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럽지만 글을 공유합니다>
옷 갈아입는 중입니다.
김혜숙(화성여자단기청소년쉼터)
어쩌보다니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이 말이 참 적절하다. 2017년 2월 초, 청소년쉼터가 사회복지시설로 편입될 즈음 나는 화성여자단기청소년쉼터에 입사하게 되었다. 청소년과 지내온 시간들은 있지만 사회복지, 쉼터는 잘 알지 못했다. 청소년쉼터는 생활시설로 위기에 처한 가정밖 청소년을 보호하는 곳으로 전국에 134개의 쉼터가 있다. 다양한 이유로 쉼터로 오지만 그 중에 제일 큰 이유는 가족 내 갈등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70%이상이다. 갈등이라고 표현했지만 대부분 양육자의 학대, 폭력, 방임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흔히 ‘난민’은 자신의 나라로 갈 수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나는 가정밖 청소년을 우리 사회의 ‘청소년 난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쉼터 현장은 우리 사회의 모순과 패악이 이 사회의 약자들에게 어떻게 드리워져 여기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마음 아픈 곳이기도 하다.
쉼터는 세 가지 자격증을 필요로 한다. 청소년지도사, 청소년상담사, 사회복지사 이렇게 세 가지다. 몇 년 전만 해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도 나는 절대 따지 않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포 아닌 선포를 했다. 그랬던 내가 2년 만에 사회복지사 1급까지 땄다. 2017년 입사한 다음 달부터 시작하여 2019년 1월에 1급 시험 보기까지 딱 2년이 걸렸다. 원해서 취득한 자격증이라기 보다 맞춰야 하기 때문에 취득한 자격증이 된 셈이다.
녹색평론이란 잡지에서 사회복지를 ‘제도화된 친절’이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그때 당시 ‘어떻게 친절을 제도화하지?라는 막연한 물음이 있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쉼터에 오기전 민관협력기구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사회복지분야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네트워크하는 일이라 기관들의 협력이 중요한 업무였다. 돌이켜보면 사회복지 하시는 분들이 내가 하는 일을 많이 거들어주시고 도와주셨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민관협력이 하는 일이 ’반부패‘ ’투명성‘과 관계된 일이었는데 협약기관의 활동 중의 하나가 교육하는 일이었다. 정말 짬 내서 시간을 내셨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이제야 코끝이 찡해진다. 이렇게 전공자도 아니고 사회복지계에 오래 있었던 사람도 아닌 내가 어떤 이유로’사회사업 글쓰기‘를 하겠다고 감히 덤비게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앞으로) 잘하고 싶다. 잘하려면 구체적인 노력과 방향과 스승이 필요하다.
나는 쉼터의 소장이다. 실무의 책임을 맡는 일까지는 해봤어도 관리자의 역할까지 하는 것은 50살에 처음 해봤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쉼터에 와서 환경과 예산이 허락하는대로 동료 선생님들과 배움의 길을 걸었다. 처음에 입사해서 직원교육을 계획했을 때 현장 일도 많은데 굳이 해야하나 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새로운 통찰을 주는 강사님들을 모시면서, 또 3년 전부터 시작한 월1회 책모임을 하면서 우리들은 배움이 소중함과 존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젖어 들게 되었다. 기관 차원의 배움의 과정을 뛰어 넘어 각자 배움의 길을 나서는 동료들도 생겼다.
흔히 50대에 들어서면 꼰대 딱지가 붙여지기 쉽다. 젊은 동료들과 일을 하는 현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젊은 동료들을 도우려면 내가 제일 많이 배우고 연마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감도 있다. 돕는다고 표현했지만 내가 잘 돕고 있는건지, 돕고는 있는 건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어디에 물어볼 때가 마땅치 않다. 현장의 선배 쉼터 소장님들께 여쭙고, 교육을 통해 깨닫는다. 현장에서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표현했지만 이 말은 맞는 말 같지 않다. 내가 잘 몰라서, 판단이 되지 않아서 제일 많이 물어보고 의논한 것은 동료선생님들이다.
잘하고 싶고 좋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 하나 더 길을 내고 싶었던 것이 ’사회사업글쓰기‘이다. 나는 다행히 책읽는 것을 좋아한다. 다독보다는 꾸준히 읽는 편이다. ’읽는 사람이 쓰고, 쓰는 사람이 이끈다.‘라는 표현은 참 매력적이다. 이 말에 홀딱 반해 올해 이루어 가고 싶은 목록 중 하나에 ’쓰기 위해 읽어라‘를 적어 놓았다. 딱 쓰는 것 만큼 내가 된다는 말도 있다.
