면 계절에 나는 음식을 정식(正食), 즉 바른 식생활로 한다고 되어 있다. 계절에 나는 정식으로는 봄이 지나면 보리, 여름이 지나면 쌀, 가을이 지나면 뫼밀, 겨울에는 떡으로 한다.
보리는 음(陰)이 강한 식품이므로 봄이 지나 무더운 여름에 좋고, 가을이 지나 찬바람이 불면 양(陽)이 강하여 몸을 따뜻해주는 쌀이나 뫼밀, 그리고 쌀로 만든 떡이 좋다. 특히 불교에서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려고 할 때, 피안(彼岸)에는 수수가 좋다. 수수는 영양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 음식을 절제하고 삼가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5. 계절식이 건강‧장수식품이다
우리가 바쁜 일상생활속에서 음양오행의 음식궁합에 맞추어 식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음양오행설에 따른 음식궁합에 맞게 식생활을 영위하여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을 까? 한 다디로 요약한다면 계절에 나오는 식품을 먹는 계절식이 건강‧장수식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몸을 차게 하는 냉(冷)한 식품에는 보리, 밀과 같은 곡식과 알로에, 수박, 오이, 상치 등의 엽채류(葉菜類)가 있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온(溫)한 식품에는 쌀, 수수, 찹쌀, 콩 등의 곡식과 마늘, 파, 무, 우엉 등의 근채류(根菜類)가 있다. 예를 들면, 대추는 양성이므로 음성인 겨울에 먹으면 체온을 도와 인체에 조화를 주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음식궁합이란 바로 계절식으로서, 제철에 나오는 식품을 먹어야 된다는 이야기다.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온(溫)한 식품이 좋고, 이와는 반대로 더운 여름에는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냉(冷)한 식품이 좋다는 원리다. 12월초부터 2월말까지는 채소와 과일이 없는 계절이다. 이 때는 미역, 다시마, 김, 톳 등의 해조류의 수확기라는 사실이다. 이 얼마나 자연의 조화가 잘되어 있는지 그저 조물주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6. 素食의 小食이 장수의 비결이다
머케이(MaCay, 1935) 박사는 칼로리 제한(food restriction)이 성장과 발육을 지연시키기 때문에 그만큼 수명을 연장할 것이라는 가설을 제안한 바 있다. 그후 40여년이 지난 1970년대 중반, 미국 텍사스대학교 의과대학(UTHSC)의 노화연구센터 중심으로 칼로리 제한과 수명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10여년간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다.
필자도 1987년부터 2년간 이 연구 프로젝트에 관여한 바 있지만, 이 장수센터의 유 및 마소로(Yu 및 Masoro) 교수팀은 흰쥐(Fischer 344 rat)를 사용하여 자유식(ad libitum)과 제한식(자유식의 60%)으로 사육하면서 2회(거의 10년)에 걸쳐서 칼로리 제한이 실험동물의 수명(lifespan)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여 본 결과, 정상식사를 하는 자유식에서 40%를 제한하여 정상식이의 60%만 먹인 제한식이 자유식에 비해 거의 50%의 평균수명의 연장효과가 인정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동양의 고전에 등장하는 ‘복육분천수(腹六分天壽)’라는 사실과 너무나 잘 일치한다. 따라서 불교에서 구전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기반찬이 없는 변변찮은 식생활로서 그것도 적게 먹는, 즉〈素食)의 小食〉이 장수의 비결이란 결론이다.
그렇지만, 평소의 식사량을 40%까지 줄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최근에 연구된 것이 10%의 소식과 체형에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하면 40%의 칼로리 제한의 효과, 즉 50%의 수명 연장효과와 같다는 사실이다. “넘치는 것보다 부족한 것이 낫다”는 뜻이다.
Ⅳ. 토종이 건강‧장수식품이다
7 백리밖에는 혼사도 하지 않았던 지혜
옛날 우리 조상들은 100리밖의 농산물을 먹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혼사도 하지 않았다는 속담은 조상들의 놀라운 혜안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100리밖의 농산물은 우리 체질에 맞지 않거나 이롭지 못하다는 결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100리밖의 사람과는 혼사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할 리가 없다. 우리 조상들은 옛날부터 100이란 숫자를 매우 좋아했다. 백년가약(百年佳約)에서부터 백년해로(百年偕老), 백년대계(百年大計), 백년지객(百年之客), 백일기도(百日祈禱), 그밖에도 백일주(百日酒), 백일홍(百日紅)이 있는가 하면 영국과 프랑스가 1337년부터 100년에 걸친 백일전쟁(白日戰爭)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백(100)이란 말은 “멀고도 원대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그래서 100리밖이라고 한다면 아주 먼 데서 가져온 농수산물이란 뜻으로서, 오늘날의 수입 농수산물과 같은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결국 100리밖의 농수산물이란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원리에 어긋나는, 신식토(身食土) 일치라는 자연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말이 된다.
