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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철이 다가온다. 북쪽 산에서 9월말부터 물들기 시작하는 산 단풍은 등산에서 또 하나의 구경거리를 만들어주니 기다려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영남일보 CEO아카데미 산우회 일행들은 등산을 하기 전에 먼저 수목원 숲 해설 전시장에 들려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수목원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2001년 개장 당초에 내연산수목원으로 불려지다가 2005년 6월에 경상북도수목원으로 이름을 바꾼 이 수목원은 내연산 속에 있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대의 수목원답게 다양한 고산식물들과 지역 향토 수종 등 가치 있는 임목 유전자원들이 2천727ha에 보존되고 있다. 전시장에서 구경한 다음 일행들은 바깥으로 나와 간단히 등산 준비운동을 마치고서는 이제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선다. 코스는 먼저 삿갓봉에 오른 뒤에 왼쪽방향으로 나서 꽃밭등을 지나 매봉으로 회서 수목원으로 돌아오는 등산이다. 이곳이 내연산 일부이니 내연산 등산과 관련해서 참고사항을 적어본다. 포항 내연산 등산은 오르는 봉에 따라 출발지가 다른데 그만큼 내연산이 품고 있는 봉우리들이 많다는 뜻인데, 내연산 육봉은 우척봉(775m 천령산), 삿갓봉(716m), 매봉(835m), 향로봉(930m), 삼지봉(710m), 문수봉(622m)이다. 삼지봉을 중심으로 서남쪽으로 향로봉, 매봉, 삿갓봉, 우척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ㄷ자 형으로 이어져 있고, 그 중간으로 8km이상 되는 청하골이 흐르고 있으며 동쪽으로 문수봉이 자리하고 있다. 그 북쪽은 포항과 영덕 경계인 동대산이다.
대부분 등산인들은 내연산을 여름철 등산에 제격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계곡이 있고, 폭포가 흘러내리는 보경사쪽 방향이나 하산 지점을 영덕 옥계계곡으로 잡는 동대산 산행이 피서를 겸한 등산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시사철 향로봉, 매봉 삿갓재를 주로 오르고, 인근에 경상북도수목원의 울창한 숲을 한 바퀴 도는 트레킹코스가 개발돼 전국 등산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삿갓재로 오르는 수목원 뒤편은 나무숲길이 아담한 힐링길이다. 일행들은 삼삼오오 편을 이루어 담소하면서 길을 걷는데 아직은 초입길이라 일행들 저마다 여유가 넘쳐난다. 일요일 오전, 선선한 가을 날씨 속에서 아직은 푸른잎의 나무들과 눈을 맞추며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게다가 싱그러운 햇살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평평한 산길의 흙을 밟으며 걷고 있으니 어제 다녀온 구만산 등산 피로가 말끔히 가셔지는 것 같다. 숲길과 흙길을 계속 걸어 일행들은 내연산 삿갓봉(716m)에 도착했다. 주변을 살펴보면서 잠시 쉬다가 숲 속에 갇혀 있는 듯한 정상 표지석 뒤에서 등산 기념 단체사진을 찍었다.
삿갓봉을 내려서서 숲길을 걷는다. 계속되는 숲길이라 산 속에서는 위치를 알기가 힘들지만 어느 산의 등산이든지 사전 산행 정보로 얻어서 중간지점과 목적지등을 새기고 방향을 알고 나면 등산 전체의 모습이 그려져 산행길이 편하다. 길을 내려서다가 500m쯤 왔을까 산마루에 쉼터가 있는데 `외솔배기`라는 멋진 노송이 유래를 안고 있다. 그 앞에서 일행들은 서서 유래를 읽어보면서 족히 300년은 돼 보이는 노송 한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지금은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만 옛날 이곳은 첩첩산골로 마을사람들이 보경장날에 갔다가 여기에 도착하면 안심했다는 고개마루인데, 예나지금이나 길손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쉼터다. 외솔배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일행들은 다시 산행을 시작해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오른쪽 방향은 우척봉(천령산)으로 가는 길이고, 향로봉으로 가는 시명리 길잡이도 된다. 삼거리에서 지나서 직진해 꽃밭등이란 지명의 언덕을 만난다. `꽃밭등`이란 이름이 재밌다. 본래 이곳에는 산등 전체가 아름다운 참꽃(진달래)으로 유명했던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일대에서 산골마을이 없어지고 또 극심한 병충해로 큰 나무들이 없어지자 참나무들이 많이 자라면서 참꽃마저 사라진 채 현재는 꽃밭등이란 지명만 남아 있다고 한다. 내연산 경북수목원 둘레를 걷는 길이 힐링길이고, 트레킹 코스라 하지만 고도가 계속되는 길이니 다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른 산 등산 때와는 달리 편안함 속에서 사색하며 길을 걸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다. 주변에서 가을산으로 변해가는 나무들의 모습과 에전 같았으면 첩첩산중인 이곳 산길을 걷고 있으니 시심이 발동한다. 가을이 익은 산속의 자연과 동화되는 마음의 발로다. “내연산 깊숙이에서/ 숲길을 걷고 있으면/ 산이 내뿜는 산뜻한 기운에/ 한없이 기분이 상쾌해진다./ 숲과 나무들./ 이름 모를 풀꽃까지 내게/ 슬며시 말을 걸어온다.// 오솔길을 걷다말고/ 고개를 잠시 들어/ 공중을 우러러보면/ 나무 이파리 사이에서/ 훤히 펼쳐지는 푸른 하늘./ 점점 높아져가는 하늘을 이고/ 가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자작시 `내연산 숲길에서`전문) 꽃밭등에서 매봉으로 향하다가 오르막 산길에서 갈림길이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내연산 가운데 가장 높은 향로봉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매봉 방향이다.
수목원이 들어서고 난 뒤에 생태관찰로를 겸한 등산로 정비가 깔끔히 돼 있어 오래도록 걸어도 힘듦이 없는 곳이니 등산 초보자들이나 트레킹을 즐겨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 코스다. 이번 주말엔 계획에 없던 연속 산행을 했다. 영남일보 CEO 영남아카데미 산우회가 마련한 내연산 등산에 나서 약 15km에 이르는 나무숲 길, 힐링 트레킹을 지겹도록 걸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기에 경북 제일의 여행지로 소문난 포항의 내연산 숲길 산행, 경북수목원 둘레 길을 원 없이 걸었으니 빼어난 풍광들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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