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동상시장 청년몰은 지난해 12월 29일 문을 열었다. 청년몰 이름이 재미있다. ‘동춘씨’. ‘동상 청춘 시전(市廛)’의 줄임말이다. 시장 건물 2~3층을 새 단장해 만든 김해 청년들의 도전과 열정의 산물이다. 모두 15개 점포가 입점했다. 그중 9개 음식점의 맛을 소개한다.
세렌리아
하얀 요리사 유니폼을 갖춰 입은 윤재성(32) 사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세렌게티’에 ‘이탈리아’를 합성한 세렌리아(Serenria)를 상호로 달았다. 파스타류로 스콜리오, 일마레, 카르보나라가 있고 피자류로 볼로와 카르보나라가 있다. 카르보나라피자는 카르보나라 파스타소스를 이용해 만든 피자다. 리조토로 치킨 도리아가 나온다. 윤 사장은 나름의 요리철학을 가지고 있다. 파스타소스에 물을 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크림에 물을 섞지만 윤 사장은 100% 크림을 쓴다. 덕분에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파스타가 완성된다.
웍1994
1994년생인 김성준(26) 사장의 생년에서 가게 이름이 탄생했다. 웍을 많이 쓰는 중국음식점이다. 웬만한 중국집 메뉴를 다 갖추고 있다. 짜장면부터 삼선누룽지탕까지 가능하다. 잘 나가는 메뉴는 유니짜장. 야채를 고운 입자로 다져서 소화하기 쉬운 상태로 나간다. 새우류 요리에 이색 메뉴가 있다. 바로 크림새우. 엄밀히 말하면 중화요리가 아니다. 크림파스타소스를 써서 만든다.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도 있다. 중화비빔밥이다. 한식 야채비빔밥에 해산물을 섞는데, 중국식 불맛이 더해져 특별한 맛을 낸다.
다오리덕
“다 오리 덕입니다.” 박수철(27) 사장이 멋쩍게 웃으며 상호 설명을 한다. ‘동춘씨’ 내 유일한 전통한식 메뉴를 내는 집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를 발휘 중이다. “혼자 요리하고, 서빙하고, 계산하고 어려운 점이 있다” 면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고 뿌듯해 한다. 육수 만드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면서 오리뼈와 함께 고는 한약재들은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메뉴는 단출하다. 오리탕국밥, 오리불고기, 훈제오리야채볶음이다. 구수하면서 시원한 국물맛을 내는 오리탕국밥이 가장 인기가 많다.
디아나 타코
‘달의 여신’을 뜻하는 스페인어 디아나를 붙인 멕시코음식 전문점이다. 멕시코인 은사로부터 사사를 받고 창업했다는 김태은(28) 사장이 꾸리고 있다. 타코 외에도 부리토, 타코라이스, 엔칠라다, 퀘사디아 등 멕시코 대중음식을 맛볼 수 있다.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므로 우리 입맛에 맞춰 향을 좀 줄여 만든다. 기자가 맛본 부리토는 양배추볶음밥 같은 한국식 부리토와는 확실히 차이가 났다. 멕시코식 김치와 고수가 들어가 있어 진한 향에 코로 먼저 맛보게 된다. 물 건너 온 맛이 물씬 느껴지는, 제대로 된 맛집이다.
탱크분식
탱크처럼 뚝심 있게 밀고 나가겠다는 이주현(27) 사장의 생애 첫 가게다. 학교 앞 분식이 콘셉트. 떡볶이, 김밥, 쫄면, 라면, 순대, 튀김류가 주메뉴다. 실제 가짓수는 14개. 요즘 트렌드인 매운맛과 치즈를 부재료로 쓰는 다양한 분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거기다 ‘꿀조합 세트메뉴’, ‘맛있게 먹는 추천메뉴’ 등 이 사장의 알콩달콩한 분식 사랑 메뉴도 있다. 어린이 손님을 위한 피카츄돈가스와 휴게소 음식인 떡꼬치도 눈에 띈다.
맛난당 도시락전문점
완전 퓨전도시락이다. 스테이크, 치킨, 돈가스, 유부초밥, 닭강정 등 일품요리로 손색없는 음식들이 도시락 반찬으로 들어간다. 조리학과 출신인 이보배(29) 씨가 사장님이다. 호텔 조리부에 근무하던 남편 장경호(30) 씨와 함께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도시락에 접목했다. 부부의 신선한 아이디어는 도시락전문점다운 차림새에도 드러난다. 식기로 추억의 양은도시락을 사용했다. 양은도시락 긁는 소리에 괜히 즐거워지는 집이다.
과자공방 마로스
엽기토끼 마시마로를 닮아서 붙은 이재관(33) 사장의 별명을 상호로 썼다. 이 사장이 직접 만드는 빵과 과자류 약 15종을 판매한다. ‘공방’이라고 정체성을 밝혔듯이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본인의 레시피로 요리하는 모습을 무료동영상공유 사이트(마로’s 레시피)로 내보내면서 온라인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첨가제를 쓰지 않는 이 사장의 빵은 이미 소문이 나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생겼다. 인기 있는 것은 레몬청을 다져 넣은 케이크, ‘레몬드리즐’이다. 한 조각에도 레몬향이 훅하고 치고 들어온다. 홍차와 함께 먹으면 최고다.
피카타임
피카(fika) 타임은 스웨덴의 오후 티타임을 일컫는 말이다. 전문 파티셰 박효진(30) 사장이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다. 제과제빵을 전공한 후 6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직접 만든 디저트류를 내는 카페 운영이 꿈이었는데, ‘동춘씨’가 꿈을 이뤄준 셈이란다. 박 사장은 음료든 디저트류든 전과정을 직접 한다. 각종 수제청과 쿠키, 마카롱, 케이크가 예사롭지 않은 비주얼을 자랑한다. 커피 맛에 반해서, 마카롱 맛에 반해서 꾸준히 단골이 늘고 있다.
마이소스
다 내 것으로 하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소스 전문집이다. 이현지(37) 사장은 아이들 먹일 음식을 만들다가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소스를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의지로 창업했다. 집에서 하던 대로 한 솥씩 만들어 소분해서 판매한다. 한 번 맛본 사람은 다시 찾아온단다. 판매 소스는 현재 11가지. 피자소스, 파스타소스, 돈가스소스, 바질페스토, 쯔유, 드레싱소스 등 가정에서 흔히 먹는 것들이다. 인기 소스는 바질페스토와 명란크림소스. 진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글 황숙경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