결국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자연이 베푸는 모든 환경에 잘 순응하기만 하면 무리 없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의 고향은 바로 삼천리 금수강산이기 때문에 우리의 금수강산에서 우리들의 전래방법에 따라 재배한 우리들의 농수산물을 재료로 하여 우리들의 조리방법에 따라 만든 우리들의 전통음식을 먹어야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자연의 섭리인 동시에 신토불이의 원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2. 장수촌은 주식의 비중이 크다
세계 장수촌은 인종이나 종교 등의 차이를 초월하여 공통적인 생활양식으로서 일의대수(一衣帶水)라고 할만한 하나의 식생활의 유사성이 있다. ‘주식 중심주의’라는 사실이다. 서구의 문명제국에서는 주식이 경시되고 부식(副食) 중심의 식생활을 장려하고 있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반찬이 많을수록 충실하고 좋은 식사라고 생각한다.
최근 일본 후생성이 발표한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반찬을 하루에 30가지 이상이라고 하는 식사지침이 그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주객이 전도된 잘못된 식생활 지침이란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이것이 현대영양학의 모순이라고 지적하는 장수학자가 많다. 세계 장수촌에서는 주식(主食) 중심의 식생활이란 사실이다. 부식의 가지 수는 서구 선진국에 비하면 훨씬 적다. 또한 주식도 실크로드 장수촌에 있어서 공통적인 것은 기울 채 빻은 밀가루(粗粉)를 재료로 하여 이스트균을 사용하지 않고 만든 엷게 구운 빵이다. 사실 우리나라 장수자들의 하루 식생활도 밥과 3~4가지 정도의 반찬이 고작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해 두고자 싶다.
3. 곡채식이 생명의 氣를 창조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세계 3대 장수촌의 야채와 과실의 종류도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야채로서는 시금치, 완두콩, 양배추, 양파, 파, 감자, 토마토, 가지, 무, 마늘, 고추, 피망 등이 있다. 그루지아 장수촌에서 자주 먹고있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베토르 슈카는 신강 위구르 장수촌에서도 먹고 장수촌 부근의 시장에서도 팔고있다.
그 밖에도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야채라고 하기보다는 야초(野草)에 가까운 채소들로서 생명의 氣로서 충만되어 있다. 야초에 가까운 야채는 보통의 야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을 비롯하여 선진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거의 모든 야채는 화학비료나 농약으로 부자연스럽게 자라서 외견상으로는 깨끗하고 커서 좋지마는 대체로 물기가 많고 약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 들어 와서는 먹기 편한 것을 최고로 치기 때문에 아직 성장이 완전하지 못한 어린 채소를 수확한다. 그런 편이 잎도 부드럽고 떫은맛도 들하겠지만, 가뜩이나 서양의 연약한 야채를 더욱 미숙한 상태로 먹게 된다면 야채가 갖는 본래의 효용(效用)을 기대할 수 없다.
4. 바이탈리티가 넘치는 토종이 좋다
지금 농약과 비료로써 비닐 하우스에서 재배된 채소는 조금만 방치해도 이내 부패하고 오래가지 못한다. 이에 반해서 자연의 싱싱한 대지위에서 미네랄이나 다른 영양성분을 마음껏 흡수하고 햇빛과 대기의 에너지를 충분히 흡수하면서 자란 야채는 뽑아 놓은 체로 방치하더라도 아침 이슬만 받으면 다시 살아나고 잎도 파릇파릇해지면서 새싹까지 돋아난다. 뿌리까지 뽑지 않고 잘라 버려도 다시 새순이 돋아나거나 썩지 않고 그대로 말라 버린다. 이러한 사실은 직접적으로는 토양 미생물의 차이를 포함한 야채의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다.
이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갖는 야채는 그것을 먹는 사람의 생명력을 강화시킨다. 연약한 야채로서 레터스나 샐러드로 만든 야채 샐러드를 배불리 먹었다고 해도 밭에서 자라는 미나리나물 한 젓갈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른봄의 야채는 천금의 가치가 있다. 봄나물의 강력한 바이탈리티(生命力)는 고사하고 봄나물을 캐는 봄처녀의 모습은 대자연과 만든 한 폭의 그림이다.
겨울에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 몸을 따뜻하게 하는 동물성 식품을 먹게 된다. 그래서 이들 육식때문에 혈행(血行)이 나빠져 신진대사가 지장을 받기 쉬우므로 혈액이 오염되기 쉽다. 이것을 정화시키는데는 이른봄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야채로서 선인들의 멋진 지혜의 결정체다. 채소나 과일할 것 없이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토종이 좋다.
