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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나상호 (n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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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신을 수양하여 분수 지키는 데 안정을 얻을 것이며, 희․로․애․락의 경우를 당하여도 정의를 잃지 아니할 것이요,
정신 수양은 결국 어떤 경계에도 안분(安分)하는데 있습니다. 마음의 안정은 모든 일을 하는데 기본이 되는 바탕입니다. 그런데 희로애락의 경우를 당하면 그 안정된 마음이 흔들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정의를 잃어서는 안됩니다. 정의란 바른 길 중도를 말합니다.
소태산 대종사가 어느때에 이춘풍의 집에서 며칠간 머물렀다. 이춘풍의 부인 정삼리화가 정성을 다하여 대종사에게 저녁 공양을 올렸다. 대종사는 여러 가지로 많이 장만한 밥상을 물리고는 정삼리화에게 말했다. “나는 본래부터 여러 가지 반찬을 놓고 먹지 않았다. 수도 문중의 가풍은 질소 담박한 생활이다. 앞으로는 여러 가지 반찬을 장만할 것 없다. 두 서너 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람이 분수 밖의 의식주를 취하면 패가망신하기 쉽다. 설사 재산이 많다 할지라도 사치를 일삼으면 삿된 마음이 일어나 수도하는 정신을 방해한다.”
고산 이운권은 한때 어떤 일로 인하여 교단의 시비에 휘말리게 되었다. 송자명이 기장 교당에 있으면서 대중의 시비를 무릅쓰고 이운권을 여러 해 극진히 모셨다. 이운권은 대중의 시비에 대해서 대중을 원망하는 일이 없었다. 오직 교도들에게 금강경 반야심경 등을 강의해 주고, 선을 지도하며, 삼가 정수를 집필하고, 붓글씨와 달마상을 그리는 등 더욱 수행 정진하였다.
이재철이 총부 서정원장으로 봉직하던 원기22년경 당시 백백교 사건으로 신흥 종교에 대한 사회 여론이 좋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불법연구회도 백백교와 비슷한 사이비 종교가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특히 부산 지방에는 더욱 심했다. 이럴 무렵 조선일보의 자매지인 조광에 불법연구회의 정체해부라는 제목으로 교단을 비방하는 기사가 크게 실렸다. 물론 고의는 아닐지라도 잘못 취재한 기사였다. 교단의 입장에서는 허위 날조된 기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총부 대중들은 크게 분개 하였고, 항의하자는 의견이 분분하였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대종사가 말했다. 혼란한 세상에 나와서 큰 사업을 경영하다 보면 으레 선악의 평판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번의 기사 내용을 보면 근래에 백백교 사건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시기에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한 사람의 기자가 기사를 잘못 쓴 것 같다. 고의적으로 한 것은 아닐 것으로 봐서 웃어버리고 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 수천 명의 대중이 모인 단체인데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과 상대하여 감정적인 대립을 해서는 안된다. 누구 한 사람이 서울로 가서 우리 회상의 설립취지와 그 동안에 해 온 사업을 사실대로 자세하게 설명하여 그들의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아 주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재철이 대표로 유허일이 수행원으로 조선일보사를 찾아갔다. 이재철은 조선일보의 사장과 관계 직원을 만나 자세히 말했다. 귀사에서는 물론 신중히 취재 보도했겠지만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사실 무근하고 허위 날조된 기사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다시 와서 자세히 조사 취재해 주기 바랍니다. 과연 사이비 종교같은 사실이 있다면 크게 폭로해서 배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번 기사가 잘못 취재 보도되었다면 정정 기사를 실어서 우리 교단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 언론기관의 도리일것입니다. 이런일이 있은지 얼마 후 조선일보에는 불교 혁신의 실천자라는 제목으로 소태산 대종사의 인격과 업적을 찬양하는 기사를 실었다. 그들은 대종사를 한국 불교계의 루터라고까지 하였다.
원기22년 6월, 어느날 아침 송도성이 매일신보 한 장을 들고 소태산 대종사에게 달려왔다. “대종사님, 이 신문에 우리회상을 칭찬한 기사가 크게 실렸습니다.” “대중들을 모아 놓고 읽어 보아라.” ‘심전계발과 자력생활로 장래가 기대되는 익산 불법연구회’라는 제목의 긴 기사였다. 대종사와 교리 제도 등을 매우 긍정적으로 소개했다. 송도성이 큰 소리로 읽기를 끝내자 대중들은 우쭐한 마음으로 한 마디씩 했다. “이 기사는 우리 회상을 크게 칭찬하고 있다.” “칭찬과 아울러 큰 기대를 갖고 크게 발전하기를 빌고 있다.” “결코 과분한 칭찬이 아니다. 우리 회상을 바로 보았을 뿐이다.” “이제 우리 회상이 차츰 사회에 알려지고 있다.” “우리 회상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증거다.” 제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자랑을 늘어놓자 대종사가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나치게 좋아할 일이 아니다. 칭찬하는 사람이 있으면 훼방하는 사람도 자연히 생겨나는 법이다. 앞으로 교세가 더욱 융성해지고 명성이 드러나게 되면 시기하고 모함하는 사람들도 자연히 생겨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점을 미리 알아서 세상의 칭찬을 좋아하거나 비방을 싫어하지 말고 오직 살피고 또 반성하여 꾸준히 바른 길만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저희들이 너무 경솔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살피고 조심하여 결코 자만하지도 않고 절망하지도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