새 옷을 갈아입을 때는 이 옷이 나에게 어울릴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까 기대와 걱정을 한다. 옷이 나에게 어울릴지 거울을 들여다 본다. 옷을 늦게 갈아 입으려니 더 조심스럽게 물어보게 되고 어색하기도 했다. “사회복지사예요”라고 말하기도 아직도 낯설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주는 경우가 더 많다. 옷을 정체성이라고 한다면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을 글쓰기로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싶다. 누구보다도 나는 사회복지사 새내기인 것이다. 아직 이 분야의 생태계도 잘 모른다.
2019년, 따끈따끈하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받을 때쯤 <사회복지사 사례관리노트> 라는 두꺼운 책(개정 전)을 읽었었다. 아, 사회복지 책이 (두껍긴 하지만) 딱딱한 책만 있는 게 아니구나를 느낀 최초의 책이라고 해야 할까. 깊은 울림이 있어 책에 (실제로 인사를 하고^^)예의를 갖춰 한 번 더 읽었다. 어느 일요일 아침 책상에 앉아 마음을 비우고 한자 한자 읽어 내려갔던 그 마음이 소중하게 남아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을까? ‘좋은’에 어떤 인식과 실천들을 채워야 하는지를 그 책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글은 나를 들여댜 볼 수 있는 자기 인식의 도구이며 최고의 거룩한 행위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는 청소년 한 명을 사례로 맡고 있다. 사례 담당하는 동료선생님들의 입장을 잘몰라 답답해 하는 것 같아 사례관리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청소년과의 사회사업실천 기록을 남기며 나의 실천을 돌아보고 싶고 궁리하고 싶다. 청소년활동도 기획해서 한다. 실무자 역할을 나눠서 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활동을 해왔던 가락이 있어서 그런지 활동을 기획할 때가 제일 신난다. 작년에 월평빌라이야기를 동료들과 읽으며 우리도 언젠가 글을 쓰는 사회복지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 첫발을 내딛는 나의 심정은 우리 딸이 첫 돌 때쯤 한발 떼어 걷는 모습을 보는 것 마냥 기대되고 설렌다.
*가정밖청소년*
정부는 앞으로 ‘가출 청소년’ 대신 ‘가정 밖 청소년’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방침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가출 청소년들이 비행 청소년이나 예비범죄자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여가부에 ‘가출’이라는 표현을 ‘가정 밖’으로 바꾸라고 권고했다. 현행 청소년복지지원법에서는 가정을 떠나 외부에서 생활하는 위기 청소년을 가출 청소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가출 이후 ‘가정 밖’이라는 위험 상황에 초점을 두고 지원 및 보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가출 청소년을 가정 밖 청소년으로 용어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하생략-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s://go.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219011027&wlog_tag3=daum#csidxe807d7ccf7f6352a97fd53064f94522
첫댓글 김혜숙 선생님 반가워요.
금요일반 오광환입니다.
새옷이라도 입는 치수가 맞아야 멋이 나지요.
선생님의 진심이 사회사업 기록을 입으면 어떤 멋일지 상상해요.
다음 기록도 궁금해집니다.
김혜숙 선생님의 실천과 기록을 응원하겠습니다^^
네, 선생님 응원 감사해요!
좀 화끈거리는 글에 댓글로 힘을 얻습니다~ 선생님의 금요일도 응원합니다!!
진솔하게 써 주신 김혜숙 선생님 글 읽으며 지나온 삶을 보니
어떤 분인지, 어디에 마음 두고 계신지 조금 짐작이 갑니다.
사회사업 바르게, 잘해보고 싶어하시는 마음도 느껴집니다.
저나 '사회사업 글쓰기 모임' 동료들에게
관록 있는 선생님과의 공부가 복입니다.
함께해주어 고맙습니다. 저도 잘 들으며 공부하겠습니다.
청소년 이야기나 쉼터 현장 이야기는 제게도 좋은 공부입니다.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 읽어주어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쓰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네, 샘~ 저야말로 젊으신 분들과 이 모임를 이끄는 샘이 계셔서 뿌듯,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