5. 과실과 야채는 작고 단단한 것이 좋다
과실로서는 살구, 복숭아, 사과, 배, 포도, 오디(뽕나무 열매), 대추 등이 있는데, 이들 과실은 실크로드 장수촌에서 생산되는 공통의 특산물이다. 이들 과실의 특징을 보면 원종(原種)이나 토종이 아니면 야생에 가까운 그대로가 많고 품종개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열매가 작고 단단하며 과육이 꽉 들어차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이 100세 장수자들의 체격과도 같이 작지만, 단단하다는 사실은 같다. 여기에 무엇인가의 비밀의 하나가 들어 있다. 세계 장수촌의 100세 장수자들을 보면 체격도 작고 단단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과실 뿐만 아니고 농산물도 작고 열매가 충실한 것이 좋다. 일반적인 관념에서 본다면 큰 것이 좋을 것 같이 보이기 때문에 같은 값이라면 큰 것을 사는 것이 덕을 본 것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과실이나 야채는 ‘음성식품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수분이 적은 단단한 양성의 것이 좋다’는 사실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농산물도 너무 큰 것은 좋지 않다. 과실이나 야채를 살 때에는 반드시 이 점에 유의할 것을 권하고 싶다. 사람도 키가 작고 단단한 사람이 장수한다는 사실과도 일치한다.
6. 영계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요즘 세상이 어째 뒤숭숭하다. 1997년 12월 3일, IMF의 경제신탁통치를 받던 그 당시와 꼭 같다고 하여 우리 국민들은 매우 불안하다. 사실 영계라는 말은 연계(軟鷄)에서 유래된 말로서, 병아리보다 약간 큰 어린 닭을 말한다.
영계는 옛날부터 약닭의 재료로서 어린이나 노약자의 보신용 약닭으로 사용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말이 와전되어 지금은 어린 처녀아이를 영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계는 완전히 자란 닭이 아니기 때문에 닭으로서의 영양학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어린 닭이기 때문에 소화기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의 보신용 약닭에 사용하기 때문에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영양의 결함을 초래할 수 있다.
그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기로 하자. 잡곡중에서도 옥수수는 모든 장수지역에서 공통으로 먹고 있지만, 옥수수를 먹는 방법(수확시기)은 문명제국과는 결정적으로 다르다.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민족 식생활을 연구하고 있는 일본 공립여자대학(共立女子大學)의 바시타니(泉谷希光) 교수는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고 있는 백인에게는 펠라그라(pellagra)라고 하는 피부에 반점이 생기는 질병이 많이 생기는데 반해, 역시 옥수수를 먹고사는 남미 인디오(indio)에게는 발병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조사한 결과, 이외의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펠라그라는 주로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tryptophan)이나 나이아신(niacin)이 결핍되어 생기는 질병이다. 어린 옥수수를 분석하여 보면 트립토판이 함유되어 있지 않다. 멕시코 인디오의 생활은 옥수수이외에는 갈색반점이 들어있는 강남콩과 비슷한 휘고레스라고 하는 콩을 소금으로 간을 해서 삶은 음식을 먹을 뿐이다. 이들은 고기도, 생선도 먹지 않는다.
7. ‘완숙식(完熟食)’의 지혜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들은 우리들이 먹고 있는 부드럽고 완전히 익지 않은 것은 맛이 없다고 해서 먹지 않는다. 반드시 충분히 익은 다음에 딱딱한 열매가 될 때까지 두었다가 먹는다.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어린 옥수수와는 달리 완전히 익은 딱딱한 옥수수를 분석해 보면 놀랍게도 들어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현대 문명인도 생각지 못했던 식생활의 지혜가 이들 인디오에게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사람들은 무르고 연한 옥수수를 수확하여 옥수수 스프를 만들어 먹고 있다.
근대 식생활 문화는 한 마디로 말한다면 흔히 영계로 비유될 수 있는 ‘미숙식(未熟食)’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바로 여기에 ‘영양의 결함’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인디오의 ‘성숙식의 조식(粗食)’이야말로 역사중에서 도태해버린 전통 식문화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어린 옥수수뿐만 아니라 풋콩, 오이, 방울토마토, 양상치 등의 야채나 쌀까지도 완전히 익지 않는 미숙하고 아직 여물지 않는 것을 비싸게 취급하고 있다. 종자가 여물지 않는 것은 생명력(生命力)이 완전히 깃들여 있지 않는 것과 같기 때문에 우리들의 생명을 충분히 지켜줄 수 없다.
