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를 바꾸자?^*^
ㅡ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ㅡ
내가 속해있는 60년 쥐띠 칭구들만의 모임인 단체 톡방에 이슈가 하나 떴다.
'신형철의 어제 글(경향신문에 낸 칼럼)은 명문이다
한국문단에서 가장 핫한 평론가가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국가(國歌)를 언급한 것은 예삿 일이 아니다.
그는 국가지정을 직접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았다.
노래에 대해서는 문학적 해석과 함께
그 자격을 풍성하게 주면서도 직접 언급을 피했다.
이 노래를 국가로 받을 자격이 없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파장을 고려했을 테다.
그는 이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40년이 지난 이제 ‘산 자’들이 따라야 할 것은 새삼 진실이다.
40년 전 광주의 진실과 그 가치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가 있다.
아는 자는 기억함으로써 살리는 자가 되고, 모르는 자는 왜곡함으로써 죽이는 자가 된다.
광주를 죽이는 자들이 괴물(사이코패스)인지 환자(망상증)인지 나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의 창궐 막아내는 것이 산 자들의 책무라는 것이다."
이 창궐을 막아내는 산자들의 책무는 무엇일까?
그는 우리의 일상에서,국가적으로 광주의 진실을 노래하는 것이
가장 실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게 이 노래의 국가 지정이고.'
다른 친구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반대한다.
'애국가를 대체하는 것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주장은 광
주를 위해서도 불리한 일로 보입니다.
우선 당장 광주를 사랑하는 내가 거부감이 있는데
극우보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타지역민들, 광주 갑질한다 않겠소?
만약 논의가 수면위로 올라오면 : 기다리던 게 왔다, 잘 만났다 하면서,
광주새끼들 지랄하고 자빠졌다 할 것이고,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하면서,
그래 너희들이 통째로 대한민국 다 쳐먹어라 하면서
우 일어날 게 불을 보듯 뻔하잖아요?
이런 비호감 생산을 감내하면서 왜, 타지역의
그나마 광주에 우호적인 친구들까지 잃을 일을 해야 하나요?
지극히 평범한 광주의 소시민 1인 생각이 그렇네요.
이 평균적인 정서와 반응이 중요하던데,
‘임을 위한 행진곡’ 애국가지정 주장하시는 분들이
이 평범한 시민의 반응을 알았으면 좋겠네요.'
내 개인적 생각을 말하자면 나는 애국가를 바꾸자는 데 찬성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바꾸는 것도 대찬성이다.
그러나 반대논리를 말한 친구 말처럼 지금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3년부터 30여 년 동안 5·18 기념식에서 제창됐고
1997년부터 2008년까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은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어 5·18 기념식에서 제창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09년 5·18 기념식에서는 식전행사에서 제창됐다.
2010년 5·18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연주하려다 ‘마른잎 다시 살아나’를 연주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불려졌다.
제창(齊唱)은 모든 사람이 다함께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이고
합창(合唱)은 합창단이 부를 때 따라 부르고 싶은 사람만 함께 부르는 것이다.
바로 최근인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5.18기념식 당일에도 제창을 못하게 했다.
그런데 이 노래를 국가로 지정한다고 해보자!
뻔하게 보이지 않는가?
우리나라는 조선 현종시대 예송논쟁처럼
치열한 이념 싸움으로 국론이 크게 분열 될 것이다.
결론도 내리기 힘든 상황이 되어 괜한 국론분열로
국력만 낭비하는 꼴이 되리라 본다.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재 애국가는 바꾸어 져야 할 명분은 충분히 있다.
첫 째,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는 친일파이자 친나치주의자였다.
게다가 그의 애국가는 불가리아 민요를
표절한 것이라는 주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문화운동가이자 창작판소리 명창인 임진택 씨는
"안익태 애국가는 우리 민족의 수치"라면서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애국가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 째, 작사자가 분명하지 않다.
대한민국 <애국가>의 작사자는 현재 공식적으로는 미상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안창호 작사설'과 '윤치호 작사설'이 오랫동안 대립해 왔으며,
세간에서도 두 대립되는 설이 공공연하게 각축을 벌여왔다.
두 설 외에도 오래전에는 소위 '합작설'이란 것이 등장하기도 했고,
한때는 음악학자 노동은 교수가 추정한 이른바
'공동창작설'이 공감을 받기도 했으나 지금은 세를 얻고 있지 못하다.
만약 대표적 친일민족민반역자 윤치호 작사설이 사실이라면,
윤치호 안익태 두 친일파에 의해 만들어진 노래를 우리가 국가로 부르고 있는 꼴이 된다.
셋 째, 가사내용도 문제가 있다.
독립운동 당시에는 어울리는 가사였겠지만
21세기 미래지향적으로 볼 때 문제가 많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영원같은 오랜 시간을 표현했겠지만
언젠가는 없어질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여기서 하느님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은 아니겠지만 지나치게 의존적이다.
그래도 한 나라의 국가가 되려면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가야하는 기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애국가로 대체하자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알아보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 세월은 흘러가도 / 굽이치는 강물은 안다’
1980년 12월 백기완이 서대문구치소에서 쓴 시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묏비나리’의 일부를 발췌하여
소설가 황석영이 가사를 짓고, 작곡가 김종률이
곡을 붙인 노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2월20일 정오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극단 ‘광대’ 출신들이 죽은 사람의 원한을 풀어 주는 음악극
‘넋풀이 굿’에서 마지막 노래로 소개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고인이 되어 저승으로 떠나는 ‘두 남녀’가
‘산 자’에게 남기는 마지막 노래이다.
비극적 죽음과 절망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비장한 의지와 결의를 표현했다.
‘넋풀이 굿’은 노동자 박기순과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의
영혼결혼식을 소재로 만든 음악극이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전두환 정권에 의해 금지곡이 되었으나
구전으로 전국으로 전파되었다. 민주화 투쟁의 상징곡이 되었다.
지금은 표준어 개정안에 따라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불려지고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집권하던 시기에
‘임을 위한 행진곡’은 행진하지 못하고 정지됐었다.
이제 광주시민의 제2의 애국가이자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도 불려질 만큼
민주화를 상징하는 곡으로써 세계화도 되어 가고 있다.
세계 여러나라 대부분의 국가는 혁명가이다.
프랑스 국가가 대표적이다.
'가자, 조국의 아들들이여/영광의 날은 왔나니/압제가 앞에 있지만
/피의 깃발이 올려졌나니/피의 깃발은 올려졌나니/들판을 함께 가자
/야만적인 적군을 무찌르자/적은 다가오고 있다
./우리 아들, 우리 조국의 목을 치기 위해.'
프랑스 혁명을 대변한다는 프랑스 국가!
얼마나 직설적인가?
이에 비해 '임을 위한 행진'곡은 거의 은유적인 시이다.
프랑스는 저렇게 직설적인 혁명가도 국가로 지정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과격한 종북가라면서
민주화 상징인 5.18기념식에서도 제창을 못하게 했으니 참으로 옹졸하다 못해 치졸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인간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이 노래를 우리의 국가(國歌)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과분해서다
. 이 노래가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자격이 없어서다.
신형철 칼럼의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뜨겁게 쳐 온다.
#신형철 평론가