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저마다 비상에 걸렸다.
재계 일각에선 지난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거론하면서 '경제위기론'까지 제기하는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수출보다는 국내 내수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많아 그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향후 기업존재를 계속 영위하기 위한 대안으로 남아 있는 것은 '항공산업'밖에 없다는 자조적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이 또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아 섣불리 뛰어들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기업들은 생존전략을 찾기에 부심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 중 일부가 '대체 에너지' 분야를
적극 검토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기업 중 네 곳은 원자재를 확보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사활을 건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들도
'신(新)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고 기술력이나 원자재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지는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기업들의 생존전략 탈출구로 급부상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실체를 집중취재 했다.
'자트로파' 바이오디젤 추출 주목
현재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경쟁력 있는 대체에너지 발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수소에너지와 함께 최근 천연자연식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원유인 '바이오디젤'의 경우 제조 원가가 저렴한 대신 가장
빠른 시간에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후발주자인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부분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바이오디젤 사용은 권고사항이지만 2008년부터는 의무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국회에서도
바이오디젤과 관련한 포럼이 개최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특히 미국의 경우 관용차를 대상으로 대두유(콩)인
바이오디젤을 이미 연료로 사용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을 점검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며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대두유의 경우
다른 바이오디젤 보다 품질이 좋긴 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콩을 매년 심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상용화할 양만큼의 광활한 부지 확보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공급 가격이 매년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원자재 확보가 바이오디젤의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주목받는 것이 바이오디젤 생산이 가능한 '자트로파' 나무다. 자트로파 나무는 원래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이지만
현재 아시아의 인도나 태국, 미얀마, 라오스, 중국 등지와 필리핀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자트로파 나무는 열매에서 나오는 씨앗을 짜서 바이오디젤을 만드는데, 한번 심은 나무는 6개월부터 열매 채취가 가능하고
최대 50년까지 계속해서 생산이 가능하다.
이 같은 자트로파 나무는 국내 중소기업인 '(주)코리아팜스'가 유일하게 원자재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팜스는 지난 2005년 필리핀에 현지법인(Bio-Resources사)을 설립하고 이미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45만헥타르
(약 14억만평)의 부지를 확보, 50년간 자트로파 나무를 재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지난 5월24일 기자와 만난 코리아팜스 하광호 이사는 "국내 나주대학과 필리핀 팔랍농업대학이 공동으로 나무를 재배하고,
현지엔 국내 나무연구가인 오가칠 선생(서울대 농대 출신)이 총괄하고 있다"면서 "자트로파 나무에서 추출한 원유를 통해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이미 국내외 유수의 연구기관을 통해 검증까지 마친 상태"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팜스에 따르면 자트로파 나무는 올해 20억원을 투자하면 내년에는 2백억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더구나 톤당 원화로
4백~5백원 정도로 원가가 적고, 원유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는 비료로도 사용할 수 있어 무궁무진한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라고 한다.
실제 디젤 자동차에 자트로파에서 추출한 바이오디젤을 넣고 시험한 결과 고속 주행시 차량 소음이나 출력에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더구나 자트로파 바이오디젤은 이산화탄소(Co2)를 오히려 흡수, 대기오염 물질을 떨어뜨리는 친환경적 원유라는 설명이다.
코리아팜스가 국내 한 유수의 연구기관에 의뢰한 '자트로파 오일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바이오디젤 제조 후 물성 분석에서
국내 법적 요구 물성에 모두 만족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단지 동절기 선진국에서 적용되고 있는 유채 및 대두유 대비
유동점이 높게 나타나, 이를 보완하기 위한 유동점 강화제 개발은 필요한 상황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순수 바이오디젤(BD100)은 유동점이 -2℃로 일반 경유 -16℃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BD20
(경유80%+바이오디젤20%)의 경우 유동점이 -15℃로 -1℃의 차이를 보였고, BD5(경유95%+바이오디젤5%)는 -16℃로
일반 경유와 같았다.
유동점 강화제 개발도 이미 완성단계에 있어 1~2년 안에 상용화도 가능하다는 게 코리아팜스의 주장이다.
특히 BD100은 발암 위험을 94%까지 줄일 수 있고, BD20도 27%의 저감효과가 있어 환경적 측면에서도 메리트는 충분하다고
코리아팜스는 설명했다.