8. 토종(土種)이 바로 선식(禪食)이다
옛날부터 신선(神仙), 선인(仙人), 선녀(仙女)에 대한 이야기가 고전에 많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에는 도교(道敎)를 상징하는 도(道)자와 불교(佛敎)를 상징하는 불(佛)자, 그리고 신선도(神仙道)를 상징하는 선(仙)자가 들어가는 지명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큰 바위 하나를 두고 도암(道岩), 불암(佛岩), 선암(仙岩)이라고 부를 정도다.
신선도에서 일컫는 신선사상(神仙思想)이란 무엇인가? 인간 스스로가 개발한 신선수련에 의해서 불사(不死)의 생명을 향유하는 동시에 신(神)과 같은 전지전능한 힘을 보유하여 절대적이면서 영원한 자유(永生)를 향유할 수 있는 인간의 신격화(神格化)를 의미하는 사상이고, 나아가서 인간 세계의 낙원화를 지향하는 사상으로서《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신라에는 설화‧신화가 많이 전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신라에서는 한 때 선풍(仙風)이 성행하였고, 선가(仙家)의 인물이 적지 않았다.《청학집(靑鶴集)》,《해동이적(海東異蹟)》,《영연제집(永淵齊輯)》,《삼국유사》등에는 신라의 선인으로서 박혁거세, 백결선생, 물계자, 관기, 도성, 영랑, 우륵, 김가기, 최치원 등의 많은 선인들이 나온다.
백결선생(百結先生)은 신라 자비왕 때 사람으로서 거문고 타기를 좋아했으며, 세모가 닥쳐 떡쌀이 없음을 한탄하는 부인에게 거문고로 떡방아 소리를 내어 부인을 위로했다고 하니, 그는 실로 신선과 같은 삶을 살았던 풍류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옛 선인들은 여러가지 식물의 뿌리로서 채근(菜根)을 먹기도 하고 솔잎을 따서 씹어 먹기도 하며 차를 마시면서 수행했다. 선인들은 선식(仙食)으로서 쑥을 비롯하여 산삼, 잣, 계피, 구기자, 대추, 황정(黃精), 창포, 맥문동, 오미자, 음양곽, 비해(萆薢), 수평(水萍), 사근초(莎根草), 위령선(威靈仙), 봉선화, 송실(松實), 송백근피, 복령, 오가피, 산수유, 두충, 고다(雀舌茶), 옥설(옥가루), 주사(朱砂), 지황, 창포 등의 여러가지 약제를 조금씩 먹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 선인들이 먹었던 선식(仙食)은 자연과 태양이 조화롭게 만들어 내는 대자연의 생명력인 기(生氣)를 받아들여 수도(修道)에 정진했다는 점에서 보면 선사의 식생활인 사찰음식으로서 선식(禪食)과 같은 원리다. 이 선식은 대자연에서 자생하는 토종(土種)이다. 생명력의 에너지(氣)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제1의 에너지는 음식을 통한 에너지로서 후천적인 기(氣)이고
제2의 에너지는 태어나면서 갖고 있던 원기(元氣)이며
제3의 에너지는 신적(神的) 에너지다.
Ⅴ. 21세기는 환경과의 전쟁이다
1. 맹구부목같이 귀한 생명이다
가장 중요한 날이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다. 부처님은《법화경(法華經)》에서 ‘맹구부목(盲龜浮木)’이란 설화로써 설파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이란 백년마다 한 번씩 물위에 떠오르는 눈먼 거북이가 망망대해에 떠있는 나무판자위의 작은 구멍 하나를 찾는 것과 같이 귀하다는 뜻이다. 3억마리의 정자중에서 오직 한 마리의 정자만이 난자를 만나 하나의 생명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이 세상의 60억인구중의 하나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처님께서도 생명의 유일성을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란 말로 표현했다.《명상록》의 작가 아우렐리우스도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살아라”고 충고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유일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일회성의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리처드 칼슨은《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는 책을 저술했을지도 모른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 그래서 소중하다.
2. 21세기는 환경을 빼고 생각할 수 없다
독일같은 공업국가는 이미 100여년전에 공업화에 따른 환경파괴가 심각해지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자”는 리폼(reform) 운동이 전개된 적이 있다. 1914년의 제1차 세계대전과 1939년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가공할 파괴‧살상무기와 함께 엄청난 공해가 양산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1900년대 중반까지 자연파괴나 공해와 오염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농약오염에 따른 공해와 환경파괴를 보다 못한 레이첼 카아슨이 1958년에 저술한바 있는《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란 책이 출간되면서 공해가 얼마나 심각하고 자연을 오염시키며 인성을 파괴하는지를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했다.
독일의 칼 크로로브같은 문인들은 자연풍경을 파괴되고 망가져버린 불구의 현실을 보면서 “… 제대로 눈여겨 보면/ 도처에 난파선이 있다/ Petronius…”〈버려진 해변〉이란 시에서 환경의 황폐화를 우려하고 파괴된 생태계에서 신음하며 죽어가는 인간의 운명을 저항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산업공해와 자연재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1974년 성찬경의 시〈공해시대와 시인〉이 처음이다. 그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생태시로서 김지하의〈그 소 애린〉에서 “썩는 것이 좋다/ 산 것이기에/… 이제껏 그토록 비닐만 좋아했기에”라고 읊고 있다.
비닐의 ‘편리’에 길들여져서 죽어도 썩지 못하는 뼈아픈 성찰이 구천을 헤맨다. 최승호는〈공장지대〉라는 시에서 “…무뇌아를 낳고 보니 산모는/ 몸안에 공장지대가 들어선 느낌이다/ 젖을 짜면 흘러내리는 허연 폐수와/ 아이 배꼽에 매달린 비닐끈들/ 저 굴뚝들과 나는 간통한 게 분명하다…”라고 공장의 공해와 오염를 처절하게 고발한다.
강남주도《흐르지 못하는 江》이라는 시집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탐욕이 초래한 환경파괴, 생태계의 오염에 대하여 절망하고 고발하며 호소하는 전형적인 생태시를 토해 낸다. 그는〈아프다〉라는 시에서 “…상처나기 쉬운 땅/ 나무는 시들고/ 숲은 병들고/ 강에서는 고름이 흐르고/ 견딜 수 없는 지구의 통증/ 우리는/ 아프다 아프다/ 죽음보다 더한 신음을 하며…”라고 읊으면서 공해와 오염으로 인간의 종말을 예언하고 있다. 생태시의 절정을 보는 느낌이다.
3. 빗나간 과학이 화근(禍根)이다
이제 과학이 겁이 난다. 체세포 복제기술이 등장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부모없는 아이는 물론이고 똑같은 나를 무진장 복제해 낼 수 있는 무서운 세상이다. 고개숙인 남성이 속출한다기에 알아 봤더니 BHC나 DDT 같은 농약과 Cd 등의 중금속, 다이옥신을 비롯하여 파라치온과 밀라치온 같은 유기인제, 바다의 무법자로 지칭되는 TBT와 PCBs같은 환경 호르몬(endocrine disruption chemicals: EDC) 때문이란 기막힌 진단이다. 1차 세계대전 때는 영양실조로 고개숙인 남성이 고통을 받더니 지금은 환경호르몬 때문에 고개숙인 남성을 양산하고 있다니 격세지감이다.
서민들의 IMF식으로 자리잡은 컵라면을 비롯해서 햄버거, 피자핫, 프라이드 치킨 등 유명한 패스트푸드까지 다이옥신류, DDE, PCBs같은 맹독성 농약이나 비스페놀 A, 노닐페놀, 디에틸핵실프탈레이트(DEHP), 디뷰틸프탈레이트(DBP), 디옥틸프탈레이트(DOP), 다환방향족화합물(PAHs) 같은 맹독성의 환경 호르몬이 생태계를 무차별 공격하여 생리기능까지 교란하면서 남성의 정액량을 1/3이하로 감소시키고 정자를 파괴하면서 성기능 저하로 이어지는가 하면 면역기능 장해, 유방암 같은 암(cancer)까지 유발하면서 ‘삶의 질’까지 여지없이 파괴한다.
옛날부터 바다를 어머니라고 부른다. 모든 고통과 아픔과 분노가 어머니의 품속에서 용해되듯이 육지의 모든 오염물질과 맹독성의 환경호르몬이 모두 바다로 모여든다. 바다는 오염물질의 종착지로서, 러한 환경호르몬(endocrine disruptipn chemicals : EDCs)이 악어의 생식기까지 망가뜨리는가 하면 임포섹스(imposex)가 자행되면서 성전환(性轉換)이 일어난다고 하니 더 이상 할말이 없다.
. 유전자 조작(GM)은 조물주에 대한 도전이다
“죽을 때가 되면 안 하던 짓을 한다”더니, “콩 심은 데 콩 나고…”라던 속담도 이제 의미없는 세상에서 ‘쥐 세끼 같은 놈’이 지금은 바로 ‘쥐 세끼’로 태어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동식물의 유전자를 인간이 무슨 권한으로 조작하고 재조합할 수 있단 말인가? 조물주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생물의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물질이 DNA라는 사실이 1940년 미국의 Avery 박사팀에 의하여 밝혀지면서 유전자 조작(再組合)의 가능성을 제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유전자 조작식품(genetic engineering foods: GEF)이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유전자 재조합 농작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GMO)이라 하여 ‘조작’이라는 부정적인 부분을 빼고 재조합이란 말로 고쳐 부른다.