하 이사는 "2006년 말 약 8만5천톤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고, 3년 후에는 약 30만톤이 넘는 생산이 가능해,
국내 경유 시장(2005년말 기준) 2천만톤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2010년이면 시장점유율 10%대가 가능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그룹 사활 건 '물밑접촉'
이처럼 자트로파 나무의 바이오디젤이 주목받으면서 국내 대기업들 상당수가 중소기업인 코리아팜스와 '물밑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팜스와 최근 양해각서체결(MOU)을 준비하고 있는 모 대기업 관계자는 2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코리아팜스와
접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필리핀 현지에 주재원이 있어 현지 실사까지 마친 상태로 사업성 등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단계"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대기업들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면서 "일부 리스크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향후 20~30년 후를 내다보면 사활을 걸어야 할만큼 중요한 부문이다"고 말했다.
코리아팜스 측은 이에 대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대기업은 이미 3∼4곳에 이른다"면서 "이외 다른 대기업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접촉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바이오디젤 선점을 위한 국내 대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셈.
코리아팜스의 자트로파 나무 바이오디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은 취재 결과,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 SK케미칼, 금호석화(금호아시아나그룹), STX그룹, 남해화학(농협),
롯데삼강, 포스코 등 국내 주요 대기업 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들 주요 그룹 모두가 특히 20년 후를 내다보고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바이오디젤'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미 바이오디젤을 놓고 원자재 학보를 위해 물밑접촉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로 각 그룹이 사활을 건 '소리 없는 에너지 전쟁'을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한편 이와 관련, 삼성물산의 경우 바이오디젤과 함께 에탄올(식물성 휘발유)에 대한 별도의 부서를 운영할 정도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급성장하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STX그룹의 경우 아예 '신재생에너지그룹'까지 만들어 바이오디젤 등
대체에너지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황이다.
이와 함께 남해화학은 이미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초임계 시설)를 갖춘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롯데삼강은
년간 2백만톤을 소화할 능력을 갖췄다고 관련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세계에서도 역시 지금 '대체에너지' 개발이 한창이다.
산유국들의 원유 고갈 문제가 가시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고 있는데다가 석유 의존에 따른 대기오염도
심각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1997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채택된 국제협약서인 '교토의정서'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이미 브라질의 경우 2010년까지 운송 연료의 80%를 에탄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고, 스웨덴의 경우 이미
주유소마다 에탄올 수소전지 등 대체 연료를 석유와 함께 팔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석유 의존도가 높아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탓에 교토의정서 동의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던 미국마저도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체에너지 정책을 속속 발표하면서 국책사업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돈 되는 '대체에너지' 개발 박차
그러나 원유 확보 문제나 대기오염 문제만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불을 지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대체에너지 개발에
따른 경제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단적으로 대체에너지 선점에 따른 에너지 수출만으로도 현재 비산유국으로써는 꿈도
꾸지 못하는 막대한 에너지 수출국이 될 수 있고, 이는 곧 엄청난 돈벌이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석유를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로 불리는 대체에너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단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는 태양과 바람, 조수 등 자연상태를 이용한 자연에너지가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자연에너지는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 십년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다.
때문에 현재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개발에 주력하는 대체에너지 분야는 수소연료전지와 같은
하이테크에너지 분야다.
굳이 화학적인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수소가 물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일반 상식. 수소연료전지는 이처럼 물을 전기
분해 해 만들어낼 수 있고, 또다시 물로 전환할 수 있는 그야말로 청정에너지 자원의 표본인 셈이다.
현재 석유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가장 각광 받은 대체에너지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산업자원부 신재생에너지 관련 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40년까지 3천만대에 육박하는 전체 자동차의
절반 가량이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에 가장 먼저 뛰어든 것은 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이다. 각 정유사마다 신재생에너지 부분에
대해 연간 수 십억 원에서 수 백억 원의 개발비용을 아낌없이 쏟아 붇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GS칼텍스의 경우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간 수 십억 원을 투자, 현재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내년까지 1백억원을 들여 일단 서울에 '수소스테이션'(수소주유소)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서
"향후 30년 후면 자동차는 물론 각 가정에도 수소에너지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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