그게 그말인데도. 지난 1987년에 5건이던 유전자 조작식품이 지난해에는 5,086건으로 지난 10여년사이에 1,000배나 증가했다. 거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들 유전자 조작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점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 항생제 내성, 환경오염 문제 등이 속속 발견되고 있는데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말이 없다. 남자의 미성숙 정자를 쥐의 정소에서 성숙시킨 정자를 여자의 자궁에 이식하여 분만케 하는 ‘쥐 아이’의 도덕성과 윤리적인 문제는 어찌할꼬. 걱정이 태산이다.
이선형은 그의 시에서 “...콩은, 감자는 잡초와 벌레와 함께 자란다/ 빈약한 힘은 우리를 더 여물게 한다/ 가난한 밥상에 수저가 더 많이 놓이는 것처럼/ 못생긴 감자와 벌레 먹은 콩을 먹으며/ 함께 사는 사랑을 삼킨다/ 제 혼자 자라기 위해 저를 지키는 환경을 죽이는/ 유전자 조작식품을 먹으며/ 우리가 함께 삼킬 것은 무엇일까?”
결국 우리는 고통에 지친 신음소리와 함께 죽음을 삼킬 것이다. 영국의 저명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켐임브리지대학에서 개최된 학술행사에서 미래에는 원하든 않든 간에 “유전적으로 변형된 새롭고도 향상된 인간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거의 비슷비슷한 ‘스타트렉’의 세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귀천이 없는 세상이 두려울 뿐이다. 어떻든 유전자 조작(GM)으로 생산되는 유전자 조작식품(GMO)은 조물주에 대한 도전이다. 그래 놓고서 이 지구상에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임이 분명하다. 자연은 스스로의 치유능력(治癒能力)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구상에 사는 모든 동식물은 살아가게 되어 있다. 어떻든 GMO의 생산만은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5. 이 엄청난 가치관의 혼란을 어찌할꼬
종교계나 환경단체들이 인간복제는 물론이고 유전공학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우주의 질서와 자연의 섭리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흥분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유전공학이야말로 21세기의 핵심기술이라면서 난치병의 치료와 양질의 식량증산을 위해 투자를 더 늘려야 된다고 딴전을 피운다.
인간의 유전자를 돼지 같은 동물의 장기에 이식한 후 돼지의 간이나 신장을 이식하여 꺼져가는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거드름까지 피운다. 유전공학으로 만든 동물의 장기로 병든 장기를 바꾸게 되면 인간의 수명이 200세도 넘을 수 있다. 인간의 유전자를 동물에 이식하는 행위는 얄팍한 지식나부레기로써 “조물주의 권위에 정면 도전하고 자연의 섭리를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이란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지금도 60억이나 되는 인간 공해속에서 엄청난 식량난은 어찌할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루돌프 재나쉬 박사팀은 2년내에 세포핵 이전이라는 유전공학기법을 통하여 수컷의 도움 없이 암컷만으로 새끼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충격적이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레즈비언 커플이나 불임여성이 남편없이 아이를 낳게되고 부모라는 개념이 무너지면서 가족이란 명칭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모든 현상을 음과 양의 소장에서 설명하는〈陰陽五行說〉이라는 동양철학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라는 말도 ‘아버지’란 말도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심청전〉도 새로 써야 한다. “…새벽바람 찬바람에/ 울고가는 저 기러기야/ 동화동을 가시거든/ 불쌍하신 우리 부친(?)/ 이내 말씀 전하시소/ 우리 아부지(?) 만나거든/ 신을 벗고 있드라소…” 심 봉사는 까물어지고 조물주는 충격에 치를 떤다.
6 토종(土種)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편리’라는 핑계에 익숙하면서 환경호르몬을 양산하고 유전자를 조작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든다고 하면 이들의 부작용을 어찌할꼬… 고통과 눈물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것이외에는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다.
자연을 파괴하는 환경호르몬을 양산하고 유전자까지 조작하는 행위는 조물주에 대한 도전으로서 자연성과 인성(人性)의 파괴로 이어져서 인간의 파멸밖에 없다. 이 주제는 1999년 4월 30일 이천 설봉관광호텔에서 개최된 한국문인협회 제38회 문학심포지엄 초청 특강에서 고려대 최동호 교수와 명지전문대 신달자 교수와 필자가 발표했던 주제가 바로 ‘자연성‧인성의 파괴와 문학’이다.
중금속과 맹독성 농약이 혈관을 파괴하고 심장을 갈아먹더니 다이옥신 같은 맹독성 화학물질이 환경 호르몬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체 우리의 생명을 조여드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공해로 오염을 양산하면서 자연성은 파괴되고 인성마저 변질된지 오래다. 어디나 세균이 존재하듯이 인간이 사는 곳에는 환경 파괴와 오염, 부정과 인성의 파괴는 필연적이다.
문제는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환경 피괴와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소금의 세력이 없는 것이 두렵다. 소금의 세력으로서 문학이 비판의 기능이 강화한다면 그 사회는 조만간 정화될 수 있다. 수천, 수만년동안 먹어온 먹거리 중에서 올바른 먹거리는 바로 토종(土種)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오염이 없어서 어부가 좋았던 시대가 있었다. 조선조 전기 문인 이현보(1467- 1515)의〈어부단가(漁夫短歌)〉나 읊으면서 마칠까 한다. “이 중에 시름 없으니 어부(漁夫)의 생애로다/ 입엽편주(一葉片舟)를 만경파(萬頃波)에 띄워두고/ 인세(人世)를 다 잊었거니 날 가는 줄을 알까” 정말 공해가 없어 좋았던 태평성대가 그립구나.
Ⅵ. 禪이란 ‘여자 하기 나름’이다
1. 동식물은 서로 존중돠어야 한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動物)은 산소(O2)를 호흡하여 영양분을 소비하여 에너지를 얻고 탄산가스를 배출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식물(植物)은 탄산가스(CO2)를 호흡하여 영양분을 만들면서 산소를 배출한다. 동물은 식물이 만든 영양분으로 살아가면서 식물의 영양분인 배설물을 선물한다. 동물과 식물은 서로 존중해야 한다.
이런 사실이 우리가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다. 인간은 돈이 되니까 개발이란 미명아래 산을 파헤치고 바다를 메우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파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인간은 자기에게 맞으면 탐욕(貪慾)을 나타내고, 맞지 않으면 분노(憤怒)를 나타내는가 하면 탐욕과 분노를 달래기 위해 평생동안 어리석음(愚)을 범하는 것이 삼독(三毒)이다. 삼독이 인간을 파멸로 몰아간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고통(生卽苦)이고 늙고 것도 고통(老卽苦)이고 병드는 것도 고통(病卽苦)이며, 죽는 것도 고통(死卽苦)이라는 생로병사(生老病死)가 바로 네 가지 고통으로서 사고(四苦)다.
여기에 미운 사람과 만나는 괴로움(怨憎會苦),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愛別離苦),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求不得苦), 번뇌가 치성하는 삶 자체가 괴로움(五陰盛苦)이라는 네 가지 고통을 합쳐서 팔고(八苦)가 된다.
2.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과 머리, 피부(身體髮膚)를 함부로 잘라내거나 갖다 붙이는 행위는 자연의 법칙과 효(孝)에 역행한다. 그래서 장기(臟器) 기증을 근본적으로 찬성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유전자 조작을 통한 인간복제는 말할 것도 없고 가축의 번식이나 품종개량도 찬성할 수 없다.
사람들이 애완용 개가 짖는다고 거금을 들여 성대를 잘라내고 발정(發情)하여 도망갈까봐 거세하고 자궁절제로 식물(植物) 개로 만드는 처사는 더욱 용납할 수 없다. 그래놓고 우리에게는 개를 학대한다고 간섭을 서슴지 않는다.
동양은 토질이 비옥하고 강수량과 일조량이 많아서 곡채식(穀菜食) 문화권으로 발전한 반면 서양은 토질이 척박하고 한냉하고 일조량이 적어서 풀로써 할 수 있는 낙농이 발달하여 전형적인 육유식(肉乳食) 문화권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동양은 자연친화적이고 소극적인 동시에〈불살생계(不殺生戒)〉로 육식을 금기시하는 불교가 발달한 반면, 서양은 적극적으로 자연을 정복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연파괴적이고 적극적 육식관이 정착하게 되었다.
성철 큰스님은 법어에서 “山은 山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하여 원래 ‘여기있는 그대로의 자성(自性)’이 곧 부처라고 가르쳤다. 산은 산으로서, 그리고 물은 물로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자기의 존재가치를 갖고 있다.
여기있는 그대로의 자성은 곧 토종(土種)이란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라마르크의〈용불용설(use and disuse theory)〉에 따라 모든 동식물은 우주의 일원으로서 나름대로의 존재가치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존재가치를 부정하기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고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
대자연의 영양을 흡수하고 태양광선을 흠뻑 받으면서 노지에서 자란 재래의 토종 야채나 과실이 우리 몸에 맞고 생명력으로서 바이탈리티(vitality)가 넘치는 것은 당연하다.
3. 마음의 때를 씻어야 장수할 수 있다
1945년 29세의 꽃다운 나이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고로 요절한 윤동주(尹東柱) 시인은 그의〈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라고 했다.
윤동주 시인은 나라와 민족을 사랑했던 행동으로 실천하는 문인이었다.《반야경(般若經)》의 사상을 체계화한《중론(中論)》중에 ‘삼론(三論)’이란 말이 나온다. 삼론은 선(禪)으로 가는 마지막 논리단계다. 삼론의 특징은 분별심의 세척에 있다. 소유의 마음(有所得心), 집착의 마음(有所住心), 차별의 마음(有取相心)을 세척하는 것을 말한다.
고려 때 왕사였던 나옹(懶翁) 선사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라고 읊고 있다.
우리의 불행을 노래했던 홉킨스(Hopkins)의 시에서 “…생업(生業)으로 마비되고/ 고역(苦役)으로 흐려지고/ 더럽혀진 마음의 때와/ 인간의 냄새가 풍길 뿐/ 땅은 이제 헐벗기고/ 발은 신발 때문에 느끼질 못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자연은 결코 탕진하지 않는다”라고 읊고 있다.
인간은 신발 때문에 땅이 살아 숨쉬고 꿈틀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마음(心)의 때를 씻어야 땅속의 신비의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마음(心)의 신발을 벗어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인간답게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4. 禪이란 ‘여자하기 나름’이다
선(禪)이란 고원(高遠)한 정신적 세계로서 해탈이라는 깨달음의 세계다. 톱스타 최진실 양의 데뷔는 바로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CF가 대히터를 쳤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기’라는 행동은 새색시의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남편을 빨리 집에 돌아오게 하는 비결(行動)이 바로 순진한 새색시의 마음(心)에 있다는 사실이 시청자의 폭발적인 인기를 몰고 오면서 일약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했던 것이다.
우리의 몸은 집이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주인이 바로 마음(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대로라고 하는 이유다. 예수님도 “네가 마음먹은 데로 되리라”고 했던 것도 같은 뜻이다.
선의 창시자였던 달마 대사는 소림사에서 9년 면벽수행을 통해 선을 완성했다. 그가 수행 중에 잠을 쫓기 위해 눈썹을 잘라 마당에 던졌더니 그 자리에 차나무가 자랐다고 전한다.
차를 유교에서는 예의와 절개(節介)를 의미하는 선비정신이라 했고, 선교(仙敎)에서는 멋이오 풍류(風流)라고 했다. 차는 선사에서는 선식(禪食)으로 통할만큼 중요하다. 결국 선다일여(禪茶一如)란 사실이 잘 입증된다.
맹자는 사십부동심(四十不動心)이라 하여 “나이 40이 되어 비로소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경지에 도달했다”고 했고, 공자는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이라 하여 공자같은 대성(大聖)도 나이 40이 되어서야 비로소 혹(惑)이 없는 도통(道通)의 경지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건강‧장수의 비결이다.
5. 토종(土種)이 바로 禪의 진수다
고려 고종 13년(1226)에 무의자(無衣子) 혜심(慧諶)스님이 편찬한《선문염송집(禪門拈頌集)》에 보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이 세상 만사 모든 것이 정법안장의 빛과 그림자(世間事則正法眼藏之光影也)이다”라는 귀절이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정법안장이란 본분소식(本分消息)을 말한다. 선문(禪門)의 전용어로서 ‘선(禪)의 정수’라는 뜻이다. 명(明) 나라의 화가 장동해(張東海)의 시구에 “천진난만은 나의 스승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명나라의 사상가로서 ‘심학(心學)’에 몰두했던 이탁오(李卓吾)의 ‘동심(童心)’의 두 글자로 귀결된다. 역시 선이란 정신적 차원으로서 마음(心)에 귀착된다. 마음이 있기 때문에 미움과 질시, 갈등과 번뇌, 고통과 분노, 자비와 사랑이 있다. 그래서 참선(參禪)이란 바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禪은 불립문자(不立文字)라고도 한다. 문자를 거부해 버린 곳, 거기가 바로 선이다. 그래서 책을 태우고 목불(木佛)을 쪼개어 불살라 버리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선은 책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책은 지식을 얻기 위한 수단은 될지언정 선의 경지에는 도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미 불립문자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책을 통해 지식을 통달했고 숱한 체험과 사고가 뒤따랐다. 이제는 마음(心)을 통해서만 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결국 농약도, 화학비료도, 비닐 하우스도 사용하지 않는 원래 옛날부터 있는 그대로의 토종(土種)이 禪의 진수가 아닐는지… 하는 생각에 잠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